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 광주문예연구회 정차숙 시인


“저녁이 아름다운 집인 석가헌(夕佳軒)에서 계속 시를 쓰며 살아가고 싶어요”

지난 18일 초월읍 대쌍령리 432-2번지 백마산 자락에 위치한 작은 찻집 석가헌에서 정차숙 시인(65)을 만났다. 한 평생 시와 함께 살아온 그는 1999년부터 현재까지 3권의 시집을 출간하면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광주문예연구회 부회장이자 한국문인협회 회원인 정차숙 시인은 어려서부터 시에 대한 관심이 남 달랐을 정도로 학교나 집, 어디든 시간이 날 때마다 취미로 글을 써왔다. 그런 그에게 하남에서 거주하던 1999년 한 선배의 추천으로 순수문학에 등단하게 됐다.

그가 시인을 늦게 시작한 이유는 성격과도 관계가 있다. 낯을 가리는 성격과 속박된 삶이 싫어 여러단체활동을 하지 않는 등 자유롭게 자신의 감성과 마음을 담아 시를 써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詩(시)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작은 생의 입자까지도 끊임없이 순환하는 신비의 대지 속으로 흡입되어 목청껏 토해내는 피 흘림이고 싶다”는 내용이 담긴 시집 2집과 함께 지난 2005년 광주에 처음 발을 내딛었다.

정 시인은 양벌리 대주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전 초월우체국장인 이재욱 시인과 친분관계를 가지며 시동산을 방문했고, 예전부터 자연 속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2010년 봄 대쌍령리 백마산 자락 주택으로 이사 오게 됐다.

자연 속에 숨 쉬는 집 석가헌이 처음부터 아름다웠던 것은 아니었다. 맨 처음 왔을 당시 건물과 작은 풀숲만 우거진 채 덩그러니 있었다고 한다. 그는 매일 자신의 정원을 가꿔나가며 자연과 함께 시를 쓰며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이곳을 같이 즐기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에 등산객과 시인들에게 집안에 갖가지의 서적과 함께 아름다운 테라스 풍경과 편하게 쉬다 갈수 있는 공간에 작은 찻집 조성해 茶(차)이야기 ‘석가헌’을 운영하고 있다.

   
석가헌은 하남과 양벌리에 살 당시 중부면에서 농장을 운영해 왔으며, 이 농장의 이름이 석가헌이며 그 이름을 본따 지었다고 한다. 저녁이 아름다운 집의 의미를 가진 석가헌은 시인들로부터 조금씩 소문을 타고 있다.

정 시인은 “복잡한 시내보다는 자연 속을 찾는 사람들로 등산객이나 시인들이 방문을 한다”며 “이 곳에 와서 자연소리와 감성이 담긴 시집들을 읽고 가는 분들이 ‘왜 이 곳에 사시는지 알 것 같다. 너무 잘 쉬었다가 갑니다’는 말을 듣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13년간 시인으로 활동해오며 1집 ‘자귀나무, 그 향기로 우는 나무여’, 2집 ‘갈색과 회색 사이’, 3집 ‘안나푸르나’를 출간해 광주문예연구회 부회장, 한국문인협회 회원,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미사리 시인들 회원, 산울림 문학회 회원 등을 활동해오며 2007년 좋은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근 그가 시와 더불어 주민자치센터에서 서예를 배우며 다도를 취미생활로 넓혀가고 있다. 또 최근에는 한복 만들기 등 전통 옷만들기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최근 4집 출간을 준비하고 있는 정 시인은 자신의 시를 서예로 작성해 일부 게재할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

‘비움, 또 한 권의 책을 내놓는다는 것은 내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완전히 비우는 것이다. 또 다시 그 허기진 곳을 채우기 위해 끝없이 갈망할 것이고 또 끊임없이 써야 할 것이다’라는 말을 남긴 정 시인은 현재도 산새가 지저귀는 자연 속에서 시를 써내려가고 있다.

 

시라는 것(석가헌)

                                                        정차숙


얼굴이 핼쑥한 걸 보니
시 몇 편 썻나보다고
며칠 만에 만난
허 시인의 말이다.

그래, 한 편의 시는
뼈마디가 부서지고
살점이 떨어져나가는
몸살을 치르고 나서야
탄생 되는 것

심장 어디쯤에서
바람 소리 숭숭 날 때면
내 시의 정령들은
온 핏줄 속으로
흐를 것이다

뜨거운 혼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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