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말과 20세기 초 열강의 각축 속에 몽매한 상태에서 부평초처럼 역사의 격변기에 휘말렸던 한반도는 20세기말과 21세기 초 분단으로 고착화된 낡은 이데올로기의 껍질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실로 1세기만에 양상은 다르지만 중 차대한 선택의 시점에 서있다는 점에서 매우 흡사한 상황이다.

해방 후 처음으로 개혁성향의 정부가 들어서고 급진적인 민노당이 약진하는 등 지난 세월 반공,친미,보수,우익에 개발군사독재로 이어지는 한국사회의 주류세력의 약화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국민의식수준의 고양의 결과이며 최근 10여 년 진행된 정보화가 그 촉매제 역할을 했다.

1세기 전에도 개화파와 수구파의 대립과 갈등이 첨예화했지만 한반도 스스로가 자주적인 선택을 못함에 따라 강한 힘의 결집을 만들어내지 못했던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겪는 정치,경제,사회적 갈등의 대부분은 지난 1세기동안 외세와 이에 추종하는 일부 계층에 의해 왜곡되고 억눌려온 긴장의 끈이 풀리는 과정인 것이다.
너무도 오랫동안 집단무의식에 걸려있던 최면상태가 풀리면서 혼돈과 갈등이 필연적으로 수반되고 있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탄핵안이 기각되던 날 미국은 주한미군의 이라크 파병을 통보했다고 한다. 지난 50년 간 주한미군은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성역으로 한반도에 군림해왔다. 그 같은 주한미군의 감축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고 할 것이다. 항상 우리가 존경하고 흠모해온 혈맹과 맹방이라는 미국의 이미지가 과거의 그것과는 크게 달라졌고 우리에게 분단이란 굴레를 씌어준 원인자였다는 사실을 그동안 애써 외면해왔지만 젊은 정신은 그렇게 인식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이데올로기시절 유엔이라는 안전판을 중심으로 힘의 균형을 유지해왔다 구 소련붕괴 후 가속화된 자본의 패권화로 힘의 균형이 깨지고 새로운 질서를 찾아 지각변동하기 시작했다. 이라크에서 진행되는 미국의 더러운 전쟁은 점점 명분을 잃어가고 국제사회가 하나둘 등을 돌리고 있으며 아랍권의 분노는 뼈속깊이 사무쳐가면서 또 다른 민족적 문화적 갈등을 역사에 잉태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외적 이 같은 소용돌이 속에 한반도는 연착륙(soft landing)이냐 경착륙(hard landing)이냐의 기로에 서있다.

변화와 개혁을 통해 새로운 차원으로 이행한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혼돈과 갈등이 수반된다.
다만 그 명분과 철학이 구체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전체를 담아낼 수 있을 정도의 그릇이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분단극복이라는 주제를 우선순위로 혁신개혁정부의 브레인은 중지를 모아 조속히 상생의 개혁엔진을 완성해야하며 이를 바탕으로 흔들리지 않는 개혁을 드라이브 해야할 것이다.

박해권은 1960년 광주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와 동 대학원(경제학 석사)을 마치고 (주)천하제일사료 구매부에 입사하여 해외원자재 선물거래 딜러로 활동하였다. 이후 '삐삐콜'이라는 무선호출안내장치를 개발하여 새로운 개념의 광고서비스 사업을 전개하는 (주)아드맥의 대표이사로 재직하였고, 지금은 공동체문화 창조의 슬로건을 내걸고 있는 (주)광주뉴스의 대표이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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