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곽인식 논설위원

속담에 ‘세닢 주고 집 사고, 천냥 주고 이웃 산다’고 했다. 옛날엔 귀한 음식이었던 떡을 주고받으며 이웃 사이에 인정(人情)을 나누던 미풍이 오늘에 와서는 새로 이사와 이웃에 떡을 돌리면 반갑다는 인사 받기는커녕 문전박대당하기 일쑤라고 한다.
어떤 집은 벨소리에 아이가 깼다고 화를 내며 ‘문 앞에 두고 가라’고 소리를 질렀다. 전세를 얻어 이사가 떡을 돌리자 ‘자기 집도 아닌데 무슨 떡을 돌려, 별일이야’라며 핀잔을 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렇다 보니 이사 떡을 돌리는 풍습도 사라져 가고 있다.
어느 아파트엔 2013년 70가구가 이사 왔는데 떡을 돌린 집은 2가구뿐이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이웃 간에 층간 소음, 주차, 쓰레기 버리기, 애완동물을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을 만도 한다.
필자는 도시에 살다 두메산골로 2002년에 이사를 왔는데 전혀 모르는 사람의 내용증명이 왔다. 내용은 자기 집의 땅이 일부 도로에 침범되어 있으니 그 길로 다니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하도 기가차고 어이가 없어 관계기관에 문의하니 “자기 땅이라도 도로에 편집되었으면 도로로 인정해야지 그곳을 막으면 땅 주인이 형사 입건된다”는 설명을 듣고 마음을 놓았다.
인생을 살면서 ‘투서’나 ‘내용증명’, ‘소장’을 내는 것은 평생 한건도 없어야 한다. 위에 든 예는 하는 사람만이 단골로 하게 되어 있다.
필자가 1968년도 지도소에 있을 당시 청와대에 정책건의문을 냈더니 농림부로 이첩돼 농촌진흥청으로 와서 ‘정책건의문 내용을 보고해 달라’고 하고 농촌진흥청 관계자가 나를 오라더니 체계적으로 시·군지도소-도농업기술원-진흥청-농림부를 통하지 않고 직접 청와대에 냈다고 핀잔이 대단했다.
그 후 청와대에서 집으로 서신이 왔다. 그 내용에 대해 의논하고 싶으니 청와대에 오라는 내용이다. 또 청와대에 가면 계통을 통하지 않고 갔다고 핀잔을 들을 것 같아 안가고 있으니 등기로 왔다.
혼자 생각하니 말단 7급 공무원이 더 이상 안가면 예의가 아니라 처음 청와대로 가서 관계자와 1시간동안 설명을 한 기억이 나고 그 설명은 줄이기로 한다.
이 일이 소문이 나 당시 광주군청과 지도소는 100m밖에 안 떨어져 있어 군청에서 직원들이 소곤대며 “지도소 곽인식이가 청와대에 투서를 했다”고 하니 사표를 내고자 했다. 당시 동부면지소(현 하남시) 지소장님께서 “곽선생님은 국가를 위해 정책건의문을 내셨는데 모르는 사람들이 투서라고 했으니 사직은 마십시오”라고 하신다. 그 말이 100% 맞아 사직을 철회한 기억이 난다.
이 이야기는 투서와 건의문을 분간 못하는 것이 안타깝고 또한 이웃 간에 소송을 내고 투서를 하는 것을 보고 이 글을 쓰게 됐다.
이웃사촌 만들기에 내 나름대로 시작해서 마을이 싫은 몇집은 스스로 이사를 가고 지금은 50여 세대가 이웃사촌으로서 ‘행복 1번지’, ‘문화인의 마을’로 남이 부러워하는 마을로 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