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달
꿈을 꾸다. 비가 내렸다. 천장에 떨어지는 빗방울 보며 짜증을 내다. 낯선 집이었다. 내가 몸을 눕힌 집이었다. 집을 나서 강으로 갔다. 고기들이 크고 아름다웠다. 비탈의 물은 맑았다. 저 건너편에 걸려 있는 양철쪼가리와 강을 건너는 그들 뒤로 일어나는 탁한 물을 보다. 발에 물을 적시고 돌아 나왔다. 바닥은 돌이 오래도록 깎인 곳이었다. 깨니 침상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심한 몸살로 누운 한낮의 꿈이었다. 낯선 집에 비가 내리고 강이 보이는 꿈을 꾼 것이다.

이경달 객원기자
그녀
얼굴이 맑다
중이염 흔적의 붓기가 빠져서 그런가
혼자 생각하였다
깊은 산과 무관하게 부산한 그녀를 본다
몇 일을 그녀와 함께 일을 하였다
내가 그저께 드러누워 이틀만에 일어났으니
그녀는 아마 호젓하였을 것이다
보이는 들과 논은 다 채워졌다
그들이 산나물을 뜯고 그들이 밭을 가는 것을
무슨 생각으로 하였는지 의문이다
나물을 위해 산을 건너가는 그들은
오래된 기억의 무작정 행동인가
그녀가 멀리 나물을 뜯으러 가는 것을 말렸다
마당가에도 먹을 돌나물이고 부추다
또
저 밭의 풀 속이 나물이다
나와 무관하게 산은 짙어진다
잠시 내가 그 곁에 머물러 있다
봄에 아픈 분들을 본다. 겨울이 긴 탓이리라. 그런 몸을 들고 들에 나서는 나이가 많은 그들의 걸음걸이를 본다. 농사꾼 중에 은퇴한 분이 드물다. 지친 봄날이다. 곧 단오가 지나면 쟁기 날을 닦을 것이다. 그 때도 호미는 늘 제자리다. 호미는 여자들의 일상이다. 여자에게 농사는 무엇인가. 산골이나 박한 촌이나 어촌에서 그들의 삶은 고달프다. 그리고 아무 것도 아니다. 육신을 사용하는 즐거움도 정도가 지나치면 무엇도 아니기 때문이다. 호미와 텔레비전 그리고 암소 한 마리와 송아지 한 마리 그리고 라디오가 일상이다. 작은 농사에도 필수가 된 농약 통은 지금부터 들이 비워지는 그 때까지 함께 한다. 내가 농사일로 품을 팔지 않은지 오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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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풀 | ||
무슨 일을 하느냐
반문해도 뭔가 희미하다 하는 일이 희미하다
일생이 희미한가 그런 물음이 뒤 따른다
꿈이 희미하다 희미한 가운데 물가에 앉은 일이 많았다
물가에서 고기를 보고 물을 보고 돌아 선다
그 물 아래 무엇이 있는지
혹 가장 가깝고 가장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죽음의 장소이고 나라는 실체가 어른 거리는 곳이 아닌지
반문이다
마음이 가벼웠다
마음에 무게가 있다
무거운 마음이 한번의 꿈으로 가벼워진다
그녀가 단지를 정리한다. 한 아름의 천마를 누가 보냈다. 그리고 이것저것도 덤으로 보냈다. 무엇을 만들어 달라는 부탁이었다. 음식을 담기도 하지만 만들기도 한다. 그냥 먹지 못하는 그것이 어디에 필요한지 나는 묻지 않았다. 날이 지나고 달이 지나면 그가 가지러 올 것이다. 나는 균들의 진한 향내를 날것의 천마에서 느꼈다. 균 덩어리를 그가 어디 특별히 쓸 데가 있어 이리저리 구해서 보낸 것이리라. 아픈 사람들이 참 많다. 삶이 아픈 것이고 아픈 것이 삶이라는 것을 들 위 산중턱에서 보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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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오래된 다리 | ||
그리고 아프다고 한다
뒤쪽 산을 두고 아프다고 한다
앞쪽 내를 두고 아프다고 한다
그리워서 아프다고 노인네가 말을 낸다
종일 고추모종을 한 그들이 허리를 들지 못한다
이골 저골에서 심던 배추와 무 자리는 고추 감자 옥수수가 자리잡았다
그리고도 아프다고 한다
언제 그들을 만나도 아프다고 하고 어느 때 그들을 만나도 아프다고 한다
아픈 그들이다
곧 망종이다. 산골이라 이르게 심는다. 비닐하우스에 모종이다. 다양한 기술이 그들에게 절기는 그냥 절기다. 단지 망종을 지나고 단오가 지나면 제대로 더위가 온다는 즐거움이다. 여름이 좋다. 여름이 좋고 겨울은 길다.
-여우촌에서
이경달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