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탐방> (사)한국시각장애인연합 노인복지협 광주지부

‘동병상련(同病相憐)’이라는 말이 있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돕는다는 의미의 고사성어다.

고사성어의 유래는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초나라 사람 오자서는 모함으로 아버지와 형을 잃고 오나라로 피신하여 오나라 사람 합려가 왕이 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이어 자신처럼 아버지를 잃고 오나라로 피신해온 백비를 도우며 그를 대부 벼슬에 천거하기에 이른다.

그들 둘은 비슷한 아픔이 있었기에 오자서는 백비를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백비는 필시 살인할 악상으로 그런 인물을 천거해서 안된다”는 반대가 거세어졌고, 이에 오자서는 “나와 같은 처지의 백비를 돕는 것은 인지상정이다”라며 끝까지 백비를 돕는것에 주저하지 않았다.

이후 오왕 합비는 초나라를 공략해 대승함으로써 그들은 자신들의 아픔을 달랠 수 있었다.  

옛적 오자서와 백비가 그러했듯 시각장애라는 ‘동병상련’의 아픔을 위로하고 서로의 마음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이들이 우리 지역에도 있었다.

송정동 도심 한켠에 위치한 컨테이너 가건물 안,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그들 모습에서 장애를 겪고 있는 이들의 우울함보다는 서로에 대한 믿음에서 오는 따뜻함이 느껴졌다.

장애라는 아픔과 대비되는 분위기에 잠깐 당황한 기자에게 등급의 차이는 있으나 회원 중 80% 이상이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설명과 함께 그들의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21년 전부터 시각장애인을 위한 ‘한국 시각장애인 연합회’를 운영해오던 윤병국씨(67)는 2019년 3월 시각장애노인의 건강, 문화, 여가활동 및 생활부조 등을 목적으로 하는 ‘한국시각장애인연합 노인복지협회’를 창립하게 된다.

-회원 물품 지원 및 소통을 위한 사랑방 역할 수행

협회는 중고가전제품을 수거하여 수리 후 회원들에게 기증하거나 회원 건강을 위한 식사제공, 여가활동을 위한 나들이 지원 등의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협회 사무국장직을 맡고 있는 윤병국씨는 “중증도에 따라 장애 급수가 높은 이들은 가족들이 출근하고 나면 집에 혼자 남는 경우가 많아 우울증 등 또 다른 장애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며 “협회는 이들을 집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도와 그들의 자립의욕을 고취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코로나19의 영향으로 108명의 회원 중 불과 20명의 적은 인원이지만, 매일 이곳을 사랑방처럼 드나들며 서로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원이 기증한 45인승 버스 이용해 여가생활 지원 

작년엔 같은 시각장애를 겪고 있는 회원 김창진씨(88)의 기증으로 45인승 대형버스를 구입할 수 있어 회원들의 나들잇길도 한결 수월해졌다.

기증자 김씨는“시각장애인들의 나들이는 사실 매우 어렵다”며 “나 또한 시각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의 하나로써 우리 회원분들이 즐거운 삶을 사는 데 일조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한편 김씨는 2019년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현재 협회는 매년 광주·하남 자동차 매매상사, 광남로타리클럽, 왕성교회 등에서 물품을 지원받고 있다.

그러나 108명 회원들을 대상으로 복지 사업을 펼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실정.

이에 올해 7월 시, 사회단체 보조금 신청을 해 놓은 상태이며 내심 예산이 집행되길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송정동 한켠의 초라한 가건물 안 ”하루의 시작과 끝을 이곳에서 보낸다“며 ”이제 이곳이 없으면 못살 것 같다“는 어느 회원의 말처럼 그들은 이곳에서 서로의 아픔을 보듬으며 그렇게 살고 있었다.

우린 아쉽게도 앞선 오자서와 백비 이야기의 결말이 아름답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주위의 우려대로 월나라에 매수된 백비의 배신으로 오자서는 목숨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옛적 동병상련의 이야기가 아닌 현재 그들이 만들어가고 있는 또 다른 동병상련 이야기는 아름다운 결말로 이어질거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더불어 그들의 이야기가 아름다움을 넘어 찬란한 결말을 맺을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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