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작으로 9월 6일까지 온·오프라인 전시

영은미술관은 영은 아티스트 프로젝트 일환으로 진행되는 영은창작스튜디오 11기 허산 작가의 ‘공든탑(The pagoda on the ball)’ 개인전을 9월 6일까지 개최하고 있다.

‘공든 탑이 무너지랴’. 공(功)든 탑은 무너지지 않지만 공(球)을 든 탑은 무너질 것 같은 형상이다. 이번 영은미술관에서 전시하는 허산의 작품에 대한 설명이다. 허산이 최초로 선보이는 ‘공든 탑’은 석탑 사이를 농구공이 받들고 있는 구조로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유발하고 있다.

다면체중 가장 동적인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공이 탑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번 작업의 모티브는 공간과 조각과의 관계 탐색과 함께 삶의 ‘균형’이다. 인간은 모두 불안정하고 그런 감정을 조절하려고 노력 하지만, 감정의 ‘균형’은 한순간 무너질 수 있다. 하지만 작가는 그런 감정의 불균형을 그대로 인정하고 싶다고 말한다. 오히려 인간은 불안과 감정의 불균형을 통해서 각자의 존재를 확인 할지도 모른다. 허산 작가의 공든탑에서 공은 노력을 의미하는 공(功), ‘0’을 의미하는 ‘공’, 구(球)를 의미하는 ‘공’ 등 다양한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허산 예술의 출발이자 큰 특징은 관람객들이 현대 건축의 구조와 조각이 일체화 된 공간에서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구분하기 위해 전시 공간을 이곳저곳 탐색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작품 ‘공든탑’의 공도 보기에는 영락없는 농구공이지만 사실은 브론즈로 제작한 오브제이다. 전시장에 널브러져 있는 비닐과 구겨진 종이컵, 마스크, 택배상자는 어느 몰지각한 관람객이 버리고 갔나 하고 만지는 순간 시각적 인식과 촉각 사이에 괴리감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 괴리감이 일상이 예술로 변하는 지점이 된다.

이 경계가 허산이 관람자를 위해 만들어 놓은 덫이면서, 우리가 공간과 예술, 예술과 일상 등 예술을 둘러싼 다양한 관계를 생각하게 만드는 특별한 경험의 순간이 되는 것이다. 작가는 마스크, 비닐, 종이컵처럼 일상적인 물건들은 자세히 들여다 보게되지 않지만 전시장 안에서 예술품이 되었을 때 관람자들은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관찰하게 된다고 말한다.

허산 작가는 트레이드 마크인 ‘부서진 기둥’과 같이 건축공간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 작품을 이번 전시에서도 선보이고 있지만 그 표현방법에 있어 변화를 보이고 있다. 천정을 받치고 있었던 콘크리트 기둥은 전통 건축물의 통나무로 대체되었고 기둥 사이에 묻혀져 있던 도자기는 나무 위에 버젓이 노출되어 있다. 주체에 귀속되어 화이트 큐브 공간을 예술적 공간으로 만들었던 기둥은 이제 독립체로서 당당히 주체가 되어 전시 공간을 채운다.

작품 ‘Crack on the wall’ 또한 기존의 벽 설치 작품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으로 완벽한 화이트 큐브 공간을 불완전한 공간으로 전환하여 관습적인 인식과 감각에 균열을 유발하고 있다.

영은미술관 관계자는 “허산 작가는 이번 개인전을 이후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는 징검다리와 같은 전시라고 말한다”며 “허산이 만든 이 새로운 환영의 공간에서 관람객들이 다채로운 상상의 내러티브를 경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는 9월 6일까지 영은미술관 4전시실에 전시되며, 온라인 전시도 함께 진행된다. 공연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영은미술관 학예팀(031-761-0137)으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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