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소리가 없습니다.
봄날 들은 비었고 사람은 그림자를 드리우지 않습니다.
차도 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부쩍 조용해진 새와 달리
어린 새끼를 가진 고양이만이 냐옹 거립니다.

이경달 객원기자
위로가 세 번으로 되지 않음을 알고 있습니다
누구는 일곱 번의 위로를 받는다지만
아홉 번을 올리고 그리고 나도 그 위로를 받고 싶습니다
그러나 위로가 무엇인지 모릅니다
삶과 죽음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말을 모릅니다
그 깊은 뜻을 알 때면 노란 종이비행기가 아니라도 하늘을 날고
내가 그의 마음 속을 자유롭게 드나들 것 같지만
평생 그럴 것 같지 않습니다 그러나,
알 수 없는 그 말에 고개 끄덕여지는 것은
손바닥에 올려 놓을 수 없는 안타까움에
목이 메는 까닭입니다
누구도 안타까운 이유를 묻지 않습니다.
이유를 묻기 전에 뚜닥거리는 눈물을 보기 때문입니다

   
▶(위로)
밭에서 풀을 베다가 부엉이를 보았습니다
깨끗한 큰 눈의 위엄에 내가 허리를 숙여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그리고 자랑하였습니다
백수를 바라보시는 노모가 이 곳에 계실 때
먹을 이것저것을 끄집어 내는 창고가 부엉이 집 같다고 하였지요.
부엉이 집을 뒤지면 이것 저것이 있다고 하지요
부엉이 바위 아래 붉은 꽃잎과 깃털은 무엇이었나요
자기를 불살라 하늘을 떠도는 혼들을 위로하고자 하였는지요
살아 남은 자들에게 올리는 마지막 한 그릇의 정화수였던가요

물 한 그릇의 의미도 희미한 나는 미워하는 것도 서툽니다
무엇이 미워하는 것인가요
미움에 서툰 내가
삶과 죽음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너와 나의 구분도 희미해짐을
언젠가 느끼고 깨달으면 미움이 무엇인지 알까요
내가 할 일은 용서를 구하지 않는 그들을 잊지 않으려고
살을 꼬집고 허벅지를 찌르는 것입니다.

   
▶(노란 매화)
잘 가시오 이르게 이런 말을 뱉을 수가 없습니다
평안하십시오 잊어버리는 것이 평안이 아님을 알고 있습니다
삼우제가 아닙니다 당신에게 구우제를 드리고
남은 자들이 삼우제를 당신에게서 받을 것입니다
살을 꼬집고 허벅지를 찌르면서 위로를 받는 것입니다
죽어서 갈 곳이 어디 있습니까 예가 그 곳이고 그 곳이 예이니
다시 만나겠지요.

-여우촌에서

이경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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