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대(東元大)역, 욕심일까?
<신동헌의 광주생각>
마이크로버스를 타고 서울로 학교를 다녔던 시절이 있었다. 워낙 버스가 작고 좁아 한번 타고 내리면 온몸 힘이 쏙 빠진다. 특히 아침 등굣길은 힘들었다. 출근시간을 맞추는 직장인들과 시간이 겹친다. 그러니 짐짝보다도 못한 구겨진 상태에서 버스를 타곤 했다. 구불구불한 비포장 길에서 운전이라도 잘 해주면 그게 좀 버스를 낫게 타는 일이다. 얼마나 버스 속에서 신음소리를 질러 댔는지. 그렇게 시달리면서 하루왕복 4-5시간을 길에 허비해야 했다.
세월이 흘렀다. 대중교통이 많이 좋아졌다. 또한 편해졌다. 여러 종류의 버스가 광주-서울을 쉼 없이 오간다. 강동방면은 주로 3번국도나 중부고속도로를 이용하지만, 잠실강남 방면은 갈마치터널을 통과하는 산업도로가 편하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이랄까? 요즘은 광주의 끝자락(실촌 신촌리)에서 서울 강변역까지도 1시간 정도면 된다. 구불구불 고갯길이 모두 쭉쭉 일자길로 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버스전용도로가 건설 중이고 꿈같은 성남여주 복선전철도 지난해 기공식을 올렸다니 광주도 이제 교통 하나 만큼은 넉넉한 도시로 변하고 있다.
친(親)광주적인 전철이었으면 좋겠다. 광주사람들이 모두 자랑스러워하고 자부심을 느끼는 전철이다. 편의성이 우선일 것이다. 전철을 이용하는 광주시민들이 ‘참 편하다’라는 만족감을 피부로 느껴야 친광주적인 전철이 될 것이다. 노선도 중요하겠지만 역 위치 또한 소홀이 다룰 수 없다. 대다수 시민들이 ‘걸어서 전철을 탈 수 있는 거리’가 정답이다. 그게 무리라면 교통연계성이라도 확실해야 한다. 역에서 내리면 즉시 다른 교통수단으로 갈아타는데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둘째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도시미관과 기능성이 충분히 감안된 전철설계다. 전철은 ‘흐름효과’로 인해서 일반적인 플러스기능이 크겠지만, 행여 당사자들의 이해충돌로 인하여 성급히 졸속 처리된다면 영원히 치유되기 어려운 부작용의 도시가 되기 쉽다. 서울도심 전봇대는 모두 지하로 묻히고 있다. 한때 서울의 자랑거리였던 청계고가는 제거되었다. 분당선은 지하전철로 계획되었다. 모두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지상위주의 교량전철은 최소화가 맞지 않을까? 시간과 예산이 들더라도 지하전철로 건설하는 것이 미래지향적이란 생각이다. 비록 광주가 지금은 ‘촌(村)스러움’만 남아있는 도시 같지만, 앞으로 발전가능성은 원대하다.
특히 이참에 대학이 배려된 전철역 건설에 욕심을 보탠다. 광주 끝단에 한 작은 대학이 있다. 동원대학이다. 머지않아 지방화시대 지역발전에 큰 역할이 기대되는 대학이다. 엉뚱한 발상 같지만, 라이언일병 만큼이나 동원대역(?) 설정이 중요하다란 생각이 든다. 전철역이 빗겨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국가와 전문가와 시민들이 모여 꼼꼼히 정한 결과이고 또한 이를 존중해야겠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지역발전과 대학발전과 전철역은 긴밀한 상관관계에 놓여있다. 국책사업의 걸림돌은 모두 예산이라던데... 그래도 전철타고 등교하는 학생들을 보고 싶은 마음이 나만의 경우는 아닐 것이다.
신동헌 농촌정보문화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