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아모리(Polyamory), 독점하지 않는 다자간 사랑

"나, 사실 너도 사랑하지만 그 사람도 사랑해."

연인에게 이런 말을 듣는다면 어떨까. 이제 다른 사람을 사랑하니까 헤어지자는 뜻일까. 아니면, 흔들리는 마음을 붙들어달라는 구원 요청 메시지일까. 나와 그 사람을 모두 사랑한다고? 이해할 수도 없고 믿기도 어렵다. 우리에게 사랑은 오직 한 사람을 위한 것이니까.

남자 셋과 여자 셋의 '떼사랑'?

캘리포니아 북쪽 소노마라는 마을에 '레이븐하츠'(Ravenhearts)라는 가족이 살고 있다. 뉴욕에서 발행되는 잡지인 <너브>(www.nerve.com)에 소개된 이 가족은 우리의 통념과 달리 이성애자인 남자 셋과 양성애 성향의 여자 셋으로 이뤄진 가족이다. 여섯 명은 함께 먹고 살 뿐만 아니라 섹스도 함께 하고 감정을 교류한다.

레이븐하츠 가족 같은 관계 유형을 '폴리아모리'(Polyamory, 비독점적 다자연애)라고 한다. 폴리아모리에서 폴리는 '여럿'을 뜻하고, 아모리는 사랑을 의미한다. 즉 두 사람 이상을 사랑한다는 것으로 파트너를 속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바람피우기'와 다르다.

종류도 다양해서 3명의 파트너들이 느슨한 관계를 맺으면 트라이아즈(Triads), 한 명을 중심으로 두 명이 붙어 있는 형태는 비(Vee), 3명의 파트너가 서로 그물처럼 얽혀 있으면 트라이앵글(Triangle)이라고 불린다. 혹자는 폴리아모리에 대해 '떼사랑'이라는 기막힌 번역을 하기도 했다.

폴리아모리는 일부일처제에 대한 대안으로 제기됐다. 폴리아모리를 지향하는 사람들은(www.polyamorysociety.org) 이혼율 증가와 청소년 문제 등이 일부일처제의 실패를 증명한다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여성에게 결혼은 사랑을 온전히 실현하는 것이기 이전에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사랑을, 배타적으로 독점할 무엇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종종 '다자간 섹스'에 초점을 맞춰 폴리아모리를 이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폴리아모리가 반드시 섹스를 포함하는 건 아니다. 폴리아모리에서 중요한 것은 파트너에 대한 헌신과 친밀감이다.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두 사람을 사랑하지, 그건 사랑이 아니야' 하고 흥분하기도 한다.

소유지향의 커플 문화

몇 달 전, 폴리아모리를 소재로 한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가 큰 화제를 몰고 왔다. 파격적인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소설은 결혼한 아내가 또 한 번 결혼하는 내용이다. 아내는 현재의 남편과 새로운 남편 모두를 사랑한다고 선언한다. 교보문고의 책 리뷰에서 ID toddung은 "그녀의 항변은 일리가 있고 맞는 말인지라 솔깃하기까지 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반감도 적지 않다. 많은 사람들은 '아내의 행동은 사랑이 아니라 단지 좋아하는 감정이다'라고 글을 남겼다. 사람들의 이런 반응은 소유지향의 커플문화와 맞닿아 있다. 대중가요에서 사랑 노래에선 대부분 '너만을 사랑한다'는 비장함이 묻어난다. 올해 인기를 끌었던 가수 김종국, 버즈, SG워너비의 노래가 대부분 그러했다.

우리 시대의 사랑을 설명하는 다른 키워드는 커플 티, 커플 링, 커플 요금, 커플 미니홈피 등 수없이 많은 커플 상품들이다. 커플 티는 '이 사람은 나의 것입니다'라는 사실을 계속해서 확인시킨다. 이런 커플 상품들은 사랑이란 두 사람의 일대일 관계임을 전제로 하고 있고, 이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이 기사는 광주뉴스와 오마이뉴스간 협약에 의해 게재한 기사입니다.
폴리아모리가 생소한 개념이긴 하지만 '왜 꼭 한 사람만 사랑해야 하느냐'는 주장에 대해 뚜렷한 반론을 찾기는 어렵다. 폴리아모리는 사랑에 대해 당연시해 왔던 독점과 질투에 의문을 품게 만든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러빙모어>라는 잡지(www.lovemore.com)가 발간되고 폴리아모리 안내 책자가 나올 정도로 폴리아모리가 늘어나고 있다. 연인과 폴리아모리를 진지하게 상의하고 싶다면, 그전에 영화 <글루미 선데이>를 추천한다. 단 폴리아모리와 바람피우기는 다르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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