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 동안의 고통... 그저 운명으로 받아들이길 기대하나?

이 기사는 광주뉴스와 오마이뉴스간 협약에 의해 게재한 기사입니다.

지난 17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일어난 자살 테러공격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이 공격으로 10명 이상의 무고한 생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부상당했다.

   
▲ 17일 텔아비브 자살테러의 범인으로 알려진 17세 소년 사메르 사미 하마드.
팔레스타인 북부 도시 제닌 인근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10대 후반의 한 청년은 가능한 많은 사람을 죽이기 위해 몸에 폭탄을 감고 텔아비브의 식당에 들어갔다. 참 무서운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이 팔레스타인 청년이 이스라엘의 점령 하에서 살면서 매일매일 겪었을 일들에 비하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자살 공격은 현대 미디어들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지만, 수십 년간의 군사 점령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주고 있다.

39년간 740명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이스라엘 군인 총에 맞아 죽었다

백악관은 언제나 그랬듯 무덤덤하게 주저없이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같은 테러공격을 막아야 하는 책임은 팔레스타인 정부에 있다."

과거 이스라엘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공격이 행해질 때마다 수십 번 이상 반복된 문장이다. 팔레스타인 정부에 대한 이뤄질 수 없을 것 같은 요구와 그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국제적 제재 사이에는 전혀 일관성이 없다.

그러나 지난 수개월, 아니 수년간 이스라엘이 F-16전투기와 중무장 여단을 동원하여 가자지구나 요단강 서안 같은 팔레스타인 지역을 유린할 때 워싱턴 정부는 왜 그렇게 침묵을 지키고 있었는지 이상할 따름이다.

이같은 끊임없고 집단적인 공격뿐만 아니라, 여행제한이나 주택파괴, 일방적인 투옥, 올리브숲 철거, 인종차별적 장벽 설치, 토지몰수 등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민족에 가하는 고통은 끝이 없다. 자살공격의 원인은 이같이 뻔한 것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스라엘의 군사적 점령이 39년간이나 지속되는 이유를 묻는 건 당연하지 않은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그들의 도시에 대한 군사적인 포위나 폭격을 국가적 테러로 간주하는 것이 잘못된 것인가?

지난 2년간 거의 매일 밤 평균 12명의 팔레스타인 남자들이 어떠한 기소절차나 재판, 변호사도 없이 한밤중에 연행돼 이스라엘 감옥에 갇혔는데도, 그들의 남겨진 아이들이 천진난만하게 자라기만 바란단 말인가?

지난 2000년 9월 28일 이후 최소한 67명의 팔레스타인 여자들이 이스라엘의 검문소에서 아기를 낳다가 39명의 아기들이 죽거나 사산했는데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절규하지 않고 단지 운명으로 받아들이길 기대하는가?

지난 5년간 유아를 포함한 740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대부분 집에서 이스라엘 군인의 총에(몇 명은 정면 조준 상태에서) 맞아 죽었는데, 그래도 백악관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외면할 때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성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하는가?

질문거리는 끝이 없다. 이같은 국가 테러에 대한 이스라엘 정부의 공식적이고 윤리적인 분노와 책임감의 부족도 끝이 없듯이….

"우리는 우리 쪽에, 그들은 그들 쪽에"

지난 13일자 이스라엘 신문 <예루살렘 포스트>는 이번 사건 며칠 전 이스라엘 군사기획국장이며 군 참모인 하렐 소장의 선언을 실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어느 언론도 이번 사건과 "우리는 전쟁 중"이라는 하렐 소장의 선언을 연관시키지 않았다.

하렐 소장은 이어서 곧 국가 수립 58주년을 맞는 이스라엘의 안보 상황이 지금 최상이라고 자랑하기까지 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과의 모든 관계를 끊어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하렐 소장은 "그들과의 전체 국경은 완전히 밀봉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우리 쪽에 살고, 그들은 그들 쪽에 살아야 한다. 그러면 된다"고 말했다.

지붕이 열린 감옥에 갇힌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외국 군대에 의해 새장 속에 넣어진 동물처럼 그의 운명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이 하렐 소장이 바라는 것인가 보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같은 정책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굴복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아야 한다. 인종분리 장벽의 이스라엘 쪽에 살고 있는 1백만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들은 이스라엘 시민이다)에 대해 하렐 소장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신만이 알 것이다.

국제사회, 성명서나 들이미는 방관자로 남지 말라

자살 공격은 잘못된 것이다. 목적에 부합하지도 않고 이스라엘 점령의 지속이라는 팔레스타인의 악몽을 끝내지도 못할 것이다. 그것을 멈추게 하려면 그것이 반영하는 끔찍한 결과만 보지 말고 그것이 일어나는 근본 원인을 보아야 한다.

국제 사회는 무고한 사람들이 계속 죽어나가는 이같은 상황에 성명서나 들이미는 방관자로 남아선 안된다. 모든 나라, 특히 미국 정부가, 이 분쟁에 대한 법적·윤리적 기준을 세우기 위해 그들의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그 기준은 인도적이고 국제적인 규칙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모두에게 남은 것은 지금과 같은 '정글 법칙' 뿐이다. 그럼, 우리 중 누가 그같은 규칙을 세울 것인가.

이 기사는 광주뉴스와 오마이뉴스간 협약에 의해 게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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