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칼럼> 최병길 前광주로타리클럽 회장

절망에 완전히 빠진 사람만 아니라면 누구에게나 특별한 감동을 주는 책, 하지만 절망에 빠진 이들도 이 책을 남몰래 즐길지 모른다.

작가의 상상력은 무한하다. 인간의 삶을 애벌레와 나비의 의인화로 이렇게 자아를 인식하게 하는 책은 드문 것 같다. 동화책과 같은 소재로 누구든 30분만 투자하면 손쉽게 읽고 감동하며 책의 위력을 느끼게 한다. 더 나은 삶, 진정한 혁명은 무엇일까? 

아주 옛날 알을 깨고 세상에 나온 호랑 애벌레가 햇빛이 비추는 세상을 나오며 환희의 세상을 맞이한다. 그러던 어느날 “그저 먹고 자라는 것만이 삶의 전부는 아닐 거야” 호랑애벌레는 오랫동안 그늘과 먹이를 제공해준 나무에서 기어 내려왔다. 애벌레는 그 이상의 것을 찾았다.

세상은 온갖 새로운 것들로 가득 차 있었다. 풀과 흙, 구멍, 작은 곤충들 이 모든 것들이 호랑 애벌레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호랑 애벌레를 만족시켜 주지는 못했다. 어느날 자기처럼 기어 다니는 애벌레들과 마주쳤다. 하지만 그들은 먹는 일에만 정신이 팔려있었다. 

하루는 무척 바쁘게 기어가고 있는 애벌레 떼를 보았다. 그들이 가고 있는 곳을 보니 하늘로 치솟고 있는 커다란 기둥이 보였다. 호랑 애벌레는 그들 틈에 끼어들었고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서로 밀고 올라가는 애벌레 더미 기둥이었다. 애벌레들은 꼭대기에 오르려 기를 썼고 그러나 꼭대기는 구름에 가려있어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호랑 애벌레는 수많은 애벌레 속으로 뛰어들었다. 사방에서 떠밀리고 차이며 밟고 올라가느냐 아니면 깔리느냐 이런 상황에서 애벌레들은 더 이상 친구가 아니었다. 이제 그들은 위협과 장애물일 뿐이었다. 

중간쯤에서 만난 노랑 애벌레는 이곳은 우리가 있어야할 곳이 아니라며 호랑 애벌레는 설득한다. 위로 올라가는 일을 포기한다는 의미였다. 노랑 애벌레와 호랑 애벌레는 기둥 속에서 내려와 풀밭에서 신나게 놀며 파릇한 풀을 마음껏 뜯어 먹으며 서로 사랑을 했다. 쉴 새 없이 남과 싸울 필요가 없는 것이 무척이나 기뻤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껴안는 것조차 지겨워졌다. 이제 서로를 속속들이 알게 되었다. 호랑 애벌레는 “이게 삶의 전부는 아닐 거야 무언가 더 있을게 분명해”하고 다시 그 애벌레 기둥 속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호랑 애벌레는 전보다 빠른 속도로 올라갔다. 꼭대기 끝까지 올라가기로 단단히 마음먹었다. 호랑 애벌레는 무자비할 정도로 위로 향했다. 그러던 어느날 호랑 애벌레는 엄청난 압력과 진동을 느꼈다. 햇빛이 환하게 비추었고 바로 이곳이 꼭대기의 끝이었다. 심한 좌절감이 몰려왔다. 

“이 곳에는 아무것도 없잖아!” 그렇게 높은 곳에 있는데도 이곳은 전혀 고귀한 자리가 아니었다. 밑바닥에서 볼 때만 대단해 보였던 것이었다. “저기 좀 봐, 기둥이 또 있어, 그리고 저기도 온 사방이 기둥이야”, “그토록 고생해서 올라온 기둥이 수천 개의 기둥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니.” 그때 함성과 함께 술렁임이 일어났다. 

가장자리로 헤집고 나가보니 눈부신 노랑 날개를 가진 생명체가 하나가 자유롭게 움직이며 기둥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정말 멋진 광경이었다. 힘들게 기어오르지 않고도 이렇게 높이 올라올 수 있을까? 호랑 애벌레는 깨달았다. 꼭대기에 오르려면 기어오르는 게 아니라 날아야 한다는 것을.

진정한 나, 자아를 발견하고 더 나은 삶을 이루는 지표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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