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오는 삭풍에 몸을 맡기고

홍익대 미술대학 회화학과를 졸업하고 대한민국미술대전에도 입선할 만큼 실력이 출중했다. 작가의 표현대로 그녀에게 그림이라는 존재는 자신의 삶과 생각을 늘 채찍질하는 엄동설한에 부는 삭풍이었다.

삭풍 속에 오롯이 혼자 서서 이리저리 흔들리던 여리디여린 그녀는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가?’라는 반문을 하며 다른 사람들을 위해,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기 위해, 아름답고 정의로운 일을 행하는 남편 소병훈을 만나 군말 없이 남편의 삶을 응원하며 험하게 불어닥치는 또다른 삭풍을 씩씩하게 맞서 이겨 마침내 여린 여자아이에서 강하고 멋진 한 사람으로 성장하기에 이른다.

그림으로 세상을 만났던 작가는 사람 속에서 세상을 보기 시작했고, 오랜 고민과 갈등을 이기고 용기를 내어 장로회신학대학교 대학원 신학과를 졸업하고 목회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생각지도 않았던 출판사 대표 일도 맡았다. 생각하지도 생각할 수도 없었던 일들이 그녀 앞에 펼쳐졌으나, 그녀는 하나님이 이끌어 주시는 것이라 믿으며 두려워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한발 한발 앞으로 걸어 나갔다.

목사이자 화가, 목사이자 시인이었으며, 목사이자 출판사 대표였던 그녀는 어느덧 목사직을 은퇴할 때가 되었고 다시 새로운 자신의 길을 하나님께 물었다. 이제 그녀는 다시 화가이자 시인으로, 화가이자 출판사 대표로, 화가이자 소나무요양병원에서 미술치료사가 되기로 했다. 그리고 삭풍 속에서 한없이 흔들렸던 자신의 생각과 삶을 이 한 권의 책에 정리해 담았다.

내 몸의 소망을 위해

불처럼 타오르던 나의 어제를

강물에 흘려보낸다.

이제는

내 영혼의 소망을 위해서

불꽃처럼 타오를 것을

하나님께 약속하며

이 책을 펴낸다.

[나를 부르는 바람 속으로]에는 자기 길을 찾아 방황하던 그 시간의 생각과 마음, 자신이 이루고 싶었던 꿈, 목사의 길로 이끌어 주신 어머니에 대한 단상, 고생했을 아내를 생각하며 무심히 전한 프리지어 꽃 한 다발에 담긴 남편의 사랑, 아이들 이야기, 세상 이야기, 목회자로서 겪는 갈등 같은 내면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혹은 격정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설교문도 담겨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녀가 이미 접어 둔 인생의 한 자락보다 다시 새로이 펼 인생 자락에 무엇이 담길지 궁금하고 기대하게 된다. 삭풍에 흔들리며 괴로워하다 삭풍에 아예 몸을 맡기고 정면으로 맞섰던 그녀는 삭풍을 잠재우기보다 삭풍 속으로 다시 몸을 되돌려 들어간다니 말이다.

[작가 소개]

글_곽혜영

저자 곽혜영
저자 곽혜영

목사, 시인, 화가, 산하 대표, 소나무요양병원 미술치료사이다. 그녀에게 그림은 항상 엄동설한에 부는 삭풍이었고, 글은 항상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는 산촌의 어느 오두막집에 있는 불씨 담긴 화로였다. 광촌의 광나루 선지동산 교수님이 수업 시간에 목사 같은 화나루 화가가 되라고 하셨단다. 그래서 그녀는 화가 같은 목가가 목사가 되겠다고 했단다. 그랬던 그녀가 어느덧 목사사가 목사직을 은퇴하고, 그간의 행로는 하나님께 맡기고 이직을 이제 화가 같은 시인, 시인 같은 화가가 되고자 한다.

그림_차숙희

한국에서 순수미술을, 미국에서 응용미술을 공부했다. 미국에서 패션디자이너와 광고디자이너로 31년 동안 열정적으로 일했다. 2014년 귀국하여 지금은 다른 사람의 자서전을 편집, 디자인하여 책을 만들기도 하고, 집 안 마당 한 켠에 작은 아틀리에 겸 갤기도 갤러리(조안팝갤러리)를 만들어 놓고 평생 소원해 오던 ‘그림 그리며 남은 인생 살기’를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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