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매서운 추위보다 무서운 쓸쓸함…독거노인들의 삶

이달 초 며칠 째 계속되는 한겨울 추위를 견디다 못해 헌 옷가지로 아궁이를 지피던 80대 할머니가 불이 몸에 옮겨 붙으면서 참변을 당하고, 바로 이틀 후에는 일가족 세 명이 집 보일러에서 발생한 유독가스에 중독, 사망하는 등 연초부터 안타까운 소식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에 <광주뉴스>는 겨울이 더 춥기만한 우리 이웃들의 현실을 함께 고민하고 생각해보고자 연속보도를 마련했다. 이 시간에는 구멍 뚫린 사회안전망에 그대로 방치된 우리 이웃들의 일상과 그들이 겪고 있을 어려움들을 들여다보고 그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되짚어보고자 한다. 그 두번째 순서로 혼자사는 노인들을 만나봤다. <편집자주>

추위보다 무서운 쓸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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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전동에서도 자동차로 한참을 깊숙이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이(71)모 할머니의 집.

쓰러져가는 한 지붕 아래 몇 세대가 살고 있는데 이 할머니도 그 중 하나다. 한참을 문을 두드렸는데도 인기척이 없자 걱정스런 마음에 집 주변을 두리번 거리는데 잠시 후 문이 빼꼼이 열린다.

여성지키미가 올 것이라는 연락을 미리 받고 기다리다가 잠시 피곤해 누워있었는데 다시 일어나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단다.

문을 열고 비좁은 입구를 지나 방에 들어오면서 어두운 방에 불을 밝혔다.

혼자 있으니 불을 켤 일이 거의 없다는 이 할머니 역시 전화요금과 수도세, 전기세 걱정이 하루의 일과처럼 돼 버렸다.

방에 들어와 여성지키미 소미순 회장과 함께 온 회원들, 기자까지 모두 5명이 둘러앉으니 옴짝달싹 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밀착됐다.

당뇨에 고혈압, 관절염, 허리 디스크. 어느 하나 몸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는 이 할머니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돼 지원되는 보조금과 소식을 듣고 매번 밑반찬을 챙겨주는 인근 교회의 도움으로 생활을 꾸려나가고 있다.

이런 생활이 30년째. 영하의 추위가 계속되면서 한달전부터는 수도관이 파열되고 물도 거의 끊기다시피해 생활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이 할머니는 긴 세월 집 안으로 파고드는 매서운 추위는 이제 어느 정도 면역이 됐지만 혼자라는 쓸쓸함 만큼은 어떻게도 막을 길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3만원만이라도”

   
10평 남짓한 방에 조그만 부엌이 달린 집이 장지동에 위치한 임(73)모 할머니가 40년 가까이 살고 있는 공간이다.

그나마 할머니의 딱한 사정을 전해들은 지인이 보증금도 없이 월 20만원에 이 공간을 선뜻 내줘 사는 것엔 특별히 큰 불편함이 없지만 임 할머니 역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외로움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역시 어두운 방에 불을 켜고 들어가자 가장 먼저 여성지키미 이은자 부회장이 할머니의 손을 잡고 반갑게 안부를 묻는다.

1년 넘게 할머니의 친구로서 딸로서 매주 할머니 댁을 찾아 말벗이 되고 있다는 여성지키미 이은자 부회장은 “일주일 혹은 며칠 간격으로 매주 할머니를 찾고 있는데 이제는 단순한 봉사차원을 떠나 할머니와 한 가족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라며 “마음을 열어 반갑게 맞아주는 할머니에게 오히려 감사함을 느끼고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한참을 친근한 엄마와 딸처럼 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다 방금 전까지 할머니가 덮고 누워 계셨던 얇은이불에 대해 물었다.

“전기장판도 없어 그냥 여름이불 몇 겹을 깔고 그 위에서 자는 거야. 겨울이불이 없어. 누가 3만원만이라도 매달 주면은 기름이라도 사서...”

푸드뱅크에서 전해온 음식들을 내려놓고 집을 나서려하자 임 할머니가 주변 교회에서 보내온 반찬들을 꺼내 자랑스레 보여준다.

혼자이기 때문에 이젠 어둠마저도 익숙해졌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는 임 할머니의 깊게 패인 주름에서 쓸쓸했던 40년의 세월을 짐작할 수 있었다.


"삶의 이유 잃은지 오래"

   
급박한 상황의 연속으로 이젠 스스로 삶의 의지마저 잃었다고 말하는 태전동 최(80)모 할머니를 만나러 나섰다.

마침 찾아갔을 땐 작은 방 한 칸에 할머니 네 분이 오손도손 모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 할머니에게는 위로가 되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유난히 추웠던 올 겨울을 작은 전기장판 하나만으로 버텼다는 최 할머니.

뭔가 불안해보이는 방을 자세히 살펴보니 곳곳에 박스와 돗자리 등으로 바람을 막아 놓은 흔적이 보였다.

할머니 몸집보다 더 커다란 창문 틈으로 새어나오는 찬바람을 막기 위해 돗자리를 펴고 박스를 주어 모아 노란 테이프로 군데군데 바람을 막았다고 말하는 할머니는 “이제는 누구에게 도움을 바랄 수도 없는 신세”라며 “매일 언제 죽나 언제 죽나라는 생각만 하며 살고 있다”고 털어놨다.

매달 동사무소에서 나오는 30만원 정도의 보조금을 대부분 약과 영양제 주사를 맞는 것에 사용하고, 가끔 이렇게 들러주는 친구들 때문에 웃기도 한다는 최 할머니는 관절이 안 좋아 밖에 나가는 일은 꿈도 못 꾸는 형편이다.

“가슴이 답답하고 배가 아파서 죽만 먹으며 며칠째 이러고 있다”고 힘겹게 대화를 이어가는 최 할머니에게서 상황의 절박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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