어둠의 저편에는 - 배현순 어둠 저편에는 분명 빛이 있었다작은 돌멩이 하나가 또르르 굴러 내려간다세모로 구르다가 네모로 구르다가원을 그리며 굴러 내려간다. 돌멩이가 구르는 것에는 분명 원칙이 있었다지면에는 기울기가 있어야 했고하늘에는 중력이 있어야 했다물이든, 바람이든 있어야 했다 저기, 무수히 많은 돌멩이들이 굴러 내리고 있다세모로 구르고, 네모로 구르고, 동그라미로 구르고 있다저, 거친 겨울바람 창문 유리벽에 뺨을 대고어름 꽃 겹겹이 피워내도록자기만의 모양을 주물 하며 쉬지 않고 구르고 있다
내일이 있기에살아온 날보다 살아가야 할 날이 더 많기에 지금 잠시 초라해져 있는 나를 발견하더라도난...슬프지 않다.지나가버린 어제와...지나가버린 오늘..그리고 다가올 내일..어제같은 오늘이 아니길 바라며오늘같은 내일이 아니길 바라며넉넉한 마음으로 커피한잔과 더불어 나눌 수 있는 농담한마디의 여유..그리고 하늘을 쳐다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로움이 있다면초라해진 나를 발견하더라도 슬프지 않을 것이다.그저 누릴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바랄 뿐이다.우리는 하루를 너무 빨리 살고너무 바쁘게 살고 있기에그냥 마시는 커피에도 그윽한 향이 있
달을 듣다 - 김성춘 - 개구리 우는 무논에 달이 피었다 사과꽃 진 허공에도 달이 피었다 달을 만나면 달에서 물소리가 난다 허공에 저 물소리 물소리 따라 꽃잎이 왔다 꽃잎이 진다 어차피 밤은 깊었고 밤은 또 밤을 부른다 달이 무논을 첨벙첨벙 지나간다 삶도 물소리처럼 지나간다 달이 피었다 물소리가 난다
어느 날 - 원태연 아! 상코피 터지는 사랑에푹 한 번 빠져보고 싶어라고 얘기하는 친구에게내가 잘 아는 권투선수가 있는데생각있니라고 얘기했다코피 터질 뻔했다.
자유 - 원태연 그래야만 하는 것도 없고그래서는 안되는 것도 없다중요한 건결정이다정해진 건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다.
기다린다는 것 - 이정하 귀향하는 열차를 기다립니다.그래, 산다는 것은무언가를 끊임없이 기다린다는 것.기다린다는 것은 또한곁에 있건 없건 그 대상에게서눈을 떼지 않겠다는 뜻.일의 결과를 기다리고,해가 뜨고 지길 기다리고,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리다끝내는 죽음마저 기다리는,그리하여 기다리는 그 순간이 모여우리 삶이 되질 않았던가.그 중에서도 내 가장 소중한 기다림, 그대여.내 인생의 역에 기차가 거짓말처럼 들어와 서고,그대가 손을 흔들며 플랫폼으로 내려설그 눈부신 시간을 기다리네.기다리고 또 기다리네.그대여, 어서 오기를.그래서 먼 여
그냥 좋은 것 원태연 그냥 좋은 것이 가장 좋은 것입니다 어디가 좋고 무엇이 마음에 들면, 언제나 같을 수는 없는 사람 어느 순간 식상해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냥 좋은 것이 가장 좋은 것입니다 특별히 끌리는 부분도 없을 수는 없겠지만 그 때문에 그가 좋은 것이 아니라 그가 좋아 그 부분이 좋은 것입니다 그냥 좋은 것이 그저 좋은 것입니다.
미운 사람 죽이는 방법...미운 사람을 죽이는 아주 틀림없는 방법이 여기 하나 있습니다. 게다가 죽이고도 절대로 쇠고랑을 차지 않는 안전한 방법입니다. 옛날에 시어머니가 너무 고약하게 굴어서 정말이지 도저히 견딜 수가 없던 며느리가 있었습니다.. 사사건건 트집이고 하도 야단을 쳐서 나중에는 시어머니 음성이나 얼굴을 생각만 해도 속이 답답하고 숨이 막힐 지경이 되어 버렸습니다.시어머니가 죽지 않으면 내가 죽겠다는 위기의식까지 들게 되어 이 며느리는 몰래 용한 무당을 찾아갔습니다. 무당은 이 며느리의 이야기를 다 듣고는 비방이 있다고
나무에게 - 허영자 - 캄캄한 밤은무섭지만추운 겨울은더 무섭지만나무야 떨고 섰는발가벗은 나무야시련 끝에기쁨이 오듯이어둠이 가면아침이 오고겨울 끝자락에봄이 기다린단다이 단순한 순환이가르치는 지혜로눈물을 닦아라떨고 섰는 나무야.
내가 너에게 해 줄 수 있는 모든것들.. 꿈을 꿀 수 있을때많이 꾸어라세상의 현실은그대를 차가운 존재를 만들것이니.사랑 할 수 있을때많이 하여라..사람들이그대를 불신하게 만들 것이니.모든걸 느껴 보아라바람이 불면 시원하다고 느껴야 할 것이며비가 내리면 촉촉하다고 느껴야 할 것이며해가 뜨면 이세상에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을것이다.힘들어도 그걸 피하지 말아라.그것들은 너에게 결심이란걸 갖게 해주고투지라는 걸 갖게 해주니.사랑은 때론 나도 모르게 찾아오니언제나 맞을 준비를 하여 놓치고 후회하지 않도록 하자.행복은 어디에나 있다.그러니
누구나 한번은 - 정유찬 -살아가는 것이죽어가는 것과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이별이무덤 덤 해지고익숙해 졌을 때사랑하는 것역시어색해져 가고즐거울 것도새로울 것도 없다며삶이시들해 질 때그땐떠나야 한다새로운 곳으로아무 두려움 없이상상할 수 없는 낯선 곳을 향하여거침없이 떠나야 한다익숙해진나의육신과 얼굴자주 짓던 표정과깨끗하게 결별하고하늘과 바람과달과 별그리고 어둠을 벗삼아미련 없이 가야한다벗삼을 것 아무것도 없어도미련 없이 떠나야 한다이유 없이 내가 왔다면그냥 떠나는 것이고내가 온 이유가 있었다면반드시 떠나는 이유도 있을 것그 이
나를 키우는 말 - 이해인 -행복하다고 말하는 동안은나도 정말 행복한 사람이 되어마음에 맑은 샘이 흐르고고맙다고 말하는 동안은고마운 마음 새로이 솟아올라내 마음도 더욱 순해지고아름답다고 말하는 동안은나도 잠시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마음 한 자락 환해지고 좋은 말이 나를 키우는 걸나는 말하면서 다시 알지
비 그치고 - 류시화 -비그치고나는 당신앞에 선한그루 나무이고 싶다.내 전생애를 푸르게 푸르게흔들고 싶다푸르름이 아주 깊어졌을 때 쯤이면이 세상 모든 새들을 불러함께 지는 저녁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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