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상 중상해의 범위와 헌재결정의 의의

뼈가 골절되는 부상이 중상해가 아니라고요?
그것이 고의든 과실이든 뼈가 부러지고 살이 찢어지는 고통을 준 차의 운전자에게 사과와 합의를 요구하는 게 지나치다고요?
남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그 가정에 불행을 안겨 준 사람에게 형사적 책임을 묻는 게 지나치다고요?
참! 별소리 다 듣겠습니다.
뼈가 부러지는 고통을 당해봤수?
차리리 죽는 게 났다고 여길만큼의 고통을 당해봤수?
안 당해봤으면 말을 하지 마쇼!

형법상 중상해의 범위와 헌재결정의 의의

참! 말들이 많다. 지난 26일자 헌재가 결정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4조제1항 본문에 대한 위헌결정을 두고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여론의 향배에 따라 춤을 추듯 오만가지의 추측과 저울질이 난무하고 있다.

쓸데없는 말들을 주절대는 사람들 대부분은 향후 합의과정에서 불편한 입장에 서게 될 교통사고 야기운전자의 입장을 우려하고 두둔하는 뜻한 주장으로 집약되는데, 그야말로 아전인수와 다름이 아니다.

더 가관인 것은 결정의 계기이자 문제의 본질인 법익의 균형성 회복을 비롯한 인간성 회복 등,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가는 교통사고에 대한 논의와 우려는 간데없고 공소제기의 기준이 되는 '중상해'를 어떻게 정해야 할 것인가에 관심과 촛점이 모아지고 있다. 이러한 관심과 논란은 소, 닭, 돼지와 같은 가축도 아니건만 부위에 따라 가격을 정하고 흥정하는 모습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

그 죄질의 크고 작음에 대한 판단은 형사소추기관 또는 사법부에 맡겨 두고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비는 게 당연하고 옳지 아니한가. 그것이 과실이든 고의이든 교통사고이든 사이코패스의 난동에 의한 피해이든 피해를 당한 입장에서 보면 마른하늘에 날벼락과 같이 황당하고 억울한 봉변임을 어찌 생각지 못하는가. 짐작컨대, 아전인수 격인 이들의 주장은 우리 모두는 운전자 또는 예비운전자이기 전에 보행자라는 사실을 간과한 채, 전체 국민의 절반에 가까운 숫자가 운전자라는 생각이 먼저 작용한 탓으로 여겨진다.

금번 헌재의 결정에 의하여 이전과 달라지는 점은 교통법규를 위반하여 사람을 크게 다치게 한 운전자는 자신의 부주의와 위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사고에 의하여 피해를 당한 사람에게 사과를 하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는 것이므로 정상적인 사고를 지닌 운전자라면 하등에 우려할 이유가 없다.

문제의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지난 70년대 후반부터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한 오너드라이버 시대 즉, 특권층과 부유층의 마이카 시대에 따른 그들의 불이익을 우려하여 제정된 법률(1981 제정. 1982.1.1.시행)이며, 세계적 기준에 비추어 가해자에게 지나치게 관대한 게 사실이고 특히, 금번에 헌재로부터 위헌판결을 받은 제4조제1항은 미처 용서할 준비가 안 된 피해자를 대신해서 국가가 가해자를 용서하는 법률이라는 점에서 폐지함이 마땅하다.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사과를 받고 용서할 여유조차 국가가 법이라는 이름으로 가로 막는 행위를 어찌 정상적인 법치라 말할 수 있겠는가. 피해자에게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는지에 대한 의사를 물어 처벌여부를 결정하는 ‘반의사불벌죄’조차 불필요하다는 생각은 분명 비정상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배상할 돈이 준비돼 있다면 사람을 해쳐도 무방하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고 교통사고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따라서 당해 법률은 인명경시와 불신 풍조를 몰고 온 법률이라는 점에서 탄생하지 말았어야 할 비인간적이고 비민주주적인 법률임이 분명하다.

이러한 점에서 금번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은 자신의 편의를 위해 사용하는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였음에도 병문안의 고사하고 사과의 말 한마디조차 불필요한 것으로 조장하고 여기고 있는 비이성적인 세태와 교통사고가 유난히도 많이 발생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지극히 인간적인 양심과 책임통감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오히려 미흡하고 뒤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금번의 헌재판결은 세태를 이 지경으로 몰아넣은 기성세대의 반성이라 점에서 그 의미를 찾아야 한다.

판결문을 통해서 어렵지 않게 알아차릴 수 있듯이 우리나라의 전체 자동차 중 90%가량이 가입하고 있는 종합보험이 자신의 이익을 쫓다 타인을 살상한 잘못을 상쇄시켜주는 수단으로 오용되거나 오인되고 있는 세태로 인하여 인명이 경시되고 있음에 통탄하는 양심세력의 목소리에 담긴 의미를 뒤늦게나마 알아차린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운전이란 기본적으로 다른 교통참가자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 방법으로 차와 도로를 사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교통법규를 포함한 교통안전수칙을 준수하고 예외 없이 양보하고 배려하는 운전자에게는 하등에 우려할 이유가 없는 게 헌재의 결정에 의한 향후의 변화이므로, 중상해의 범위에 대한 논란보다는 운전면허시험제도와 같은 운전자에 대한 검증체계의 효율성 증대방안과 더불어서 보행자를 포함한 상대적 교통약자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법령정비, 교통사고조사 및 손해보험제도의 합리적 운용방안 모색에 중지를 모아야 할 때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운전자여러분!
우리나라에서 연간 발생하는 교통사고의 20분1의 수준에 불과한 나라들의 국민성이 우리보다 더 나은 점도 없고 교통여건이 특별한 것도 아닙니다. 여러분께서도 잘 알고 계시다시피 사람이 크게 다치는 교통사고의 대부분은 비교적 교통량 적은 도심지를 벗어난 지역의 도로에서 발생합니다. 따라서 교통사고는 좀 더 조심하고 주위를 기우리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인재라는 사실을 유념하시고 이번 기회에 여러분의 운전능력과 안전지식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정강 (녹색자동차문화교실/녹색교통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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