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서하리’로 시(詩)·일기(日記) 엮어내
‘우리글시선100’으로 소박한 출판기념회 열려

초월읍 서하리에 거주하며 문학평론가로 널리 알려져 있는 정현기 해공신익희연구소장이 최근 5번째 시집 ‘비 내리는 서하리’를 출간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6일 쌍령동에 위치한 청석에듀씨어터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으며,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저자의 관계자 및 지인 일부만 참석해 소박하게 진행됐다.

정현기 소장은 1942년 경기도 여주시 점동면 당진리에서 태어나 점동공업고등학교, 연세대학교 문과대학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위 대학교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쳤으며,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연세대학교 문리대 교수로 재직하다가 정년퇴임했다.

또한, ‘문학사상’에서 문학평론으로 등단하면서 문학비평 활동을 시작하게 됐으며, 거기 곁들여 시를 쓰기 시작해 현재 비평집 16권과 시집 5권을 출간한 바 있다. 현재는 초월읍 서하리에 거주하며 해공신익희연구소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이번 5번째 시집 ‘비 내리는 서하리’는 2007년 6월부터 2008년 2월까지 쓴 시와 일기를 엮은 것으로, 101여개의 시와 일기가 수록돼 있다. 정 소장의 시와 일기를 읽다보면 그 시절을 살아온 우리의 삶이 그때 어떠하였는지도 엿볼 수 있다.

초월읍 서하리 시골 옛집에 둥지를 틀고 살아가는 그의 눈에 비친 자연과 식물들, 사람들이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운지 모른다. 그런가 하면, 시퍼렇게 날이 서 있는 그의 팬 끝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문명과 사회 비판적인 글귀 속에서는 여전히 무뎌지지 않은 그의 패기가 느껴져 신선하기마저 하다.

정현기 소장은 “경기도 광주에 온지 어느덧 17년째로 2005년부터 써온 글이 어느덧 모여 6,111여개(2021년 9월 20일 기준)가 되었고, 이번 5번째 시집은 지난 2007년과 2008년에 쓴 글들”이라며 “2007년도에 겪음의 생각이며 느낌들이 엉성하게나마 엮여 있으며, 이게 시로 빛을 내려면 누군가 이걸 읽고 빙긋이 웃을때 피워올리겠지! 꿈만 야무진 글 얘기 앞마당에 붙여놓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소장은 “오늘 저의 출판기념회를 축하하기 위해 와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출판기념회를 기념해 책에 사인을 하고 있는 정현기 소장.

한편, 이 책은 총 244쪽으로 광주지역 출판사 우리글을 통해 우리글 시선 100으로 펴냈으며, 인터넷 및 서점을 통해 구매(1만3,500원)가 가능하다.

서하리에 비가 내린다
 

기다리던 비 기다림에 지쳐 이미
완두 콩 가녀린 싹 위에 도톰한 씨앗 매달고는 노랗게 말라
참을 수 없던 비,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죽었다

비 내리는 서하리, 서쪽 안개 마을
해는 잠시 구름 속에 숨어 비 내리는 대길 날
식물들 숨 쉬는 구멍 속에 숨길 터
의젓하게 대지 위에 앉아 있다

온 봄, 여름 내 메마른 땅 속에 묻혀 습기를 기다리던 생강
그 싹도 이제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틀고
여기 저기 한숨으로 지낸 나날들 날려 비오는 날의 풀들
긴 기지개 뿌리에게 보내 노래로 부른다

비다 비가 온다, 드디어 비가 온다
네가 그걸 어찌 알랴
행여 풀들이 기다리던 비 내음 어떤 것인지 네가 알랴
서하리에 비는 내리고 풀들 소곤대며 짓는 소리
너른 들판 추적이며 덮어 내린다

긴 그리움의 비, 서하리에 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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