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칼럼> 최병길 前광주로타리클럽 회장

매스컴 등 뉴스미디어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힘든 내용만 보도하고 있다. 청년실업률 최고, 공기업손실 수조원, 기업은 기업대로, 자영업자는 자영업자대로, 진로가 확실치 않은 학생들은 학생대로 가정은 가정대로 어느 한군데 안전한 곳이 없다.

하지만 이럴수록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명제하에 돌부리라도 걷어차서 나의 길을 찾아야하는 것이 숙명이랄까? 그러면 과연 우리는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관심을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 지덕체(知德體)에서 체인지(體仁知)로 변해야만 하는 현실을 깨우쳐야 할 것이다. 體(체)-몸을 움직여 체득한 것은 절대 잊지 않는다. 仁(인)-어진 생각과 판단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운다. 知(지)-체험적 지혜와 공감으로 타인의 마음을 어루만지다. 체험해서, 느끼는, 진짜, 지식의 탄생.

작가 유영만님은 중학교까지 시골에서 자라면서 수렵, 어로, 채취 등 농경생활을 했다. 겨울이면 산에 가서 땔감을 수집하고 눈이 오는 겨울이면 토끼사냥을 했으며, 비가 오면 도랑에서 미꾸라지를 잡았다. 봄에는 산과 들로 나가 채소도 재배하고 여름에는 뙤약볕에서 논과 밭을 매기도 했다. 시골에서 농사짓던 낫이며 호미 지게, 흙을 파던 삽 등 고기를 잡던 어구들의 사물에는 내가 살아온 삶이 그대로 담겨있다.

이런 도구와 연장에 담겨진 아련한 추억과 애틋한 사연은 나에게 생태학적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작은 원천이었다. 당시 농촌에 살던 사람들은 지리학자였다. 어느 계절에 어디가면 무엇이 있고 따먹는 시기까지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지금처럼 마트에 가서 시도 때도 없는 과일을 먹던 시절이 아니었다.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얻는 게 없던 시절, 몸으로 느끼고 체험했던 경험이 지금의 내가 있게 한 원천이었다.

그런 체험과 채취를 해야만 먹는 ‘절박한 정신’이 보릿고개를 넘기는 지혜를 얻어냈고, 60년대 70년대의 경제의 기근 속에서 지금의 세계경제대국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다. 사우디모래밭 건설현장에서 지근거리는 모래를 씹으며 40도가 넘는 기온에도 불구하고 온몸으로 시멘트와 싸웠던 영웅들의 체험과 정신이 우리몸속에 살아있다.

연봉 높고 남보기 좋은 직장을 찾으니 일자리는 바늘구멍이라. 군대 간 심으로 3년만 고생한다 치고 목장갑 끼고 기름칠하며 기술을 습득해보아라! 평생을 먹고사는 황금의 굴이 아직도 널려있다. 당장의 모습은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 고비가 지나면 내가 갖고 있는 최고의 기술로 최고의 대우를 보장받는 다면 충분히 도전해 볼만한 중대사가 아니겠는가. 더욱이 중간 중간 책을 가까이 하며 마음과 정신의 양식을 쌓는다면 이것은 금상첨화 일 것이다.

일전의 신문에 일류대 출신의 대기업 부장으로 잘나가던 30대 신혼부부가 뉴질랜드 벽돌학교에 입학하여 벽돌공으로 새로운 삶을 살겠다며 이민을 떠났다는 내용을 보았다. 대기업공체에 300명에서 1000여명이 입사를 하지만 마지막 중역까지 남는 사람은 불과 몇 명이 될까를 각자가 상상을 해도 알 것이다. 요즘은 30대 후반 40대 초중반에 명퇴 등으로 한창 일하고 돈쓸 나이에 길거리로 내몰린다는 것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좀 더 넓게 보아야 할 것이다. 컴퓨터가 하지 않는 일, 로봇이 할 수 없는 일, 사람의 숙련된 손길이 닿지 않으면 안 되는 일, 고도로 숙련된 내공이 깃든다면 부르는 것이 값인 그런 직업과 기술을 갖고 있다면 평생을 보장받는 것이 아닌가.

몸을 움직여 체득한 경험과 기술로 어진 생각과 판단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우며 체험적 지혜와 공감으로 자신을 영위하고 타인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그럴만한 위인이라면 더없는 인생을 사는 멋진 삶이 아닐까? 맨발로 맨땅을 밟는 기회를 상실하면서 생각의 ‘발로(發露)’를 찾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말로(末路)’를 앞당기며, 몸으로 부딪혀 체험하는 ‘접촉경험’이 사라지고 마우스 클릭으로 만나는 ‘접속 경험’이 늘면서 사색(思索)하지 않는 현대인들이 크게 늘었고 그들의 얼굴은 점점 사색(死色)이 되어가고 있다.

온몸으로 사유하는 체험적 깨달음보다 손가락으로 마우스를 클릭하면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검색하는 현대인들 우리 모두 검색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심각한 ‘검색병’에 걸려 있지는 않은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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