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보삼 만해기념관 관장 

만해기념관이 설립 40주년을 맞이했다. 조선총독부가 보기 싫어 북향집이 되어진 서울 성북동 심우장에서 1981년 10월 만해기념관을 설립하여 10년 동안 운영하다가 1990년 현 남한산성으로 이전하여 재개관한지 30년의 세월이 흘렀다.

전보삼 관장은 신구대학교에서 교수로 37년을 재직하였으며 2015년 8월에 정년을 맞이한 후 사)한국박물관협회장을 지냈다. 현재는 사)한국문학관협회장, 문화체육관광부, 문학진흥정책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남한산성을 사랑하는 모임의 명예회장직을 맡고 있다.

남한산성 만해기념관의 진면목(眞面目)

만해기념관은 고군분투하며 일상을 보내는 현대인에게 만해 한용운의 철학을 통해 삶의 가치와 의미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성장하고자 설립됐다. 나라사랑의 독립정신과 철학정신을 후세에 전하여 민족자존의 정신을 겨레의 가슴에 심고자 했다. 전 관장은 “견고하고 끈질긴 만해의 철학과 정신은 급변하는 사회에서 더욱 의미를 더해가며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고 있다”며 “만해 한용운을 배우는 일이란 삶의 지혜를 배워 행복한 향내를 뿜어내는 지혜의 공간이다”고 전했다.

이어 “많은 분들께 인생의 여유와 삶의 즐김을 배우는 지혜의 공간이 되길 희망하며 불꽃으로 살지 않고 불씨를 안고 사는 사람들 즉, 다 타버려 재가 되는 삶이 아니라 불씨를 누군가에게 전달하여 주는 매개 역할에 충실한 사람이 되기를 염원하는 공간이다”고 설명했다.

만해 관련 자료를 모아 기념관을 꾸며 탐방객들과 함께하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은 만해 기념관은 개인이 아닌 공동체의 문화를 형성하고 과거가 아닌 현재와 미래를 함께 생각하는 공간, 성숙한 시민정신을 실현하는 공간이다.

만해 한용운 ‘님의 침묵’ 초판본 수증기

만해기념관에는 전 관장이 하나하나 발품으로 시간과 돈을 투자하여 모은 자료들로 채워졌다. 이외에도 전시유물자료 600여점과 수장고에는 만해자료 100여점과 관련자료 2200여점 등 3800여점의 자료가 준비되어 있다.

이중 가장 대표적인 자료로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 초판본 수증기가 전시되어 있다. 만해 한용운(1879~1944)의 한 권의 시집 ‘님의 침묵’은 우리 국민 누구나 시집에 나오는 시편들을 중 고교 시절에 한두 편은 접하였고 외웠던 시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님의 침묵’ 시집이 출간된 이후 91년이 지난 현재까지 180여권의 판본을 간직한 시집으로서 국민적 사랑을 받은 유일한 시집이 되었다.

님의 침묵은 1925년 8월 29일 내설악 오세암에서 탈고되어 1926년 5월 20일 서울 회동서관에서 초판이 발행되었다. 그 이후 1933년 10월 19일 조선어학회에서 한글맞춤법통일안이 제정 선포되고, 1934년 한성도서주식회사에서 한글맞춤법 제정에 따라 님의 침묵중 ‘군말’만 맞춤법을 따라 표기한 재판(1934년 7월 30일)이 발행되었다. 광복 이후 1950년 4월 5일 한글맞춤법통일안에 따른 한성도서주식회사본 초판본으로 전면 개편되어 10여 판이 출판되었다. 그리고 1960년대는 진명출판사 본으로 발전되어 현재에는 180여 곳의 출판사가 가세하여 판본 수에 있어서도 세계 최고의 시집이 되었다.

다양한 출판이 이루어져 님의 침묵이 세상 속에서 빛을 본 것은 대단히 좋은 일이었으나 국정 교과서에 실린 ‘님의 침묵’의 시가 원전과 다른 것을 발견하고, 님의 침묵시집 원전과 시중의 님의 침묵시집의 모든 판본을 비교하여 보니 작게는 40여 곳에 무려 200여 곳의 오자, 탈자, 착간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시집의 원전 내용이 다른 것이었다. 정확한 어휘와 내용 전달도 매우 중요한 일인데 우리의 출판문화는 성숙되어 있지 못한 상황에서 베끼고 또 베끼다 보니 시어의 큰 혼란이 극심해졌다. 원전 비평이란 없던 시절이었다.

그러므로 님의 침묵 시집 원전인 초간본 확인은 매우 절실한 과제였다. 인사동이고 청계천 고서점에 수소문 하여도 도무지 찾을 길이 없었다. 그러던 중 1970년 중반 무렵에 우리나라에서도 고서적 경매 시장이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였다. 한걸음으로 달려간 광화문 A서점에서 고서 경매가 열렸는데 님의 침묵 초간본이 나온 것이다. 경매가격은 당시로서도 대단히 높게 책정되어 경매되기보다는 이런 책이 있다는 홍보용 같았다. 저간의 사정을 애기하고 책값의 현실화를 요구하였지만 일언지하에 거절당하였다. 그러나 소장자를 알게 된 것 만도 큰 수확이었다. 필자는 기회 있을 때 마다 그 책의 소재를 확인하면서 1년 여 만에 당시로서는 대단히 큰 금액을 주고 소장하게 되었다.

그 이후 님의 침묵 초간본 발행 이후 180여 판본의 수집, 정리, 분석, 그리고 판본 특별 전시를 통하여 시집님의 침묵이 갖는 어휘와 용례에 대한 정확한 뜻을 헤아려 보는 작업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였다. 그 중에서 정본 님의 침묵 시집을 만들어 출간(1980.12.20.)함으로서 원전 비평이란 새 장을 열었고, 1995년 10월에 현대불교신문사에서 82권의 판본을 모아 특별전을 개최하였고, 2003년 9월에도 님의 침묵 판본 특별전을 만해기념관에서 열었다 그 당시에 130여종을 판본을 모아 특별 전시를 하였다.

만해 한용운의 대표적인 시집 님의 침묵에서 ‘님’은 누구일까를 살펴보면 그것은 시집이다. 그러나 님의 침묵에서 ‘침묵’은 어떤 의미일까를 따져보면 그것은 사랑의 증도가요 철학서다. 그러므로 ‘님’은 ‘님’속에 없다. 그것은 ‘침묵’의 프리즘을 통과하고 나온 말이 ‘님’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님’은 ‘침묵’속에 있다. 우주 근원의 본질적 세계는 ‘고요’요 ‘침묵’이다. 그것을 불가에서는 적멸, 적정, 성성의 세계라 한다. 그러므로 필자는 님의 침묵은 시집이 아니라 이것은 사랑의 증도가, 깨침의 소리, 부처님의 설법 즉 팔만대장경을 한글로 축소, 농축 시킨 한글 대장경이다. 라고 말 할 수밖에 없다.

한글은 소리 글 이기 때문에 철학을 담아내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하는데 그런 한계점 마저 뛰어넘은 위대한 한글 철학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사는 길이 참이냐? 이 문제 앞에서는 님의 침묵을 펼치라 라고 말 할 수밖에 없다.

설립 40주년 맞은 만해기념관의 활동 계획

2021년 3·1운동 102년을 맞이하여 현재 만해기념관에서 봄맞이 특별기획전이 진행 중이며 다가오는 5월에는 만해 한용운 찬시 특별전(2021년 5월 1일~5월 30일)을 준비 중에 있다. 이외에도 올해 만해기념관에서 ▲심우장 특별전(6월 1일~6월 30일) ▲애국지사와 8·15 광복 특별전(8월 1일~8월 31일) ▲전길수 기증 유물 특별전 두 번째 이야기(9월 1일~9월 30일) ▲진필훈 교수 남한산성 사진전(11월 1일~11월 30일)이 예정되어 있다.

또한, 전 관장은 “하반기에 광주시뮤지엄협의회(GGMC)의 일곱 번째 연합전시를 준비 중이다”며 “박물관·미술관 교육 박람회, 현충시설 체험 박람회에도 참여할 예정이오니 각 행사 부스에서 만해기념관을 찾아주시기 바란다”고 전했다.

특히, 만해의 나라사랑 이야기를 더욱 쉽고 재미있게 제공하기 위해 문화가 있는 날 특별 프로그램 ‘나라사랑과 침묵의 메아리’를 매월 운영하며 하반기에는 만해기념관의 역사와 전통을 잇는 ‘제25기 만해학교’가 개최된다. 참여를 원하는 개인·단체는 만해기념관 학예연구실(031-744-3100)로 문의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2021년 만해기념관 설립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해기념관 40년 史 자료집을 출판 준비 중이며, 만해기념관 자료 수증기 스토리텔링 자료집도 출판 준비 중이다. 끝으로 전 관장은 “앞으로도 다양한 전시와 교육 활동을 통해 여러분 곁에 더욱 가까이 다가갈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자세한 내용은 만해기념관 SNS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저작권자 © 광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