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허윤희 영은창작스튜디오 11기 작가

허윤희 작가 개인전이 지난 10월 17일부터 11월 8일까지 영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에 본 기자는 지난 2일 전시회에서 그리움을 기록하는 영은창작스튜디오 11기 허윤희 작가를 만나봤다. 

허윤희 작가는 이화여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후 독일로 건너가 브레멘 조형예술대학교에서 마이스터쉴러를 취득, 1993년 공평아트센터에서 첫 개인전을 가졌으며 20여년 넘게 목탄 드로잉·벽화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7월 17일에는 종로구 평창길에 위치한 수애뇨399에서 목탄을 이용한 ‘드로잉 퍼포먼스’라는 독특한 방법으로 전시회를 열었으며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자연의 ‘소망을 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녹으면서 북극곰의 서식지는 줄어들고 최근 국내에서는 장마가 길어지며 많은 식물들이 죽어가고 있다. 이렇게 변화되는 자연에도 우리는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고 있다. 

‘자연의 파괴는 우리 일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자연과 삶의 연결성을 강조하는 허윤희 작가는 “빙하가 무너지는 모습이 마천루와 같은 고층건물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며 “안타까운 마음과 우려로 작품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식물탐사대원 허윤희

10여년간 ‘나뭇잎 일기’를 작업하며 자연에 대한 관심을 키어온 그녀는 다양한 작업으로 메시지를 전달했다. 또 한달에 한번씩 1박2일로 전국에 있는 산을 방문하여 계절별 나무와 멸종위기 야생화를 공부하며 식물탐사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급격한 기후변화와 무분별한 채취로 사라져 가는 야생화를 기억하기 위해 친구의 얼굴을 그리듯이 하나씩 그려간 작품이 ‘사라져가는 얼굴들’이란 작품이다. 

허 작가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영화 ‘희생’에서 죽은나무에 수도승이 매일 물을 부었더니 꽃이피는 장면이 있다”며 “야생화들이 꽃을 피우고 사라지지 않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작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여년간 함께한 목탄 드로잉

대부분의 작가들은 목탄을 밑그림 용도로 사용하고 다른 재료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으나 허윤희 작가의 목탄은 20여년간 함께한 주 도구이다. 

목탄은 버드나무와 포도나무 등을 구워서 만든 흑색 소묘용 화구다. 허 작가에게 목탄은 늘 재미있는 도구였다. “인공적인 다른 첨가물이 없는 나무를 태운 목탄의 자연성이 나에게 편안함을 준 것 같다”며 “가루가 떨어지기도 하고 잘 지워지는 목탄이 우리 삶의 순환처럼 먼지가 되어 사라지는 속성과도 같아 계속 사용하는 것 같다”고 허 작가는 말한다.

이러한 속성을 이용한 작가의 목탄 드로잉·벽화는 현재성을 느끼게 한다. 벽화 특성상 작업의 이동이 용이하지 못하다. 벽화가 그려져 있는 장소에서 그 순간에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목탄벽화는 지워지기도 하며 관람객으로 하여 아쉬움과 함께 순간의 존재를 기억하게 한다. 이는 벽화의 요소와 ‘사라진다’의 인지부조화로 극대화된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현재의 중요성을 전달한다. 허 작가는 “지우고 사라짐으로써 현재를 더 강조하기에 목탄소재가 가장 적합했다”는 것이다.

가장 애정하는 작업은 어떤 것 이였을까? 허 작가의 대답은 그동안의 모든 작업들이 그녀의 현재성을 담고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작가는 “지금 나에게 어떤 것이 가장 절실한지, 하고싶은 얘기가 무엇인지를 질문한다”며 “삶의 과정중에 하고싶은 메시지를 작품으로 전달하기에 애정하는 작업을 하나를 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작업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

창궐하는 코로나19로 인해 문화예술의 시계는 멈춰버렸지만 허윤희 작가의 시간은 지금도 작업에 대한 열정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허 작가는 “코로나19는 환경위기와 같이 오게된 것 같다”며 “정상적인 기능을 상실한 시점에서 더욱 환경에 대한 주제를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멸종위기 식물 작업 ‘사라져가는 얼굴들’을 이어나가며 꾸준한 공부로 환경위기에 관해 그림으로 표현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허 작가의 ‘나뭇잎 일기’ 내용 중 ‘결핍의 안타까움이 그리움을 낳게되고, 그 그리움이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게 한다’는 말처럼 작가의 그림은 그리움, 자연, 기록 세가지의 단어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허 작가는 “그림이란 ‘그립다’에서 온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리워하니까 보고싶고 계속 생각하게 하니 그리게 하는 것 같다”며 “류시화 시인의 ‘그대가 옆에있어도 그대가 그립다’의 시처럼 바라고 소망하고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고 우리는 채워지지 않는 것을 채우기 위해 성장하고 꿈을 꾼다. 그래서 그리움은 꿈과 같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리움은 예술가에게 있어서 먼 별빛을 바라보는 것 일수도 먼 바다를 꿈꾸는 것 일수도 있고, 지금 여기에는 없지만 존재하는 어느 곳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떠올리는 것이 현실에만 머물러있지 않고 다른 어떠한 것을 추구하는 것 같다”고 허윤희 작가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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