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선의 문화칼럼] 유은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유은선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한국예술종합학교 출강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국악과 졸업전) 국립국악원 연구실장전) 국악방송 본부장
유은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출강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국악과 졸업
전) 국립국악원 연구실장
전) 국악방송 본부장

2020년의 공식적인 나의 마무리는 경기도 광주에 관한 글을 쓰는 것이다. 올해는 꽤나 많이 광주를 오갔다. 이제는 내비게이션이 없어도 될 만큼 광주로 오가는 길은 익숙하다. 자주 가다 보니 안 보이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도시와 자연이 어우러진 넉넉한 풍경들이, 그리고 조용한 듯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광주에 사는 사람들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광주를 오가며 가장 많이 지난 곳을 꼽아보니 경안천(京安川)이다. 경안천을 따라 봄날의 아름다움도 만났고 한여름의 장맛비도 만났으며 가을날의 단풍도 무척이나 아름다웠었다. 아직 눈 내리는 경안천을 보지는 못했으나 경안천은 어느새 광주를 기억하는 나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경안천 변에 있는 경안천자연습지에 갔던 9월의 어느 날은 초가을 바람이 불어오던 선선한 계절로 연꽃은 지고 없지만, 연잎이 가득했던 풍경이며 소박하게 꾸며진 산책길이며 경안천의 정겨운 모습을 기억하기엔 충분했던 것 같다.

경안천은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호동에서 발원하여 경기도 광주시를 거쳐 팔당호로 유입되는 국가하천으로 서울특별시를 비롯한 수도권의 물 공급을 담당한다고 한다. 팔당호에 유입되는 북한강과 남한강의 물에 비한다면 경안천의 수량은 적지만 팔당호가 상수원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하천이라고 한다. 그런 이유에서 경안천은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개발이 제한된다. 그래서 서울 한강 변에 마련된 산책로처럼 가까이 이용할 수는 없으나 경기도 광주시를 상징하는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인터넷에서 경안천을 검색하다 ‘경안천에서 남한산성까지’라는 책을 만났다. 이 책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광주가 고향인 저자(김환회)가 본인의 추억과 함께 ‘대한민국 농촌이 어떻게 빛을 발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라 소개되어 있다. 그리고 본문 중에 일부 소개된 글을 보며 경안천에 대해 새로운 상상을 하게 된다.

‘한여름에 경안천에서 축제를 열었으면 좋겠다. 모름지기 축제는 거기 모인 주민과 관광객 모든 사람들이 즐겁게 때론 미친 듯이 참여해서 같이 즐길 때 성공하는 축제가 된다. 청석공원 근처 경안천 물에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시작될 때쯤 축제를 연다면 어떨까…? 경안천 얘기를 하자면 끝이 없다. 그 얘기를 글로 쓰면 쓰여진 글이 경안천을 다 덮고도 얼마나 남을지 모르겠다. 경안천은 내 가슴 속에 흐르는 잊지 못할 추억의 강이다’(<경안천에서 남한산성까지> 중에서)

가끔 지나며 보았던 경안천이 이곳을 터전으로 살았던 사람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곳인지를 확실하게 인지시켜주는 글이다. 그러면서 궁금해진다. 경안천이 예전 사람들에겐 어떤 의미의 곳이었는지,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지 말이다.

며칠 전 광주에서 서울로 오는 길에도 경안천을 지났다. 낮에 봤을 때와는 또 다른 분위기의 경안천은 마치 분주한 하루를 잘 보내고 잠이 들어 있는 듯 고요해 보였다. 경안천을 지나며 아직은 백 분의 일, 천 분의 일도 되지 않는 아주 일부분의 광주를 만났을 뿐인데도 친숙한 느낌을 받았다. 그만큼 가까워진 것이리라.

서울로 오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광주는 ‘다녀오던 곳’에서 ‘머물 수 있는 곳’이 되었구나.’ 나의 2020년은 광주(廣州)를 만난 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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