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유은선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한국예술종합학교 출강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국악과 졸업전) 국립국악원 연구실장전) 국악방송 본부장
유은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출강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국악과 졸업
전) 국립국악원 연구실장
전) 국악방송 본부장

최근 방송을 통해 세상의 많은 집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물론 ‘그림의 집’일지언정 각양각색의 집들을 방에 앉아서 구석구석 둘러보는 재미로 이 프로그램을 어느새 즐겨 보게 되었다. 그러다 지난 주말에도 반가운 곳이 등장하였다. 바로 광주지역의 집들이 소개된 것이다. 언젠가 광주에 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에 더욱 관심이 갔다. 이 프로그램을 함께 보고 있던 딸아이가 지나는 말로 한마디 한다. ‘요즘 광주가 뜨고 있잖아’. 그렇구나!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광주는 말 그대로 ‘핫한 곳’인가 보다.

지난주 방송에서 뿐만이 아니라 그동안 여러번 소개된 곳은 광주시 ‘오포읍’이다. ‘오포(五浦)’라는 이름은 1360년 조선조 건국 후에 사용된 이름이다. 경기도 용인시의 용해곡에서 발원하여 북쪽으로 용인시와 광주시를 지나 한강 본류로 흐르는 경안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5개의 보인 역말보(양벌리)·양촌보(양벌리)·허산이보(고산리)·딴뫼보(매산리)·구머니보(매산리)를 말한다. 2001년 광주군이 광주시로 승격하면서 오포읍이 되었다. 이 오포의 지명 얘기는 재미있다. 

먼저 고산리는 행정구역 개편시에 고잠리(高蠶里)와 허산리(許山里)를 묶어 ‘고산리’로 부르게 되었다. 뒷산이 문형산이 꽤 높아서 이름을 고산(高山)리라 지어졌다. 이전 이름인 고잠리(高蠶里)는 마을 지대가 높고 누에를 많이 쳤다고 해서 고잠동이었고, 허산리는 조선 후기 힘이 장사로 소문난 허산(許山)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다고 해서 지명이 허산리(許山里)였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지명에 산(山)이 많이 들어가 있는데 그만큼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곳이기도 하다.

양벌리(陽筏里)는 양촌리(陽村里)·벌리(筏里)·둔전동(屯田洞) 세 자연부락을 묶어서 ‘양벌리(陽筏里)’가 됐다고 한다. 양촌(陽村)은 양(楊)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 집단으로 거주하였다고 해서 양촌리(陽村里)라 불렀다. 벌리(筏里)는 벌(筏)말 이름으로 마을 앞 넓은 땅이 있어 그리 불렀고 둔전동(屯田洞)은 원래 둔전(屯田)말로서 고려시대부터 지방에 주둔하고 있는 군대의 식량을 대기 위하여 군사들의 힘으로 농경지를 개척하는 밭을 ‘둔전(屯田)’이라 하니 그 마을이 바로 둔전이다.

매산리(梅山里)는 매곡리(梅谷里), 독산리(獨山里), 외곡리(外谷里) 세 마을을 합하여 ‘매산리(梅山里)’라 부르게 되었다. 매곡리(梅谷里)는 매곡동(梅谷洞)으로 조선조 초기에 어느 지관이 이곳을 지나다가 이 땅이 ‘매화낙지형(梅花落地形)’이라 하여 이름이 매곡리(梅谷里)로 불렀다고 한다. 독산동(獨山洞·딴뫼)은 마을 뒤편에 마치 무덤(墓)처럼 생긴 산이 따로 뚝 떨어져 있다고 해서 이 마을을 ‘딴뫼’라 부르고 한자로 ‘독산동(獨山洞)’이라 하였다. 외곡동(外谷洞·바깥 골)은 마을에 백마산(白馬山)의 줄기기가 두 갈래로 갈라진 곳에 매곡동(梅谷洞)이 있었고 그 밖에 이 마을이 위치하고 있어서 ‘밧골’이라 하면서 한자로는 ‘외곡동(外谷洞)’이라 적었다고 한다.

오포읍은 북쪽으로는 광주시, 동쪽은 초월읍(草月邑), 서쪽은 성남시, 남쪽은 용인시 모현읍(慕賢邑)과 접해 있다. 2001년 광주군이 광주시로 승격되면서 면에서 읍으로 승격되었다. 인근 신도시의 영향으로 인구가 급증했다고 하는데 2018년에는 전국에서 세 번째로 인구 10만명을 돌파한 읍이 될 정도였다고 한다.

예전 광주의 지명을 찾다가 광주의 땅의 크기를 알게 되었다. 당시 서울특별시 강남구, 강동구, 송파구 일부와 서초구 염곡동, 내곡동, 신원동 그리고 성남시, 하남시를 관할하였고 조선시대에는 의왕시, 군포시 대야동, 안산시 상록구 지역까지 관할한 어마어마한 크기였다. 그래서 넓을 광(廣)자를 써서 광주인 것이다. 지금은 관할을 많이 빼앗겨(?) 크기가 당시 절반이하로 줄었지만, 여전히 광주는 크고 매력적인 도시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오포읍을 비롯한 광주에 관심을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서울은 점점 사람으로 넘쳐나고 서울의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으니 주변으로 영향을 끼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서울에 살 수 없어서가 아니라 서울보다 훨씬 살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기에 오포읍뿐만이 아닌 광주 전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인다.

광주에 본격적으로 오고 간지 반년이 지나고 있다. 그동안 둘러보았던 몇 군데 안 되는 광주는 늘 넉넉함으로 자리 잡았다. 비어 있어서, 아직은 그 무엇도 채워있지 않아서 더욱 ‘넓은 광주’였지만 앞으로 많은 것들을 실현할 수 있는 곳이기에 마음 한 편에 차곡차곡 계획을 세울 수 있어 좋다.

내가 꿈꾸는 광주는 이렇다. 우선 넓음이란 속에서의 여유는 그대로 있는 광주의 모습이다. 팔당호 수질보존 특별대책 1권역으로 지정되어 개발이 제한되어 있는 만큼 광주에 오면 청정의 공간으로 계속 존재했으면 좋겠다. 그러면서도 문화예술적인 콘텐츠가 많아서 전국에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일일생활권으로 오갈 수 있는 가까운 곳이면 좋겠다.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밀려오고 왕래하여도 늘 변함없이 넓음의 여유가 있는 광주 말이다. 이런 바람은 희망사항이 아닌 실제 실현 가능한 일인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광주를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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