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유문상 국민연금공단 경기광주지사장

아프리카 코사족의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공존이나 상생, 연대를 이야기할 때 자주 언급되는데, 그 의미가 국민연금에도 그대로 들어맞는다. 국민연금은 소득수준이나 종사상 지위에 따른 계층간 연대뿐만 아니라 과거부터 미래까지의 세대간 연대에도 기반 한다. 따라서 국민연금이 노후에 안정적으로 지급될 것이라는 ‘약속’에 대한 사회구성원들의 믿음은 제도를 받치는 힘이 된다.

작년 12월 정부에서 발표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에도 이러한 믿음을 주기 위한 노력들이 반영되어 있다. 과거에는 정부와 연금 전문가를 중심으로 계획이 만들어지고 추진되었다. 그러나 이번 4차 계획은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부터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계획에 반영하기 위한 노력의 흔적들이 엿보인다.

2018년에는 국민연금 도입 이후 최초로 16개 시도별로 국민 토론회를 개최하였고, 17회에 걸친 계층·지역별 간담회, 온라인과 전화 설문을 통해 국민들의 의견을 직접 수렴해 반영하였다. 또한, 우리보다 훨씬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연금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선진국들의 경우에도 이러한 국민 의견 수렴과 이를 제도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혹자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 기초연금에 대해 정부가 복수안을 제시한 것에 대해 무책임하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면, 복수안 제시는 국민들의 의견이 다양하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앞으로의 사회적 논의를 보다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다.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은 국민의 노후소득보장과 경제적 부담에 직결되는 요소로 국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정부가 정책목표로 제시한 공적연금을 통한 최저노후생활을 보장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거와 같이 정부가 단일안을 제시하는 것은 일부 국민들의 의견만 반영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사회적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연금개혁 특위가 지난해 10월 말부터 구성되어 운영 중인 상황에서 단일안 제시는 논의와 선택의 범위를 크게 제한할 수 있다. 즉, 국민들의 의견과 이해관계가 다양하고 복잡한 사안에 대해 사회적인 논의와 합의를 통해 결정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조정자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정부안이 발표되면서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높아지고, 연금개혁 특위에서의 논의도 보다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국민연금 제도개선이 빨리 이루어지는 것도 중요하나, 그 보다는 사회적 논의 과정에서 국민 의견이 충실히 반영되는 것이 더 중요하며, 그것이 국민연금제도가 오랜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멀리’ 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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