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선의 문화칼럼] 유은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유은선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한국예술종합학교 출강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국악과 졸업전) 국립국악원 연구실장전) 국악방송 본부장
유은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출강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국악과 졸업
전) 국립국악원 연구실장
전) 국악방송 본부장

광주를 오가며 수없이 지나다닌 길, 아니 어쩌면 그 훨씬 전부터 중부고속도로를 달릴 때면 늘 지나는 터널 이름이 어느 날 문득 눈에 들어왔다. 광지원 터널, 왜 광지원이라고 했는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광지원리(光池院里)에는 큰 연못이 있는 조선시대 관영숙박시설 ‘황교원(黃橋院)’이 있었다.  그런데 연못의 물이 깨끗해 밤에 달빛이 비추거나 낮에 햇빛이 내리면 밝은 빛이 나서 광지원(光池院)이라고 불렀다. (광주지명유래 중)

관영 숙박시설이었다는 ‘황교원’에 묵게 된 정조가 어느 날 밤, 연못에 비친 밝은 달빛을 보며 이 연못의 이름은 ‘빛 광(光)’에 ‘연못 지(池)’를 사용하여 ‘광지(光池)’라 불렀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블로그 석송의 사람 사는 이야기 참조)

광지원리는 남한산성으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1920년대에 이미 큰 신작로가 놓이면서 교통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현재 중부고속도로를 이용해서 남쪽으로 이동하려면 반드시 지나게 되는 길목이 되었다. 어찌 보면 광주시의 여러 지역 중에서도 서울과 연결하는 가장 현대적인 느낌이 드는 곳이 광지원인데 이곳에 ‘광지원농악단’이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반가움과 궁금증이 들었다. 광주시에서 직접 운영하는 연주단체라는 것이다.

광주시 부시장이 단장이고 예술과장이 부단장을 맡고 있는 ‘광주시립 광지원농악단’은 2010년 7월 창단되어 올 해로 창단 12년째가 된다. 이 광주시립 광지원농악단은 광주시 남한산성면 광지원리에서 전승되는 농악을 이어가고 있다. 200~400년 정도의 전통을 자랑하는 농악이라고 하니 역사적으로 볼 때가 그 가치가 있음은 충분히 알 수 있다. 

최근에는 ‘농악’이라는 말 대신 ‘풍물단’, 혹은 ‘연희단’이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아마도 그런 역사성 때문에 ‘광지원 농악단’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인지 광지원농악은 2011년 7월 26일 광주시의 향토문화유산 제3호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또 하나의 관심이 가는 이야기가 있다. 광주 광지원 농악이 광지원 인근에 주둔하였던 둔전병(屯田兵:평시에는 토지를 경작하여 식량을 자급하고 전시에는 전투원으로 동원되는 병사, 네이버 지식백과)들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남한산성은 한양의 방어를 위하여 축조되었고 병자호란 등의 전쟁을 통해서 이미 그 중요한 역할을 하던 곳이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남한산성의 관문인 광지원리에 둔전병이 있는 것도 당연하고 이들의 훈련 등이 농악의 형태로 전개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농악의 많은 부분은 진법(陳法)과 연관이 있다. 무리를 지었다가 흩어지고 다시 무리를 지어 밀고 들어가기도 하고 돌아나가기도 하는 움직임들이 대부분 진법에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둔전병들이 군악으로 농악을 사용하다 둔전 제도가 폐지되면서 연초에 행해졌던 농악으로 정착하였고 광지원리에서는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농악이 그 어느 곳 보다도 활발하게 연희되었을 것이다. 광주시의 농악은 최근까지도 동리(洞里)에 사물을 마련하고 동리(洞里)의 축제 때 사용했으며 30~40년 전만 하더라도 길에서 농악대가 서로 부딪쳐 기(氣)싸움을 벌이곤 했다고 한다.

그리고 광지원리에서는 옛 부터 농번기, 중추절, 정월대보름을 맞이하여 마을의 풍년과 안녕, 마을 공동체의 단합을 목적으로 하는 농악이 잘 발달하였고, 마을에 재인들이 많이 살아서 조선시대부터 그 명성이 높았다고 한다.

이 내용들을 접하면서 왜 농악단체가 광주시립단체로 탄생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광주시는 이래저래 남한산성과 한양을 방어하던 최일선에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되새기게 된다. 특히 광지원리는 마을 전체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방어를 담당하는 역할에 따른 보상은 없이 개발 또한 될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개발이 되지 않았기에 어찌 보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지켜내는 ‘청정지역’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최근 광주시 문화재단을 설립하면서 광주시는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과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인 개발이익도 중요하지만 문화적 가치를 더욱 높이는 개발에 투자를 한다면 그 어느 도시보다 살기 좋은 도시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광지원 농악단을 만들어서 전통을 이어가고 그 정통성 있는 뿌리를 이어가듯 광주시립 광지원농악단의 활동을 더욱 드넓게 펼치고 이로서 광주시가 갖는 문화적 정체성을 하루 빨리 드높이길 바란다.

저작권자 © 광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