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이야기] 서장대 매바위, 지월리 가마소 이야기

남한산성 서장대 매바위
남한산성 서장대 매바위

설화란 집단 사이에 구전되는 이야기의 총칭으로 국내에서는 흔히 신화, 전설, 민담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이곳 광주에는 지명 유래담, 자연물과 관련된 전설 등이 전해지는데 대개 역사적 인물과 관련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중 억울하고 애통한 죽음에 관한 흥미로운 설화 2편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어 이를 소개한다.

「서장대의 매바위 전설」은 남한산성 축조에 관한 전설로, 조선 인조는 광주유수로 있던 이서에게 남한산성 개축을 명한다. 이서는 이회와 승려 벽암에게 성을 나누어 쌓게 했다. 

북쪽을 맡은 벽암은 일을 순조롭게 진행 시켜 기일 안에 축성을 끝내고 공사비를 남겨 환납하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이회는 세심하고 견고하게 성을 쌓다 보니 기일 안에 공사를 끝낼 수 없었을 뿐 아니라 공사비도 부족하게 된다.

벽암은 이회가 게으르고 무능하며 주색을 탐하는 데 공사비를 낭비하였다고 소문을 내었다. 결국 이회는 광주유수 이서에게 잡혀 와 문책을 당하고 참수형에 처해 지게 되었다. 

이때 피 범벅이 되어 땅에 나뒹굴던 그의 목에서 매 한 마리가 나오더니 이회의 시체를 빙빙 돌다가 뜰 앞 바위에 앉았다가 사라졌다. 사람들은 이 뜻밖의 광경에 모두 놀라 매가 앉았던 바위로 가보니 거기에는 매 발자국이 뚜렷하게 남아 있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관아에서 성을 조사했더니, 벽암이 쌓은 성은 허술했으나 이회가 쌓은 성은 견고했다. 뒤늦게 진상이 밝혀졌지만 이회는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 후였다. 관아에서는 그 죽음을 위로하기 위해 청량당을 지었다고 한다.

그 후로 서장대 뜰에 서 있는 바위를 매바위라고 부르게 되었는데 지금도 서장대 넓은 뜰에는 그 바위가 그대로 남아 있어 그의 억울한 죽음을 대변하여주고 있다.

지월리의 「가마소 전설」은 지명 유래담으로, 초월읍 지월리에는 깊고 물이 유난히 차고 맑은 「가마소」 혹은 가마수 라고도 부르는 소(沼)가 있다. 이 가마소에는 하늘이 정해 준 배필을 버리고, 부모가 정해준 곳으로 시집을 가다가 애통하게도 죽어야 했던 한 처녀의 애절한 사연이 담겨져 있다고 한다.

옛적 지월리에는 집안 형편이 넉넉하고 금실이 무척 좋은 초로의 부부가 살고 있었다, 이들 부부에게는 단 한가지 걱정거리가 있었는데 아직 그들 슬하에 자식이 없다는 것이었다. 

어느 날 부인은 꿈에서 한 노인으로부터 “냇물의 가장 깊은 곳에 다리를 놓고 치성을 드리면 자식을 얻을 것이나, 혼사에는 하늘의 뜻을 거역하지 말라.”는 전언을 듣게 된다.

이들 부부는 그날부터 사람들을 모아 다리를 놓는 공사에 착수하여 한 달이 지난 후에 마침내 다리가 완성되었다. 그리고 다리가 선 날부터 매일 새벽 빠지지 않고 그 다리 위에서 치성을 올리고 기도를 했다. 

이러기를 백일째, 부인은 하늘에서 찬란한 빛을 내는 구슬 하나가 창문을 통해 들어오더니 부인의 뱃속으로 들어가는 태몽을 꾸게 된다.

열 달 후 부인은 귀여운 딸을 낳았고 구슬 꿈을 꾸고 얻은 아이라 하여 구슬아기라고 이름을 지었다. 그런데 이 집에서 부리는 머슴 중에 박서방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또한 주인집 과 한날 한시에 똑같이 아들 돌쇠를 낳게 된다. 두 아이는 모두 훌륭하게 자라났다.

혼기가 찬 구슬아기는 이웃마을 김초시의 아들과 혼인하기로 결정된다. 혼인 전날 밤 구슬아기는 “머슴 박서방의 아들 돌쇠와 혼인하라”는 하늘의 소리를 듣게 되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예정대로 혼사를 진행 시켰다. 

혼인식을 무사히 치르고 신부가 신랑을 따라 가마를 타고 신행을 가게 되었는데, 아이를 낳기 위해 치성을 드렸던 다리의 중간에 이르자 갑자기 달이 구름에 가려지고 온 누리가 깜깜해졌다.

일행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가마는 아무리 힘을 주어도 자꾸 미끄러졌고 이윽고 신부를 실은 채 다리 아래 깊은 물속으로 떨어졌으며 돌쇠도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이때부터 구슬아기가 가마를 타고 빠진 깊은 웅덩이를 가마소(駕沼) 혹은 가마수라 부르게 되었고, 눈 내리는 달밤이었다 하여 마을 이름을 설월리(雪月里)라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월리 사람들의 지금도 지월리를 설월리라 부르기도 한다.


출전 (광주시 문화원)

저작권자 © 광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