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칼럼> 최병길 前광주로타리클럽 회장

시간이 지난 지금도 사람의 소중한 생명과 끈질긴 정신력의 승리담은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한다. 1968년 자동차사고가 한 인간의 드라마 같은 이야기가 전개된다. 당시 서울농대를 졸업하고 국가유학생으로 선진농업기술을 배우려 덴마크에서 한국도 잘 살 수 있는 농촌으로 바뀌길 바라는 유능한 젊은 국가인재였다.

마산에 있는 양계장을 방문후 돌아오는 길에 자동차가 전복되며 뒤에 실었던 신나에 불이 붙어 전신 50%이상의 3도 화상으로 더 이상으로는 생명의 보장과 살아난다해도 사람의 형태가 아닌 상황이었다. 

당시 집도를 했던 장기려 박사는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수술을 잘하는 외과 의사중의 한 사람으로 김일성 부인의 주치의를 지냈고 또 이광수 소설 ‘사랑’의 주인공 ‘안빈’의 실제 모델이었다는 설이 있다. 이광수가 결핵에 걸려서 서울대학병원에 입원했을 때 장박사님이 그의 주치의였는데 그때 이광수가 “당신은 바보 아니면 천재야”라고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의료협동조합을 창시하여 무상의료제도를 창안했던 의사였다. 장기려 박사조차 자신이 없었는지 부산에서 제일 큰 침례병원의 외과 과장이었던 테보라는 미국인의사가 왔는데 가망이 없으며 목숨만 살리려면 팔, 다리를 모두 절단해야 한다는 청천벼락같은 이야기를 들었을 때 장기려박사의 절대 안 된다고 단호히 거절하였다.

온몸에 붕대를 감고 있으면  몸에 수천개의 바늘이 나를 찌른다고 고통을 넘어 허상까지 나타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호소할 때 간호원들이 붕대를 풀어 보이며 바늘은 하나도 없다고 보여주곤 했다.

사실 온몸의 50% 3도 화상이라는 이야기는 들어보았지만 실제 당하는 본인의 고통을 어떤 방법으로 느낄 수 있을까 손톱 밑에 가시만 박혀도 쩔쩔매는데 의료진의 지극한 치료와 아내의 인간의 한계를 넘은 간병으로 조금씩 차도를 보였다. 하지만 이미 사람의 형태가 아닌 얼굴과 갈고리가 되어버린 손은 그야말로 흉측의 도를 넘는 형태였다.

사고전의 사진과 그 후의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다. TV탤런트 같은 멋진 얼굴이 한 순간에 ET의 얼굴로 변해버렸다. 냉혹한 운명에 의해서 하루아침에 폐인이 되었다. 자동차 사고로 전신이 불길에 휩쓸려 귀를 잃고, 한 눈은 멀고 손은 갈고리처럼 되었고, 얼굴은 도깨비 같은 추물로 변했다. 거기에 사랑하는 아내마저 폐병을 세상을 떠났으며 어린애들은 그를 보면 귀신같다고 했고 아가씨들은 무서워서 도망을 쳤다.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대학을 마치고 덴마크와 인도에 가서 2년 남짓 해외유학을 하고 돌아온 그의 앞길에는 창창한 희망과 성공의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청천벼락처럼 불의의 비운이 그를 엄습했고 그는 자살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의 굳은 의지력은 용감하게 죽음과 절망에 도전 하였고 마침내 그는 암흑에서 광명을 찾아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었다. 아마 독자분들 중에는 채규철님의 강의를 들으신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말년에는 광주에서 사셨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기억하고 있다. 저자의 글중에 인생은 봄날의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날이 있는가 하면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을 견뎌가며 사는 게 인생이란다. 우리에게는 지혜가 필요하고 용기가 필요하고 정신이 필요하고 신앙이 필요하고 용서가 필요하고 이해가 필요하다. 사람은 책을 만들지만 책은 사람을 만든다고 한다.

이런 때에 우리에게는 좋은 친구, 좋은 스승, 좋은 글, 책이 필요하다. 좋은 친구, 스승, 책이 없는 세상은 곧 인생의 사막이요 지옥이 아닐까? 나 같이 뜻밖의 사고나 질병에 의해서 장애를 입은 400만(당시)의 장애우들과 그의 가족들 그리고 마음의 상처를 입고 눈물짓는 형제자매들, 학교라는 제도가 맞지 않아 자살하고픈 청소년들에게 작은 위로나 희망의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이 책을 바친다.

이 생명 하나가 온 우주보다도 귀하다고 예수님은 말씀하셨다. ‘소나기 30분’이라는 속담이 있다. 인생의 소나기 먹구름 뒤에는 언제나 변함없이 태양이 기다리고 있다.

극한의 운명의 삶을 인간승리로 이끈 채규철님의 인생담은 너무나 감동이었다. 모두들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희망과 용기로 일보 전진하는 지혜를 일구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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