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제사회를 무대로 활동하는 법·외교 전문가를 꿈꾸는 김동연 학생

지난달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이 주최·주관한 ‘2019년도 제 10기 노무현 장학생’에 선발된 김동연 학생과 인터뷰가 진행됐다.

Q = 꿈에 대한 확고한 소신이 있는 것 같은데, 자신의 꿈에 대해 소개해 줄 수 있나요?

예전에는 항상 누군가 저의 꿈에 대해 질문하면, 저는 ‘국제사법재판소 재판관입니다!’라는 말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저의 꿈에 대해 질문하면 저는 조금 다른 답변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국제사회 내에 자리하고 있는 불균형 문제’와 ‘난민 문제’를 해결하고 싶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막연하게 ‘법조인이 되고 싶다.’라는 꿈은 가져왔지만, 본격적으로 ‘국제사법재판소 재판관’이라는 ‘직업’으로 발전시킨 것은 중학교 1학년 때였습니다. 우연히, 부산에 소재한 유엔평화기념관(UNPM)에서 주최하는 청소년 모의유엔 총회에서 저보다 적게는 1살, 많게는 3살까지 나이가 많은 형, 누나들 사이에서 뜻하지 않게 좋은 상을 수상하게 된 저는 수상자 자격으로 장학금을 받고 미국 뉴욕에 위치한 유엔 본부에 연수를 다녀올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당시 중학교 1학년의 나이로써, 유엔에서 근무하시는 여러 전문가분들과 활동가분들의 말씀을 전부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약 2주의 기간 동안 뉴욕과 유엔 본부에서 여러 강연도 듣고, 실제 회의장도 방문하고, 연수에 함께 참가한 다른 형, 누나들과 토의와 토론을 이어가며 나름대로의 꿈과 포부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국제사회에서 활약하는 법조인이 되고 싶다!” 그 이후로, 나름대로 여러 모의유엔 대회들에 참여하고, 경기도와 광주시에서 청소년 참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경기도와 중국 간의 청소년 문화교류 대표단에 선정되어 방중 행사에 한국 대표 자격으로 참석하기도 하며 “국제사법재판소 재판관”이라는 직업으로 꿈을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법무부 정책블로그 기자단 활동으로 법무부 장관상을 수상받았다

단순히 ‘법’과 ‘국제정치’라는 학문이 좋았던 나머지, ‘법학개론’과 ‘세계정치론’을 비롯한 대학 전공서를 찾아 읽고, 지속적으로 모의유엔 대회에 참여했던 중학교 3학년의 저는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분쟁들과 차별, 혐오, 빈곤 문제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이러이러한 문제가 있다’에서 그치지 않고 왜 어떻게 이러한 문제들이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는지 알아가는 과정에서 제가 전공 학문으로 선택했던 법과 국제정치를 통해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런 꿈을 가지고 저의 꿈을 향해 다가가고 있던 도중, 2016년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이하 PCA)가 남중국해에 대한 중재 판결을 내렸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물론, 정식 재판 판결이 아닌 중재 판결이고, 재판 진행에 있어 중국은 부당하다며 재판에 일체 참여하지 않았지만, 중국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 중재 판결에 중국은 당장 ‘거부’ 의사를 밝히며, 남중국해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중국에 강압적인 처분을 내릴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부당함은 비단 남중국해 사건에서만 보이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이러한 힘의 불균형이 국제 사회에서의 ‘정의’와 ‘법적 안정성’을 해치는 경우를 보며, ‘국제사회 내에서의 힘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작년, 우리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여러 정치 외교적 이슈들 중 한 가지를 꼽으라면, 저는 단연 ‘난민’ 문제를 꼽을 것입니다. 2018년 제주도로 입국한 500명이 넘는 예멘 난민들은 우리 한국 사회에 하나의 큰 화두를 던져 주었습니다. 찬성과 반대 양론이 뜨겁게 나뉘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난민 신청 허가 폐지’ 청원이 7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기도 했습니다. 평소 모의유엔을 통해서, 혹은 교내 외교 동아리를 통해서만 ‘책상 위에서 연필을 들고’ 접했던 난민 문제가 막상 우리 한국 사회에 현실로 닥쳐오니 저에게는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고, 동시에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1주년 기념으로 개최되었던 평창평화포럼에서 저는 ‘무지에서 비롯된 두려움’이란 말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난민이 어떤 사람인지, 이슬람이 어떤 종교인지, 중동이라는 지역이 과연 매일 전쟁과 테러만 일어나는 지역인지에 대해 알지 못하는 한국 사회에서 난민에 대한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난민 이슈에 있어 가장 극복해야 할 주요 문제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일련의 경험들 속에서 ‘작게는 한국 사회에서, 크게는 전 세계적으로 난민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또 하나의 작은 불꽃과 목표가 제 마음속에서 자라났습니다.

현재, 저의 꿈은 단순히 국제사법재판소 재판관이라는 ‘직업’이 아닙니다. 저의 꿈은 ‘국제사회 내에 자리하고 있는 불균형 문제’와 ‘난민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저에게 ‘직업’은 제 삶의 ‘목표’인 두 가지 문제의 해결을 위한 ‘수단’입니다. 국제사회에서 활동하며 국가 간의 법적 합의와 동의를 이끌어내어 힘의 불균형과 난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야 말로 저의 진정한 꿈입니다.

Q = 노무현 장학생에 선정된 배경을 말해 줄 수 있나요?

Birth Lottery라는 말이 있습니다. 출생은 로또와 같다는 말입니다. 제가 경기도 광주에서 태어나게 된 것도, 시리아 내전 속에서 태어난 친구도, 아프리카의 빈곤 속에서 태어난 친구도, 높은 교육 환경에서 태어난 친구도 모두 각자가 선택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로또와 같다고 보는 말입니다. 저는 평소에 ‘소수자의 삶’에 대한 관심이 많았습니다. 물론, 저희 가정이 그렇게 부유하거나 넉넉한 것은 아니지만, 나보다 어려운 환경과 상황에 놓인 사람들, 친구들을 도와주는 것에 대해 어떻게 보면 당연하고, 저에게 주어진 의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비단, 물질적으로만 그들을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 자신부터 이러한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학교 동아리에서 캠페인을 진행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그들에 대한 관심을 독려하는 것도 이러한 도움의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장학생 선정되어 장학증서를 수여받았다

제가 난민이라는 이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이러한 ‘소수자의 삶’에 대한 저의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의 이러한 관심과 목표는 구체적인 계획으로 이어졌습니다. 저는 해외 대학에서 진행되는 난민 연구 트레이닝 프로그램과 세계국제법협회에서 진행되는 국제법 컨퍼런스에 참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해외에서 진행되는 만큼 자금 부분에서 적지 않은 부담을 느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자금 지원을 알아보던 중 우연히 노무현 장학재단에서 선발하는 ‘노무현 장학금’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의 가치관 역시 나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닌, ‘함께 사는 세상’이라는 재단과 노무현 대통령님의 가치관에 일치하기에 지원하게 되었고, 감사하게도 지금까지의 꿈을 향한 저의 노력들과 의지, 그리고 계획을 인정받아 장학생으로 선발되는 영광스러운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Q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저는 현재 난민들을 위한 책 출판과 논문 작성, 그리고 캠페인 등 난민 관련 프로젝트들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지금까지 여러 프로젝트들을 기획하고 준비할 때마다 저를 찾아온 것은 회의감과 부끄러움이었습니다. 과연 내가 이러한 문제들을 깊게 이해하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 있게 설득하고 주장할 수 있으며, 과연 이러한 활동을 추진할 자격이 있는가. 깊은 고민과 성찰 끝에 내린 결론은 저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다른 사람에게도 부끄럽지 않도록 공부하고 또 공부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저의 다짐은 곧 구체적인 계획 설정으로 이어졌고, 결국 ‘국제법의 이해’, ‘외교 원리와 실제’, ‘국제법 판례집’, ‘법철학’ 등의 전공 서적들과 국내외 온라인 대학 강의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여러 전공 강의들로 구성된 저만의 ‘학교’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저만의 학교에는 법률 사무소에서의 인턴쉽과 2018 평창 평화 포럼, GEEF 2019 포럼 참가 등 폭넓은 스펙트럼의 실습수업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GEEF2019포럼에서 찍은 모습

저는 현재 국제반에서 해외 유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해외 대학에서 보다 국제법과 국제 관계에 관해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해외 대학에서 이러한 분야에 대해 ‘전문가’가 된 후, 유엔 산하 국제법 위원회(ILC)와 국제사법재판소(ICJ) 등의 현장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제법 전문 법조인, 전문가가 되어 앞서 말씀드린 ‘국제사회 내의 힘의 불균형 문제’와 ‘난민 이슈’를 해결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후회 없이 살자’라는 슬로건을 가슴에 품고 살아왔습니다. 이러한 슬로건을 항상 되새기며 모든 일에, 혹여나 자신 없는 일에도 끊임없이 최선을 다해 도전하며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이 되기까지 스스로를 불태워왔습니다. 앞으로도 저의 불씨를 더 환하게, 더 따뜻하게, 더 뜨겁게 키우며 목표해왔던 일들을 이루어 나가고 싶습니다.

김동연

삼리초등학교 졸업
초월중학교 졸업
용인한국외국어대학교부설고등학교 2학년 재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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