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은(YBS청소년방송국 꿈의학교/광주중앙고 1학년)

우리는 역사 혹은 역사적 인물을 통해 많은 감명을 받고 자긍심을 가지게 되곤 한다. 물론 긍정의 역사를 통해서 그러한 느낌이나 교육 효과를 받게 된다.

하지만 우리 역사 속에 그러한 긍정의 모습이나 가슴 벅찬 이야기만 있었을까? 수치스러운 역사를 우리는 보지 않으려 했던 것은 아닐까? 한없이 쪼그라드는 우리의 자존감에 대한 불안 때문에 은연중에 외면했던 역사도 결국 우리 역사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뮤지컬 ‘달을 태우다’는 일깨워 주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그 굴욕의 역사를 통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는 무엇을 깨달아야 하는지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1636년 인조 14년, 조선시대 청나라에 의해 발발한 병자호란은 우리가 역사교과서에 배웠던 그것보다 훨씬 더 참혹한 전쟁이었을 것이다. 임금과 신하들이 청의 군대를 피해 우리 고장인 남한산성으로 피난한 것과 그 안에서 굶주림과 죽음의 공포 속에서 숨죽여야 했던 현실을 과연 담담한 역사책의 글로 다 표현할 수 있었을까. 

이러한 어두운 역사에서 ‘달을 태우다’는 나에게 특별하게 다가왔다. 먼저 우리 고장의 역사라는 점에서 좀 더 사실적인 느낌을 받았다는 것. 사계절 어느 때나 부모님과 한번 씩 둘러보곤 했던 남한산성이 사실은 380여년 전에 임금과 신하, 그리고 백성들이 한데모여 두려움에 질려있던 장소라는 것은 광주에 살고 있는 나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마치 역사의 현장에 있는 느낌으로 말이다. 그래서 더욱 ‘달을 태우다’는 특별한 공연이었다.

둘째로 같은 사건을 영화로 만든 영화 ‘남한산성’과의 차별점이다. ‘남한산성’은 포스터 가득 채워진 임금과 신하의 모습에서 보듯이 지도층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달을 태우다’의 시선은 그보다 아래를 향하고 있었다. 바로 바람이 부는 대로 이리저리 흔들려야만 했던 평범한 백성들의 눈에 비친 남한산성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남한산성으로 피난 가던 인조를 업어주고 임금의 옷을 얻게 된 천민 서흔남의 이야기는 바로 우리의 이야기인 셈이다. 전령사로, 또는 조선시대 스파이로 역할을 해낸 흔남을 보며 저절로 두 손에 힘이 가고 응원하게 되는 것은 흔남이야 말로 정치나 자기 이익이 아닌 순수한 정의감을 가지고 무능했던 임금과 힘없던 나라였지만 이를 사랑한 우리의 평범한 이웃의 모습이라는 점에서 큰 감명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달을 태우다’는 암울한 역사를 보여주면서도 결국 희망을 노래했다는 점이다. 뮤지컬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남한산성면 광지원에 전해온다는 해동화놀이(달집태우기)를 통해 백성들이 희망을 놓지 않고 달을 태우는 장면은 큰 울림을 주었다. 

우리 고장의 역사이자 백성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창작뮤지컬 ‘달을 태우다’는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와 화려한 무대로 그 가치를 더하고 있다. 소중한 우리의 이야기를 장엄한 뮤지컬로 보여준 극단 파발극회와 연기자, 스태프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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