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기관, 자전거교통사고 통계 입맛대로 가공 재생산

부실한 교통사고통계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문제될 게 없다고 강변해 오던 경찰청과 산하연구기관인 도로교통공단이 최근, 그동안 발표해 왔던 교통사고통계의 부실을 자백하고 시정을 다짐하는 공개 토론회를 개최해 관심 있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지난 7월 9일자 도로교통공단(이사장: 정봉채)은 교통사고통계 정상화 방안을 주제로 공개토론회를 개최하고 그동안의 과실과 개선 후 효과에 대한 보도자료 등을 배포한 바가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지속적인 문제제기에도 시정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관계 책임당국의 수장을 두 차례(06년10월, 08년1월)나 검찰과 언론에 고발하고 국회 국정감사를 이끌어 내는 등의 시민단체의 노력도 노력이지만 일부 소신 있고 사려 깊은 언론의 협조와 기자의 양심에 따른 끈질긴 심층 추적보도가 함께 했기에 가능했다.

"정부, 경찰이 집계하여 발표해 온 교통사고통계 부실 자인"

"정확한 통계가 집계되면 교통사고 예방 및 재발방지는 물론이고 국제적인 신인도가 크게 상승·개선될 것이다."라고 밝힌 도로교통공단의「교통사고정보 통합관리 시스템 구축」관련 자료를 그 근거로 작성된 언론보도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연간 발생하는 교통사고가 그동안 경찰이 집계하여 발표해 온 통계의 3.5배~4배가 넘는다는 지적이 사실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정강( 녹색자동차문화교실/녹색교통정책연구소)
도로교통공단이 ‘도로 외, 사고’가 포함된 손해보험사 및 공제조합의 자동차사고 통계와 ‘보험미가입 자동차에 의한 사고’가 포함된 경찰의 교통사고 조사·처리 통계 중, 도로외 사고와 중복된 사고 부문을 제외하고 집계한 2008년 교통사고 통계에 의하면 83만여 건의 사고가 발생하여 122만1113명이 사상한 것으로 확인됨으로써 우리나라의 교통사고는 자동차의 증가추세에 따라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0년간 발표해 온 나의 연구 자료가 몽땅 쓰레기로 전락해 버렸다."는 어느 대학부설 연구소 소속 연구원의 자조 섞인 양심고백을 통해서 그 실상을 짐작할 수 있듯이 부정확한 통계에 근거한 부실 연구가 낳은 정책적 오류와 그에 따른 예산낭비, 실추된 국가적 위상에 따른 직·간접적인 피해 등, 부실 통계에 의한 국가적 손실은 실로 막대하다.

"통계 역사 단절, 과거 기록과 현재 기록 비교분석 불가능"

단순한 축소 통계가 아니라 사안별 부문별 사고유형별 차이가 천차만별인 점이 더 큰 문제로 지적돼 왔고 그러한 이유로 "입맛대로 활용되는 고무줄 통계"라는 지적을 면치 못했던 우리나라의 교통사고 통계는 안타깝게도 OECD에 통보돼 국가 간 교통실태 비교·분석을 위한 연구 자료로 활용해 왔기 때문에 그 후유증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이른바 10대 중과실사고조차도 실제 발생한 사고의 절반가량만 통계에 집계되고 경찰의 조사가 이루어지는 등, 통계부실의 원인과 교통사고 재발 원인으로 지목돼 왔던 교통사고 신고율 감소현상 및 형평성이 결여된 조사·처분관행에 따른 법감정 해이와 도덕적 해이에 관한 부분이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10대 중과실사고 중 약 55% 경찰조사에서 누락"

문제는 또 있다. 모르고 행했든 알고서도 모른 척 행했든지 간에 국민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해 왔던 정부 및 산하 연구기관을 비롯한 일부 언론과 민간연구기관이 반성은커녕, 그 부실과 폐해가 만천하에 드러나 인용할 수도 인용해서도 아니 되는 경찰의 교통사고통계를 여전히 자신의 입맛대로 가공하여 활용하고 있어 그 뻔뻔함이 하늘에 다을 지경이다.

관계 당국의 홍보 탓을 하는 일부 언론과 종사자들이야 그렇다하자. 하지만, 학자임을 자처하고 도로교통의 안전을 위해 존재한다는 정부산하 연구기관의 종사자와 사회로부터 얻은 이익을 환원하는 차원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비영리민간연구기관의 부당하고 자가당착적인 행태를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지, 참으로 난감할 따름이다.

필자의 "경찰청 통계에 대한 문제제기 및 개선의 필요성 제시 작업"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왔던 손해보험당국의 '자동차사고 통계(발생건수, 사상자수)'와 새로운 집계방식에 따라 도출한 '도로교통공단의 2008년 도로교통사고 통계' 간에 나타나는 10% 미만의 차이는 "보상 또는 배상금 청구 시 경찰이 발급한 '교통사고 사실 확인원 첨부'를 원칙으로 정하고 있는 일본과 미국 등지의 그것(*도로외 사고, 보험미가입자동차 사고로부터 비롯된 차이)과 유사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차대차, 차대보행자, 차대자전거 사고 등, 사고의 유형에 따라 최소 2배에서 최고 7배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경찰청 통계와, 새로운 방식으로 집계한 2008년 통계 간의 비교는 그 자체가 불가능하고 무의미함으로(*차대차사고는 상대적으로 신고율이 높은 반면에 차대사람 및 단독사고는 신고율이 현저하게 낮음), 시급을 요하는 사안이 있어 굳이 비교 분석할 필요가 있었다면 이미 존재의 가치를 상실한 경찰통계가 아닌 "보험당국의 자동차사고 통계"를 활용함이 마땅할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인사들은 오르지 자신들의 훈장과 학위를 지키기 위한 목적 때문인지, 갖은 협박과 비난에도 굴하지 아니하고 국민안전 위협요소와 국가발전 저해요소 척결을 위해 애써 온 사람(▲시민단체선정 2008 올해의 교통문화인)의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기는커녕, 여전히 활용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관계에 따른 통계역사의 단절(역사성의 단절)을 부정하고 감추려는 데에만 전념하고 있다.

부실의 원인이 어디에 있든지 간에 지속적이고 구체적인 문제제기와 대안제시에도 불구하고 부실한 통계를 국민과 국제 사회에 제공해 왔던 경찰청과 그 산하기관이 뒤늦게나마 그간의 과오를 스스로 공개 자인한 날로부터 채 1주일이 지나지 아니한 시점인 지난 7월14일경 또 다시 2008년 통계가 포함된 경찰청통계를 인용하여 사안을 오도하고 국민을 우롱하는 만행을 자행하고 있어 치미는 분노를 자제키 어렵다.

"잘못은 빨리 인정하는 게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는 현명한 선택"

2008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도로 교통사고는 경찰청이 발표한 21만5천여 건의 4배에 달하는 83만 여건이고 83만 여건의 사고로 사상한 사람의 수는 34만 여명(경찰청 통계)이 아닌 125만 여명이라고 정정하여 발표한 보도자료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경찰통계(04년~08년)를 그 근거로 하여 "전체 사고는 감소하는데, 자전거교통사고는 증가"를 기관의 이름을 앞세워 운운하는가 하면, 같은 기관에 소속된 기교수라는 사람은 "전체 사고는 감소하는데, 보행자사고율이 선진국보다 월등하게 높고 그 이유는 부족한 교육 때문"이라는 등, 부실통계를 인용하여 사안의 본질을 애써 왜곡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저들이 인용한 경찰통계에 나타난 07년~08년 전체사고 부문은 "전체사고는 감소하는데..."와도 불일치 할 뿐만 아니라, "자동차 중심의 제도와 교통여건"으로부터 빚어진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채, 관련 사고의 피해자이자 상대적 교통약자인 자전거사용자와 보행자의 교통의식을 침소봉대하여 여론을 오도하고 책임을 전가하려는 작태와 때를 같이한 손해보험사 산하 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발표한 "국내 자전거교통사고 특성분석" 제하의 7월27일자 보도자료는 가히 교통사고왕국의 면모를 만방에 떨치고도 남음이 있음이다.

"자전거이용자 및 보행자 과실 침소봉대는 진실 은폐와 여론 오도용"

경찰이 집계하고 도로교통공단이 가공·생산한 결과가 어떠하던 간에 최근 5년간(도로교통공단: 04~08년, 민간연구소: 03~07년) 자전거 교통사고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면 자동차 수의 증가추세에 따른 전체 교통사고가 그러하듯이, 이용률 급증이 자전거 교통사고 증가추세의 가장 큰 원인이라 할 것이고 신고·처리된 사고만을 집계하는 경찰통계의 특성상 손해보험(일반상해보험) 가입률 증가와도 무관하지 않은 현상일 것이다.

물론, 안전장구를 착용하면 하지 않는 것보다는 부상의 위험이 낮아지는 게 사실이고 모두가 알고 있는 위험이다. 때문에, 그게 누구이든 안전모 착용 권유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반면에 보행자사고가 증가한다고 철갑과 투구를 착용하지 아니한 보행자를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듯이 출근길 헤어스타일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자전거출퇴근자(자출족)와 안전모를 휴대할 수 없는 대여자전거 이용자(대전시: 타슈~ / 파리: 밸리브-Velib 참조)의 고충과 이용률 감소, 법규위반자 양산 등을 감안하면 무조건적인 안전모 착용의무화 주장은 매우 즉흥적이고 단편적이다.

"자출족의 헤어스타일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나?"

오늘 날 우리가 경계해야할 가장 무서운 적은 단편적인 사고에 의한 법만능주의. 즉, 지킬 수 없는 규칙(법령)의 남발이다. 저들이 간과했거나 외면하고 있는 중요한 사실관계는 자동차운전자의 부주의와 불안정한 도로의 여건 때문에 차대 보행자사고와 차대 자전거사고가 증가했다면 1차적 책임은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자동차운전자의 부주의에 의한 사고 부문과 열악한 보행환경 및 자전거이용 도로여건에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오늘 이 시점 교통문제를 말하려면, 이미 신뢰를 상실한 통계의 부분적인 결과에 대한 침소봉대보다는 지난 10여년간(98년~08년) 약400%나 증가한 전체 교통사고와 그로 인하여 발생한 125만여명의 사상자 부문을 먼저 말하고 대안을 제시함 옳지 않겠는가. 또, 전체 자전거사고 중 20%(약 2천여건)에도 미치지 못하는 '자전거 이용자 과실사고'를 구실삼아 자전거 이용실태를 탓하기보다는 책임 있는 사람들의 무책임과 무능으로부터 빚어진 결과. 즉, 사회전반에 만연한 무감각한 안전의식과 상대적 교통약자에 대한 배려를 먼저 말함이 옳지 않겠는가.

"자전거 교통사고 중 80%는 자동차 운전자 과실"

최근 들어서 급속한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대책 없는 자전거 타기 열풍"을 주도한 정부정책에 호응하기 위한 일환으로 자전거보험 정책 활성화를 공약하고 나선 입장에서 보면 손해율이 높은 자전거보험이 날이 갈수록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때늦은 발뺌을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안전장구 미착용에 따른 무거운 과실상계" "보험료 인상" 등을 위한 정지 작업내지는 "엉겁결에 수렁에 빠진 발 빼기용"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는 "자동차사고는 감소, 자전거사고는 증가" 식의 주장. 즉, 설립 이래 단 한 차례도 정부발표 교통사고통계를 인용한 바가 없음을 자부해오던 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철이 지나고 그 부실함이 만방에 공표된 경찰청 통계 인용 - 자전거 이용자 과실부분 침소봉대"는 참으로 유감스럽고 유치하다.

"같은 말도 누가 언제 하는가에 따라 전달의 무게와 의미는 천양지차"

공공적 성격의 기금(책임보험)을 함께 취급·관리하고 있는 손해보험사 산하 연구기관이 이미 오래전부터 자신 또는 동종업계 대표기관에 의하여 확인된 사실관계와 부합하지 아니할 뿐더러, 부도덕하고 무책임한 사람들에 의하여 무분별하게 생산된 부정확한 정보임이 확인된 해묵은 부실통계에 근거한 분석결과를 마치 새롭게 발견된 사실인양 재포장하여 언론을 통해 배포하는 등, 확대 재생산하는 행태는 백번을 비난받아 마땅할 반기업적이고 반사회적인 자세이자 국가적 재난과 혼란을 부채질하는 행위임을 지적하는 바, 깊이 상량하기 바란다.

정강( 녹색자동차문화교실/녹색교통정책연구소)

□ 참고자료 및 기사:
==> 2008-9-29 괴짜 통계학과 초보운전자 교통사고 비교통계의 함정
==> 2009-7-9 도로교통공단 보도자료: GIS기반 도로교통사고 통합DB 관련
==> 2009-7-15 [기고/정보채] 교통안전, 사고정보 관리부터
==> 2009-7-15 [그래픽 뉴스]자전거 교통사고 2년새 37% 늘어
==> 2009-7-17 자전거보험, 안 팔아도 그만?
==> 2009-7-23 삼성硏 보도자료: 국내 자전거교통사고 특성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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