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추악함의 끝은 어디인가.

오늘 아침, 황교수 측에 체세포를 제공한 뒤 희망과 좌절을 거듭하며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는 어린소년과 아버지의 심경을 전한 언론매체의 기사를 통해서 추락하고 있는 영웅의 과욕과 교만이 빚어낸 추악한 인간성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인터뷰 내용을 중심으로 한 언론매체의 기사에 의하면,
2002년 8월 교통사고를 당한 뒤 척수장애로 휠체어 신세를 지게된 소년은 같은 해 10월 처음 황박사를 만났고 이때 김군이 황 교수에게 "선생님이 저를 일으켜줄 수 있습니까?"라고 묻자 황 교수는 "내가 반드시 너를 걷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이듬해 소년의 체세포를 수 차례 떼어간 황 교수는 2004년 10월경 소년의 가족에게 2005년 5월쯤 수술을 하자고 제안해 온 바가 있었고 <사이언스>논문이 발표되기 2개월전인 2005년 3월에는 황 교수가 소년의 어머니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아들의 체세포로 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드는데 성공했다"며 "아들의 줄기세포가 너무 잘 만들어져 미국 뉴욕의 슬로언-캐터링 암센터에도 샘플을 보냈다"는 말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호언장담하던 황 교수는 그후부터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고 한다. 막상 5월이 되자 황 교수는 "오는 10∼11월에 (수술을) 하자"고 했고, 2005년 10월이 되자 황우석씨는 "내년(2006) 10월쯤 하자"고 다시 말을 바꿨다고 한다.

현재 줄기세포 연구수준으로 사람을 상대로 임상실험을 하는 것은 수년 내에 꿈도 꿀 수 없다는 게 의학계의 공통된 진단이며, 그 또한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관련분야의 전문가들은 "지금 사람에게 실험을 해서 줄기세포가 암세포로 바뀔 가능성은 80% 이상이고 사람을 상대로 한 임상실험은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시작한 지 얼마 안된 상황에서 인간을 상대로 한 임상실험을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고 잘라 말하고 있다.

이렇듯 현 단계에서는 실행할 수 없는 실험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황 교수가, 어떠한 이유에서 환자 가족에게 수 차례 임상실험을 제안했다가 별다른 해명 없이 연기를 거듭한 것일까.

혹,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들어 내는 데에 성공했다고 말해 온 황교수 스스로가 '연구의 성과물에 대하여 확신하지 못했기 때문에' 차일피일 실험을 미뤄올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닐까.

<사이언스>논문에 대한 진위논란으로 시작돼 원천기술의 존재여부에 대한 조사에 이르기까지 전세계의 이목을 한국에 집중시킨 장본인 황우석씨의 지난 행적은 학자의 양심 이전에 그가 지닌 기본적인 인간성에 대한 고찰이 절실하게 요구된다고 하겠다.

더불어서 자멸하고 있는 영웅에게 베풀어 지고 있는 편애와 관용은 스스로 강자이고 싶은 교만한 마음에서 비롯된 현상은 아닌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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