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장애인 부부의 삶을 가다

이달 초 며칠 째 계속되는 한겨울 추위를 견디다 못해 헌 옷가지로 아궁이를 지피던 80대 할머니가 불이 몸에 옮겨 붙으면서 참변을 당하고, 바로 이틀 후에는 일가족 세 명이 집 보일러에서 발생한 유독가스에 중독, 사망하는 등 연초부터 안타까운 소식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에 <광주뉴스>는 겨울이 더 춥기만한 우리 이웃들의 현실을 함께 고민하고 생각해보고자 연속보도를 마련했다. 이 시간에는 구멍 뚫린 사회안전망에 그대로 방치된 우리 이웃들의 일상과 그들이 겪고 있을 어려움들을 들여다보고 그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되짚어보고자 한다. 그 첫 순서로 장애인 부부의 삶을 따라가봤다. <편집자주>

1월 12일 오후 1시. 중대동에 위치한 한 가건물에서 10년째 살고 있다는 장애인 부부를 만나러 나섰다.

영하로 뚝 떨어졌던 한겨울 강추위가 가장 춥다는 소한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풀렸다고는 하지만 중대동에서도 한참을 더 깊숙이 들어가 도착한 이 가건물에는 그 모든 것이 먼나라 이야기로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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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락에 위치한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음습한 냉기와 함께 입에선 하얀 입김이 새어나왔다.

문을 열고 광주시여성지키미(회장 소미순) 회원들과 함께 푸드뱅크에서 보내온 햄, 식초, 스프, 된장, 카레 등을 내밀자 부인 박(51)모씨가 어쩔줄을 몰라 하며 “매번 이렇게 도움만 받아서 어떻게 하냐”며 눈시울을 붉혔다.

두 부부가 살고 있는 이 집에 살림이라고 해봐야 싱크대와 옷가지, 가스버너, 작은 식탁, 간단한 취사도구 등이 전부.

얇은 이불이라도 깔지 않고서는 도저히 앉아있기도 어려울 만큼 냉기가 가득한 집에서 전기세 걱정에 불까지 끄고 지내는 이 부부는 교회에 가는 일을 제외하고는 바깥 출입을 할 이유가 전혀 없다.

게다가 20년전 저혈압 과로사로 쓰러지면서 온몸의 왼쪽 신경이 모두 마비된 박씨에게는 집안에서 움직이는 것 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

박씨는 결혼과 동시에 사고를 당해 한동안 누워지내다 각고의 노력으로 이제는 걸을 수 있을 만큼 회복됐다.

남편 김(58)모씨 역시 어렵게 청소용역회사에 다니다가 지난 2003년 무렵 무거운 짐을 나르다 넘어지는 사고를 당해 요추압박골절으로 현재 장애 5등급을 받은 상태.

70세 노인 이상으로 허리가 노화됐다는 판정을 받은 김씨는 거동이 불편해 부인의 도움 없이는 움직이기가 힘들어 거의 방안에서만 생활한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던 중에 자세히 보니 안방과 통하는 문 아래에 네모난 구멍이 뚫려 있다. 이유를 물으니 집 안에서 키우는 강아지가 한 마리 있는데 수시로 출입할 수 있도록 작은 구멍을 뚫어놨단다.

기름값, 전기세 걱정에 하루종일 이불 속에서만 지내는 부부의 사연을 듣고 한 주민이 강아지를 선물로 줬는데 자식같은 그 강아지를 위해서 문을 뚫었다는 것.

하루 세끼를 챙겨먹고, 따뜻한 아랫목에 앉았던 기억도 이제는 가물가물하다는 이 부부는 지난해까지 지급됐던 산재보험료 60만원으로 그나마 가계를 꾸렸었지만 올해부터는 그것마저 끊겨 시에서 보조금으로 지급되는 3만3천원과 장애인 보조금 8만원 가량으로 생계를 꾸려나가야 한다.

박씨는 “추위는 버틸 수 있지만 지금 살고 있는 집 연세가 1년에 1백만원인데 이 연세가 조금이라도 밀리면 언제 집이 허물어질지 모른다”며 “몸이 불편해 일을 할 수도 없는데 보조금마저 끊겼으니 앞으로 정말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앞 길이 막막하다”고 털어놨다.

몸이 불편해 당장 수술이 시급하지만 당장 먹고 산다는 것이 가장 큰 걱정거리인 이 부부에게는 단돈 1천원을 번다는 일 자체를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차가운 방바닥 위에 잠시나마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눴던 두 부부에게 “비록 고된 하루일지라도 언제나 주변에 따뜻한 이웃들이 있음을 잊지 말아달라”는 당부를 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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