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민족과 순혈주의

혼혈은 없다.

2006-04-06     광주뉴스
이 기사는 광주뉴스와 인천뉴스간 협약에 의해 게재한 기사입니다.

언제까지 純血주의를 고집할 것인가?

미국 프로풋볼리그 슈퍼볼 최우수선수(MVP) 하인스 워드가 엊그제 어머니 김영희씨와 함께 귀국했다.
그의 금의환향인 이번 귀국을 통해서 일반 국민들과 언론에서 느닷없이 불어온 혼혈인이라 불리우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에 대한 관심과 보도가 그야말로 홍수를 이루고있다.
 
현재 한국의 혼혈인구는 3만5000여 명에 달한다고 통계자료는 말한다. 전체 인구의 0.73%에 해당하는 수치인 것이다. 더불어 국제결혼이 크게 늘면서 증가율은 매우 가파른 곡선을 타고있다. 2003년 전체 결혼의 8.4%를 차지하던 국제결혼이 지난해에는 13.6%로 늘었는데, 불과 2년 만에 5%포인트 이상 늘어난 것이다.이 중 상당수가 동남아시아계 여성과 한국의 농촌 거주 남성의 결혼이다.
 
혼혈인이라는 말은 실제로 의식속에 존재하는 용어일 뿐, 실제는 존재하지 않는 말이다.
물론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다른 표현이 없기 때문에 그런 말을 쓰지만 사실상 전인류는 무조건적으로 혼혈인 셈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이 혼혈인이라는 말이 매우 부정적이거나 특이한 존재로 인식되어 온 것인데, 이것은 우리의 교육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한국의 교육은 혼혈인들에 대해서 아예 교과서 자체가 혼혈인들을 거부감을 가지는 존재, 불쾌하거나 불필요한 존재로 가르치고 있는데, 국사, 윤리, 사회 등의 교과서에서 "세계에서 보기 드문 단일민족 국가", "피를 나눈 동포들에 대한 연대의식으로서 민족공동체 의식" 등의 표현을 찾는 것은 부지기수다. '단군의 자손', '한민족' 이라는 표현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차별과 상처를 주었는지 모른다.

'단일 민족’은 신화이거나 희망 섞인 상상 혹은 오해일 뿐이다. 교류 없이는 인종(또는 민족)도 문화도 성립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민족과 민족문화의 현실적 존재야말로 다양한 종족간 교류의 살아 있는 증거라 할 수 있다.
한반도에는 구석기 시대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었지만 그들이 ‘한민족’의 직계 조상은 아니다. 우리와 혈통의 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기원전 4000년대에 시작된 신석기 시대 주민들이다. 이들은 시베리아에서 여러 갈래로 이곳까지 와서 정착했다.
(김원룡,한국문화의 기원)

   
인류는 무수한 이동과 교류를 통해서 다양한 문화와 역사를 이루고 발전시켜왔다. 여기서 단일민족이라든지, 純血주의는 발붙일 곳이 없다. 인류는 기본적으로 混血인 것이고, 이 혼혈은 문명의 발전을 이루었고 역사의 수레바퀴를 가열차게 돌려온 人的 원동력이 되어온 것인데 아직도 우리의 교과서나 인식에서는 이 근거없는 '단일민족'의 허구에 사로잡혀서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모습으로 우리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는 것이다.
 
이 순혈주의라는 기막힌 발상이 가져온 비극을 우리는 기억한다. 아리안(게르만) 우월주의를 내세우며 전세계를 전쟁의 공포로 몰아간 독일의 히틀러를 보면서도 깨닫는 바가 없다면 우리는 그의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폭력성에 약간의 모자람이 있을뿐, 본질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이제 세계는 물론이고 우리도 역시 다인종국가를 피해갈 도리가 없다. 갈수록 늘어나는 국제적인 교류와 연대의 움직임 속에서 우리라고 언제까지 홀로 아리랑을 부를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하다.
이런 시대에 우리의 법 조항의 일부를 들여다보면 얼마나 웃기는 조항이 있는지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병역법 시행령 제136조(수형자 등의 병역처분) 제1항 제2호 나목에서는 "외관상 식별이 명백한 혼혈아 및 부의 가에서 성장하지 아니한 혼혈아"라는 대목이 있는데, 병역법의 적용대상자는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혼혈아라는 표현이 쓰였다. 아주 애취급을 하는 것이다...애들은 군대 못가는데 뭐하러 이런 법규가 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워드가 기자회견에서 말한 이 말은 너무나 우리의 좁고, 폐쇄적인 사고에 대해 얼마나 부끄러우면서 양심에 날카로운 비수를 들이대는지 안타깝고, 부끄러운 말이다.
 
“세계에는 너무나 많은 인종이 있다. 모두가 하나님의 자녀다. 2006년이고 21세기다. 다른 문화에 폐쇄적인 입장으로 일관하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했으면 좋겠다. 사랑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 기사는 광주뉴스와 인천뉴스간 협약에 의해 게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