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 장르로 영은미술관서 전시중
-‘상상금지’ 주제로 내달 10일까지

영은 아티스트 프로젝트 일환으로 진행되는 영은창작스튜디오 11기 이현배 작가의 ‘상상금지(No Imagination)’ 개인전(회화)이 오는 10월 10일까지 영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현재 활발하게 활동 중인 이현배 작가는 한때 군인을 꿈꿨다고 한다. 현재의 모습을 생각하면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는 장래희망이다. 현재의 모습과 과거의 장래희망에서 이번 전시의 주제인 ‘상상 금지 No Imagination’가 시작된다.

그가 군인의 꿈을 접게 된 것은 ‘상상금지’라는 군사 매뉴얼 때문이었다. 이는 어둠 속의 자연의 모습에서 귀신이나 괴물 따위의 모습을 상상하고, 그에 따른 공포심으로 인한 위험한 반응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후 아티스트 이현배는 ‘상상’과 관련해서 꾸준하게 작업을 계속해왔다. 수풀을 보며 마음대로 상상하는 것을 금지했던 군 매뉴얼과 완전히 반대로, 그는 자연의 유기적이고 유동적이며 불규칙한 형태에서 무언가를 상상하고 이에 대한 영감을 캔버스 위에 표현했다. 작가는 자연의 모습에서 어떤 추상적인 패턴을 발견하고, 이에 대한 즉각적인 감정을 물감으로 표현해낸다.

이현배의 작품에서 무엇을 그리고자 하는 계획이나 그 대상을 얼마나 사실적으로 재현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는 오직 자신의 즉흥적인 붓질과 우연적인 물감의 흐름을 사용하여 화면 위에서 고유한 흔적을 만들어낸다.

이렇듯 자신만의 순간적인 ‘직관’으로 시작된 첫 붓질은 그 방향, 힘의 강약, 선의 굵기와 속도감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초벌 작업을 거쳐 명암을 부여하고 쌓아 올림으로써 평면의 회화작품이지만 부조를 보는 듯한 깊이감을 만들어낸다. 평면의 회화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이고 입체적인 특성은 관람객들에게 저마다의 상상을 불러일으키고 주체적이고 감상의 충위를 더해주는 요소가 된다.

텅 빈 하얀 캔버스 앞에서 대상이나 현상을 보고 즉각적으로 느끼는 깨달음으로 시작된 작품은 물감이라는 재료와 붓질이라는 행위만을 원동력으로 하여 스스로 길을 찾아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이 된다. 이처럼 이현배의 작품에서 물감, 붓질 등의 그리는 행위는 꽤 중요하다.

짧은 순간에 극단적으로 집중하여 실체가 명확하지 않은 무언가를 화폭에 붙잡아 두고자 시작된 작가의 그리기는 캔버스 위에 그만의 흔적으로 남아 비로소 실재가 된다. 자신의 그리기와 그로 인한 작품이 재현의 수단이 아닌 현존 그 자체이기를 원했던 작가의 바람이 충족되는 지점이다.

작가의 직관으로 따라간 붓질의 흔적은 상상력을 불러일으켰고, 그 상상력은 실재가 되어 화면에 고스란히 남겨졌다. 이러한 과정에서 탄생한 작품은 관람객에게 다양한 해석과 감상의 공간을 제공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저마다의 고유한 경험과 사유를 바탕으로 끝없는 상상의 물결에 동화될 수 있길 기대한다.

한편, 영은미술관은 코로나19 확산 예방과 관람객의 안전을 위해 모든 전시장은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개방 중이며, 공연에 대한 자세한 문의는 영은미술관 학예팀(761-0137)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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