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촌 편지>

 지난 밤에 보이던 달은 산을 덮었습니다. 약간의 새털 구름을 날개로 하고 떠 오르는 모습에 산등성은 밝고 길은 빛났습니다. 그 밤길을 딛고 다시 돌아 온 이 곳입니다. 더운 느낌의 도회지와 달리 집 앞을 흐르는 낙차가 있는 냇물이 내는 소리와 찬 기운에 숨이 트였습니다. 살 것 같다. 그녀도 동시에 소리를 냈습니다. 그녀도 괴로웠던가요. 잎과 가지에 가린 달 빛이었지만 길을 걷는 데에 문제가 없었습니다. 익숙한 증거인가요. 달밤을 둘이서 천천히 걸어 마당에 섰습니다. 아 달이 밝다. 그래 달이 크고 맑다. 밝은 누구의 말에 크고 맑음으로 화답하였습니다. 여자들의 옷차림에서 괴로운 것이 브래지어라고 들었습니다. 그녀도 그게 괴로운 듯합니다. 옷차림이 불편했느냐는 내 물음에 대한 그녀의 말로 짐작하였습니다. 불편한 옷에 더위와 더불어 분명한 불편함을 그녀가 느낀 것이었겠지요. 내가 머문 가까운 곳에 공원이 있었습니다. 저녁에 얼큰하면 더위를 빗대어 벤치에서 잠을 청했습니다. 모기보다 괴로운 더위를 공원벤치에서 보낸 것입니다.

이경달 객원기자
우주의 크기. 허블 부피. 빅뱅 이후로 지난 시간은 137억 년이지만 볼 수 있는 것은 400억 광년이라고 합니다. 팽창하여 멀어진 탓입니다. 이것을 허블 부피라고 합니다. 허블 부피 바깥 장소에서 일어나는 것은 우리와 무관합니다. 양자 사이에 아무런 인과적인 연결이 없습니다. 독립적인 이런 우주들의 집합을 다중우주 또는 메가버스라고 합니다. 우리는 그냥 독립적인 우주에 삽니다. 우리와 무관한 그들의 우주는 우리가 무엇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독립된 우주에 사는 것입니다. 우리의 법칙은 우리의 우주에만 있습니다.

   
▶(아침마당의 장독대와 산안개)

이 우주에는 정상 물질이 4.4%밖에 되지 않습니다. WAMP에서 측정한 것입니다. 22%의 암흑 물질과 73%의 암흑 에너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정상물질. 마당에서 걷어 차이는 돌이고 오는 비이며 하늘의 볓 빛이며 원자폭탄의 열이 그것입니다. 나머지 95%에 암흑 물질과 에너지를 상정하지만 정체가 확실하게 밝혀진 것이 아닙니다. 수백개의 나선은하의 회전 속도를 측정할 때 눈에 보이는 중력만으로 중력효과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암흑 물질은 여기에 들어 맞는 물질입니다. 암흑에너지. 우주의 기하학적 구조의 유지와 팽창속도를 가속시킨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입니다.

   
▶(아침 햇살이)
이 우주에 이런 것을 결정하는 네 개의 힘 가운데 하나인 나선운하의 중력을 미리 이야기 했습니다. 중력. 고전 역학에서 뉴턴에 의해 알려졌습니다. 또 전자기력이 있습니다. 맥스웰에 의해서 전기력과 자기력이 통합되었습니다. 우리의 핸드폰이 상품화 된 근간의 이론인 힘입니다. 인간 내부나 외부의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힘입니다. 끝으로 강한 핵력과 약한 핵력이 있습니다. 이 우주에 다른 힘은 없습니다. 힘이 에너지고 힘은 질량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려졌습니다. 우주의 나선 운하도 마찬가지로 보름날 쥐불놀이로 작용하는 중력에 대응하는 원심력이 없으면 쥐불놀이의 깡통이 뛰쳐나가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암흑 물질이 상정된 것입니다. 차가운 물질입니다.

   
▶(빛의 그림 - 그녀 방에서)
원자를 쪼개면 양성자도 있고 중성자도 있고 전자도 있습니다. 양성자가 가진 동일한 양전하가 뛰쳐나가지 못하도록 잡는 힘이 강한 핵력입니다. 정말 강한 힘입니다. CERN의 실험이 보도되었습니다. 빛에 가까운 상태로 가속되어 부딪히는 입자가 양성자 한 개와 한 개입니다. 너무나 작은 질량으로 만들어지는 블랙홀이니 소설 같고 사이비 종교같은 글자 놀음의 블랙홀이 아닙니다. 안심해도 됩니다. 질량이 충분히 큰 별이 붕괴되어 나타날 것이라는 가정의 이름으로 상정한 것이 블랙홀이기 때문입니다. 실험실 내에서도 유사하게 측정된 현상만을 발견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이 실험실에서 상징적으로 반물질로 힉스입자가 흘러 나왔습니다. 아마 137억 년 전의 순간을 묘사하는 문학적이고 시적 표현으로 사용한 언어가 힉스입자라는 생각입니다. 우주를 기호로 쓰는 시로 생각하는 분이 있는 듯합니다.

반물질. 양전자. 전자는 음의 전기를 가진 음전자입니다. 그런데 어찌어찌 한 결과, 양의 전기를 띤 구름덩어리 곧 양전자를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반입자물리학이 성립되었습니다. 디랙 방정식을 거쳐서 칼 앤더슨이란 분이 발견한 것입니다. 힉스 입자. 아직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입자. 그래 입자입니다. 표준모형에서 스칼라입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양자론이 지금 우리 둘레에서 무엇을 남겼는가요. 원자폭탄 수소폭탄을 넘은 중성자탄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핵융합발전소도 있습니다. 이번에 돈줄을 댄 것이 전 세계의 국가 차원일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 재미 있는 표현도 많을 것입니다. 질량 영인 물질이라든가. 땅에 사는 고전 물리학의 인간들에게는 이해되지 않는 용어이고 설명입니다. 그런 우리생활에 알아듣기 힘든 소리지만 가까운 시일 내 이로 인해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을까요. 지금같은 금융위기의 세계에서 지나친 발상인가요.

'과학의 궁극적인 목표는 전체우주를 기술할 수 있는 단일 이론을 내 놓는 것이다. 만약 완전한 이론이 발견된다면... 우리는 신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스티븐 호킹의 피력된 소감이었습니다. 우주의 원리를 신으로 염두에 둔 그입니다. 그에게 지구내의 종교의 신은 너무 작아 보입니다. 신의 마음이란 괜찮은 방정식으로 이해하면 될까요. 그는 힉스입자가 발견되지 않는 쪽으로 100달러인지 100파운더인지 내기를 했다고 하더군요.

인간이 가진 정보의 전달은 빛보다 빠를 수가 없습니다. 인간의 지난 행위 그러니 절이나 교회를 다녔던 기억의 에너지를 전달할 빛 보다 빠른 정보는 없습니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이론을 따르더라도 빛보다 빠를 수 없습니다. 살았을 때의 종교적 경험이라는 정보를 가지고 빛으로 속도로 어디로 가고 싶은 것인가요. 빛의 속도로 갈 에너지는 어떻게 구할 것인가요. 이 우주 어디에 천국을 상정하고 있는 것인가요. 과학의 세계에서 논의되는 신은 지구상에 던져진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일정한 질서를 찾는 분이 한 말일 뿐입니다. 전체우주를 기술하는 단일 이론이 아닌 확률의 이론도 있기 때문입니다. 자이나교의 신전에서 논의되는 '우주는 늘 존재해 왔고 누가 만든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런 이론과 비슷합니다. 우리는 지구에 태어나서 지구를 벗어 날 어떤 에너지도 없습니다. 종교의 천국은 사는 이 곳을 상정한 것입니다. 차가운 우주의 어느 공간이 아니라 지구상의 황금에 가치를 두고 지상에 흐르는 젓과 꿀을 그리움으로 진화해 왔습니다. 그리고 상업적으로 결탁하고 현재인 것입니다.

이제는 뇌 과학이 꽤나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신들림. 주술사나 마술사의 마을지배. 성령의 강림이라는 이 현상 뒤에는 지구를 결코 탈출할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이 깃들여 있습니다. 곧 DNA와 뇌와 육체의 관계인 것입니다. 근래에 이런 현상을 두고 벌어지는 두 부류의 집단을 봅니다. 기도나 명상 중에 환상이나 환청을 본 이것에 대한 접근입니다. 그것을 종교적인 귀한 경험으로 여기는 쪽과 단지 떠 오르는 잡념이니 떠나가도록 매달라지 말라는 것입니다. 어느 개신교 종교인이 참선을 하더니 자기의 뒷모습을 본다는 것과 기도 중에 기도하는 자기의 모습을 높은 위치에서 보았다고 합니다. 자랑이었습니다. 자랑이라는 것은 그것에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입니다. 이 현상은 뇌의 측두엽 곧 간질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고 재현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신들린 사람들도 의학적인 치료를 통해서 사회적 복귀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CERN에서 행하는 것과 짝을 이루는 것이 이런 뇌 과학입니다. 여태 금기로 된 이유는 육신과 영혼이라는 단순한 이원론에 근거한 어떤 사고 탓입니다. 의식은 정합성이 떨어진 꿈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꿈을 꿉니다. 꿈에 의미를 부여하는 분들은 꿈의 노예입니다. 명상이나 묵상 중에 본 환상이나 환청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괴롭거든 정신과 병원을 찾으면 됩니다. 그 곳에는 아무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우주에는 네 가지 힘 뿐입니다. 무슨 무슨 기운을 느끼는 분도 자기가 헛것을 본다고 생각하고 매달리지 않으면 나의 삶도 그기에 매달리지 않게 됩니다. 예시를 받았니 하는 것도 같은 것이겠지요. 삶의 근간으로 삼을 게 있다면 '단지 바라 보기만하라'는 것이겠지요. 우리의 의식이나 생각도 지구를 벗어 날 어떤 에너지도 가지고 있지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 들이는 것입니다. 차라리 능력이 되면 종교적인 가치를 찬찬히 공부할 일입니다. 종교 단체의 기도 내용이나 하는 말의 내용은 그들이 공간과 시간에 제약받는 현실에서, 돈의 필요성에 갈급하는 것이고 건강이 두려운 것입니다. 당연한 현실입니다. 단지 바라보는 현실에는 자신이 술꾼임을 알고 내가 저지른 것이 미안한 행위임을 알면 사과하는 것입니다. 쉽고도 먼 길입니다.

   
▶(누가 주고 간 동종)
새벽입니다. 빨랫줄의 거미와 빨래 집게에 숨어 있던 거미가 발 밑의 젖은 풀잎이 길 걷는 사람을 머뭇거리게 만들듯이 머리카락에 붙습니다. 도회지의 새벽은 갈 데가 없었습니다. 문을 열면 자고 있을 그들이 깰 것과 대문을 열면 일어나서 내게 말을 걸 것에 부담을 느꼈습니다. 더워서 열어 놓은 창문으로 지나는 차 소리를 밤새 듣고 가로등 불빛에 시달렸습니다. 그런 다음 날 다른 공간에서 이슬 젖은 풀잎을 밟고 있습니다. 하루 이틀이 지나니 그리워진 추운 산골의 새벽입니다. 산골에 때가 묻은 탓인가요. 발을 더듬어서 다녀오는 화장실이었지만 암모니아 냄새도 그리웠습니다. 양변기가 불편했고 한끼 식사를 제대로 한 기억이 없었습니다. 먹기 귀찮았습니다.

-여우촌에서

이경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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