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다 형제니라

2006-03-21     광주뉴스
이 기사는 광주뉴스와 광명시민신문간 협약에 의해 게재한 기사입니다.

지난 주의 제 칼럼을 읽고 깜짝 놀라신 분, 시험에 드신 분들이 많겠지요. 목사가 불교 이야기를 하다니 하면서요. 아마도 제가 한국에서 그 이야기를 했더라면, 목사직 박탈에, 출교까지 당했을 겁니다.

제가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 교목으로 있었던 때의 일인데요. 그 때, 이름난 기독교 잡지, “기독교사상”에 글을 썼는데, 그 글 가운데, 한국사람은 단군시대부터 모두 하나님을 잘 믿어 왔었는데, 기독교가 들어와서 선교를 한지 100년이 되자, 기독교 선교 덕분에, 한국 사람들 가운데 25%만 하나님 믿는 사람들이 되었다고 했었지요.

선교하기 이전에는, 한국 사람들 100% 모두가 하나님을 믿고 있었는데, 선교 후 100년에 한국 사람들 25%만 하나님을 믿게 만들었으니, 기독교 선교가 실패했었다고 했지요. 그랬더니 어떻게 될 줄 아세요? 연세대학교 모든 게시판에, ‘김영호 교목 물러가라’는 기독학생들의 대자보가 도배를 했답니다.

미국에 사니까 참 좋네요. 아무도 제게 뭐라 하는 사람도 없고, 저를 자르는 사람도 없으니까요. 그런데, 재미는 없네요. 그래서 이번 주에, 저는 스스로, “목사라는 타이틀을 내려 놓는다”고, 인터넷 교회 사람들에게 선언하였답니다. ‘목사 없는 교회,’ ‘설교 없는 예배’를 하라는 성령의 음성을 들었거든요. 그러니, 이제 저는 ‘목사’가 아니랍니다. 여러분과 같은 평신도이지만, 교회 목회도 하고, 예수 가르치는 일을 계속하려 합니다.

내친 김에 불교 이야기 조금 더 해 드리지요. 제가 한국에서, 고무신 신고 다니는 이현주 형님과, 민중교회의 대부로 활약하던 이승봉 친구와 함께. ‘예수살기’ 라는 모임을 하면서, 한국의 목회자들을 가르치던 시절 이야기입니다.

지난 번에 언급했던, 법륜 스님을 모시고, 목회자들의 예수살기 모임에서 ‘화두선법’(話頭禪法)을 배우게 되었지요. 화두선법을 하던 도중에, 그 스님이 갑자기 저한테, “김박사, 출가하십시오” 하더라고요. ‘출가(出家) 라는 말은 속세를 떠나 불문(佛門)에 들라는 말이지요. 쉽게 말해서, 머리 깎고 중이 되라는 말입니다. 목사한테 중이 되라니, 있을 법한 이야기입니까? 그래서 제가 이렇게 대답했지요. “스님, 저는 머리는 깎지 않았지만, 이미 출가한 몸이랍니다.

혹 기독교에도 출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으신지요? 예수께서, 하나님 나라를 위하여 집과 아내와 형제와 부모와 자녀를 버리고 예수를 따르라고 해서, 저는 이미 다 버리고 출가를 했답니다(누가 18:29). 그런데 어찌 다시 출가하라 하시는지요?” 이 대답으로 머리 깎고 중 되는 일을 면하기는 했습니다만, 가끔 이런 생각은 해 봅니다. ‘그때 법륜 스님을 따라 갔더라면, 지금쯤 불가에서 예수 잘 전하고 있는 이름난 사람이 되어 있을 터인데…’ 하고 말입니다.

한 번은 그 스님의 절에 가서 함께 차를 마시는데, 스님이 이런 말을 했답니다. “예수께서는 ‘원수를 사랑하라’(마태 5:44) 고 하셨는데, 불가에서는 사랑할 원수가 없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아무에게도 원수를 맺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원수를 사랑하라’는 가르침은 사랑할 원수를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까? 김박사는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그래서 제가 이런 대답을 했었지요. “네, 스님, 원수를 맺지 않는 불가의 가르침이 참으로 훌륭하군요. 그런데 예수께서도 ‘원수를 맺으라’고 가르치신 적이 없답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신 ‘원수’ 라는 말은, 내가 미워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를 미워하는 사람을 가리킨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너희는 다 형제니라’ 하고 말씀하시며, 모든 인간이 형제로 살라고 하셨지요. 그러니 ‘원수를 사랑하라’는 가르침은, 나를 미워하는 그 원수를 나의 형제로 바꾸어서 사랑하라는 가르침이랍니다.” 여러분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가 그 스님에게 잘 말했나요?

아무에게도 원수를 맺지 않는다는 불교의 가르침과, 나를 미워하는 원수를 나의 형제로 바꾸어서 사랑하는 기독교의 가르침이 함께 합쳐지면 참 좋겠지요. “너희는 다 형제니라”(You are all brothers.)는 예수의 가르침이 어디 있는지 아십니까? 제가 모태신앙으로 젊은 시절 교회를 떠날 때까지, 교회에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던 말씀인데, 혼자 성경을 읽다가 우연히 찾아 내었지요. 이 말씀은 마태복음 23장 8절에 있는 말씀입니다.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은 그들의 신앙을 목사님의 설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편인데, 그러다가 놓치는 귀중한 말씀들이 억수로 많답니다. 제가 목회를 해 보아서 잘 압니다만, 성경강해설교를 평생 한다고 해도, 성경의 말씀을 교인들에게 다 가르쳐 줄 수가 없지요. 그런데, 더구나 한국교회 목사님들의 설교가 거의 모두, ‘주일성수,’ ‘배가전도,’ ‘십일조생활,’ ‘성전건축’ 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니, 어찌 ‘너희는 다 형제니라’는 말씀을 설교를 통해 들을 수가 있겠습니까?

‘너희는 다 형제니라’ 라는 말씀을 한문으로 바꾸면 어떻게 될까요? ‘사해형제’(四海兄弟) 또는 ‘사해동포’(四海同胞)가 되겠지요. 미국에 사시는 여러분을 가리켜 ‘해외동포’, ‘한인동포’ 라 하는데, ‘동포’의 뜻이 ‘형제’라는 것을 알고 계셨는지요? 동포(同胞)라는 말은 ‘같은 태’에서 나온 형제자매라는 뜻이랍니다. 사해(四海)라는 말의 뜻이 ‘온 세상 사람들’이니까, 사해형제 또는 사해동포라는 말은 “온 세상 사람들이 다 형제니라”는 것으로, 이게 바로 예수의 가르침이었지요.

그런데, 여러분 가운데서 혹 이 말을 예수 안 믿는 나이 드신 어른들에게서 들어 본 적이 없는지요? 들어 보셨다고요? 참으로 신기하지요. 예수도 안 믿는 어른이 어떻게 예수의 가르침을 알고 있었을까요? 그게 바로 공자 선생님 말씀 때문이랍니다.

사해형제라는 말이 공자의 논어(論語)에 있거든요. 이 칼럼을 쓰다가 공자의 이 말을 찾으려고, 예전에 공부했던 논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훑어보았답니다. 논어 12편 5절에, “君子敬而無失(군자경이무실)하며 與人恭而有禮(여인공이유례)면 四海之內皆兄弟也(사해지내개형제야)니라” 고 했는데, 뜻으로 풀면 “군자가 경건을 잃지 아니하고 사람을 공경하여 예를 지키면, 온 세상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형제니라” 는 것이지요. 참고로, 영어로 번역된 논어(Analects)를 옮겨 놓겠습니다. “The Gentleman is reverent and does nothing amiss, and is respectful towards others and observant of the rites, and all within the Four Seas are his brothers.”

하나님께서는 예수를 따르는 우리들을 ‘예수 닮은 사람들’로 만드시려고 모두 ‘예수의 형제들’로 삼으셨지요. “하나님께서는 이미 오래 전에 택하신 사람들이 당신의 아들과 같은 모습을 가지도록 미리 정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께서는 많은 형제 중에서 맏아들(the firstborn among many brothers)이 되셨습니다.” (로마 8:29)

공자의 말씀이나, 예수의 가르침에서처럼, 온 세상 사람들이 다 형제로 산다면, 이 세상은 천국 같은 세상이 되겠지요. 너무나 아름다운 ‘형제의 세상’ 말입니다. 그렇게는 못하더라도, 예수의 형제가 된 기독교인들 사이에서라도, 진실된 형제의 사랑을 나누며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기사는 광주뉴스와 광명시민신문간 협약에 의해 게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