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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선의 문화칼럼> 서흔남과 서날쇠유은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유은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출강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국악과 졸업
전) 국립국악원 연구실장
전) 국악방송 본부장

광주(廣州)를 알기 위해 꼭 알아야 할 곳이 있다면 바로 남한산성(南漢山城)일 것이다. 굳이 역사적인 사실들을 일일이 나열하지 않더라도 남한산성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 그중에서도 병자호란(丙子胡亂)이라는 역사의 한 부분을 생각하며 남한산성을 자주 찾게 되었다. 그리고 그리 오래되지 않은 영화 ‘남한산성’을 다시 보게 되었다.

영화 <남한산성>은 김훈 작가의 소설 <남한산성>을 각색해서 만든 영화로 2017년에 개봉하여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이 영화에는 조국의 국운이 달린 병자호란 47일간의 기록을 중심으로 담고 있다. 작품 내용이야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바이고 작품에 대한 평가도 좋은 편이라 소장해서 여러 번 보고 있는 영화이다. 남한산성의 모습을 보여주는 다양한 풍경들은 물론이고 주인공을 맡은 배우들의 열연으로 영화를 볼 때면 감정이입이 심하게 되곤 한다.

그중에서도 나에게 상당히 호감이 가는 내용이 있었다. 여러 등장인물 중 배우 ‘고수’가 맡았던 ‘날쇠’라는 인물이다. ‘날쇠’는 추위와 배고픔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대장장이인데 극 중에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 나는 영화를 보기 전 까지만 해도 이 사람이 누군지 무엇을 하는지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 아니 그 존재 자체도 몰랐다. 영화에서도 그렇게 중요한 인물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그저 영화의 재미를 위해 더 해진 양념인 줄 알았다. 그런데 얼마 전 남한산성에 갔다가 행궁 아래쪽으로 내려가다 작은 표지판 하나를 보게 되었다.

“보통 사람들의 롤모델 서흔남, ‘조선왕조실록’ 중 인조실록에는 병자호란 기간에 장군이나 관리가 아닌 일반인에 대한 매우 특이한 기사가 하나 있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서흔남은 병자호란 때 남원산성이 포위되자 연락병으로 자원하여 각종 신분으로 변장을 해가며 외부로 드나들었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흔남’이라… ‘흔한 남자’라는 뜻일까? 갑자기 이 남자에 대해 궁금해졌다. 영화 속의 대장장이 ‘날쇠’가 실존인물이었던 것이다. 서흔남은 영화속처럼 대장장이이며 동시에 기와를 만드는 기술자인 천민이었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 기록에서 보면 청의 침입으로 남한산성으로 피신을 간 인조가 겨울에 눈까지 내려 미끄러워 올라가기 힘들었을 때 서흔남이 인조를 업고 올라갔다는 기록이 있고 또 스스로 자원하여 외부에 인조의 격서를 전달하는 역할도 맡았다. 이 공로로 훈련주부(訓鍊主簿)와 가의대부(嘉義大夫) 동지중추부사(同知中樞府事)의 벼슬까지 받았다하니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원작인 소설 <남한산성>을 지은 김훈 작가는 책 말미에 서날쇠라는 인물에 대해서 이렇게 적고 있다. “나는 졸작 <남한산성>을 쓰면서 서날쇠가 나오는 대목이 가장 신났다.(중략) 서날쇠의 실제 모델은 서흔남이다.(중략) 지금 남한산성 유적 관리 당국은 해마다 여러 가지 축제와 기념행사를 하는데 서흔남을 캐릭터로 삼은 연극이나 서흔남 흉내 내기, 마라톤, 서흔남 배 쟁탈씨름대회 같은 행사를 만들면 아름답지 않겠는가. 나는 여러 번 제안했으나 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소설에서 서날쇠에게 더 바싹 다가가서 더 자세히 쓰지 못한 게으름을 나는 뉘우치고 있다.” (2007년에 출간한 소설 <남한산성> 중에서)

나는 소설가 김훈 선생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물론 영화를 통해서 서날쇠라는 인물로 조명이 되긴 했지만, 서흔남이라는 인물 하나만으로도 많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광주(廣州)를 대표하는 콘텐츠 만들기에 서흔남의 이야기를 활용해 보면 어떨까 한다. 강원도 영월의 ‘방랑시인 김삿갓’ 기념관, 남원의 춘향제, 전남 장성군의 홍길동, 충북 괴산의 임꺽정 심지어는 함양 지리산에는 ‘변강쇠와 옹녀’로 지자체에서는 활발히 활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광주의 서흔남은 어떻게 보면 나라를 구한 인물인데 이를 소재 또는 주제로 한 콘텐츠를 만들지 않는 것은 경제적 손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흔남’이라는 이름처럼 광주에는 이처럼 용기 있고 용맹한 남자들이 흔했던 멋진 곳이었음을 부각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는 작품으로 말이다.

광주뉴스  gin5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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