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소개> 광주문화원 편집부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이 3월 20일로 코앞에 있다. 나무줄기들은 어느새 푸른 기운을 띠고, 냉이며 씀바귀며 이른 봄나물들은 한껏 몸을 부풀리고 있다. 이처럼 자연은 어김없이 때를 맞추어 질서 있게 순환한다.

우리조상들은 예로부터 때를 중시 여겼다. 일 년을 24등분하여 절기로 나누고 그 절기를 중심으로 생활해왔다. 자연에 순응하면서 살아온 것이다.

춘분(春分)은 24절기의 넷째 절기이다. 태양이 남쪽에서 북쪽을 향해 이동할 때 적도를 통과하는 점을 춘분점이라 하는데, 이때 태양이 적도 위를 똑바로 비추어 밤과 낮의 길이가 같게 된다. 경칩과 청명의 보름 중간이 바로 춘분이다.

이 절기는 본격적인 농사가 시작되는 시기이다. 특히 농사의 시작인 初耕(초경, 애벌갈이)을 엄숙하게 행하여야만 한 해 동안 걱정 없이 풍족하게 지낼 수 있다고 믿었다. 이 절기에 “하루 밭 갈지 않으면 한 해 내내 배고프다”라는 말이 전해지기도 했다. 겨울철에 얼었다 땅이 풀리면서 연약해진 논두렁과 밭두렁이 무너지는 것을 막으려고 말뚝을 박기도 하고 천수답처럼 물이 귀한 논에서는 물받이 준비도 했다.

<고려사> 사한조(司寒條)에 “고려 의종 때 의식으로 맹동과 입춘에 얼음을 저장하거나 춘분에 얼음을 꺼낼 때 사한단(司寒壇)에서 제사한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날부터 얼음을 꺼내 썼던 것으로 보인다.

<증보산림경제> 15권에 보면 옛사람들은 춘분에 비가 오면 병자가 드물고, 해가 뜰 때 정동(正東) 쪽에 푸른 구름 기운이 있으면 보리에 적당하여 보리 풍년이 든다고 믿었으며,  이날 구름이 없어 청명하면 만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열병이 많다고 기록되어있다. 이날 동풍이 불면 보리 풍년이 들고, 서풍이 불면 보리가 귀하며, 남풍이 불면 오월 전에는 물이 많고 오월 뒤에는 가물고, 북풍이 불면 쌀이 귀하다고 여기기도 했다.

옛날 중국에서는 춘분기간을 5일을 1후(候)로 하여 3후로 구분했는데 첫 번째, 제비가 남쪽에서 날아오고 두 번째, 우뢰소리가 들려오며 세 번째, 그 해에 처음으로 번개가 친다고 했다.

춘분이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음력 2월이라 비교적 바람이 많이 분다. ‘2월 바람에 김칫독 깨진다’, ‘꽃샘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속담도 있듯이, 2월 바람은 동짓달 바람처럼 매섭고 차다.

이는 風神(풍신)이 샘이 나서 꽃을 피우지 못하게 바람을 불게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춘분 무렵에는 ‘꽃샘추위’가 찾아오기도 한다. 이때에는 고기잡이를 나가지 않고 먼 길 가는 배도 차지 않았다 하니 특히 건강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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