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유재석 리더십 칼럼니스트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으로 어른을 존경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며 충절과 도덕윤리문화를 목숨보다 중하게 여기는 전통적인 예절문화를 이어왔다. 그러나 최근의 우리사회는 개인주의의 팽배, 능력위주사회, 어른존경문화의 실종, 사회질서문화의 퇴보 등으로 경제발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후퇴한 예절문화와 함께 동방예의지국의 명성 역시 실종 되어가고 있다.

얼마 전 러시아 월드컵에서 일본인 선수단이 그들이 사용했던 대기실 시설에서 퇴거하면서 시설의 청소와 집기들을 깨끗이 정리하고, 수고한 관계자에게 감사편지를 써놓고 퇴거했다는 사실이 신문에 보도된 것을 보았는데 이러한 사례는 남을 배려하고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일본의 친절문화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된다.

또 다른 기사에서 우리나라 청소년 야구대표팀이 최근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 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우승을 확정한 순간 마운드 근처로 모여 서로에게 물을 뿌리며 기뻐하고는 페트병을 치우지 않고 떠나 대회 관계자들이 직접 치워야 했고, 한국의 우승소식을 전한 일본 언론 모두 한국 선수단의 매너를 도마 위에 올렸다는 기사를 보았다. 한국 감독도 젊은 선수들이 흥분하고 배려가 부족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물을 뿌리는 세리머니는 우리 문화라고 할 수 있지만 깨끗이 치우지 않고 자리를 떠난 것은 좋지 않은 매너가 분명하다.

필자가 일본을 십여차 방문하면서 느낀 점은 일본의 작은 문화, 남을 배려하는 문화, 질서문화이며 일본은 이를 일본의 이미지 제고와 사회경쟁력 제고에도 활용하고 있다. 지난여름에도 일본 동경일대를 여행하면서 동경근교의 온천지대인 하코네 휴양지를 방문했을 때 무더운 날씨임을 감안하여 화산 지점 정상에서 호수까지 케이블카를 이용할 때 무더위 속에 많은 탑승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줄로 서서 기다리는 가운데 질서정연하게 엘리베이터를 탑승하는가 하면 승하차시 시원한 바람이 케이블카 내부로 정확하게 각도를 맞추어 들어오게끔 승하차 지점에 대형선풍기를 설치하고 가동하는 것을 보고 일본인의 세밀한 고객서비스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케이블카에서 하차하여 선착장 옆의 대형 음식점에 중식을 위해 들렀을 때 식당에는 이미 수백여 명의 일본인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각자 자기 식판의 음식으로 조용히 식사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으며, 우리일행도 입장하여 예약된 좌석에 착석하여 중식을 하는데 수백 명이 모여 식사를 하는 장소라 느낄 수 없을 만큼 누구하나 큰소리로 음식주문을 하거나 낮술에 취하거나 떠드는 행동 등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람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식사를 마친 후 일본인들이 각자의 식판을 깨끗이 비우고 식탁 위에 식판과 수저를 정렬하고 자리에서 식탁을 정리한 후 일어나 의자를 식탁 밑에 가지런히 제자리에 넣은 뒤 조용히 식당을 빠져 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물론 우리 일행도 식판과 식탁을 정리하고 의자를 정돈한 후 식당을 빠져나왔지만 일본인의 남을 배려하고 뒷마무리를 제대로 하는 문화를 확인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물론 일본과 다른 음식문화로 개인별 식판문화가 아닌 공동반찬문화로 인심 좋은 추가 무료반찬 문화도 있고 일본과는 다른 식당문화이지만 식당에서 큰소리로 주문을 한다든가 의자를 함부로 끌어서 소음을 유발한다든가 낮술에 과음하는 모습을 보기 십상이고 식사 후 식탁 위에 음식을 많이 남기는가 하면, 식탁 위를 음식쓰레기로 지저분하게 하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채 자리를 일어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일부 철없는 아이들이 식당을 휘젓고 뛰어다녀도 아이의 기를 꺾는다고 부모는 물론 아무도 이를 제지 않고 훈육시키지 않는 모습을 한번쯤을 보면서 불쾌함과 불편을 느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사실 우리의 전통 식탁문화는 식사 중에는 큰 소리의 대화를 자제하고 어른의 식사 전에 음식에 손을 대지 않고 식사 후라도 윗사람이 식탁을 떠나기 전에는 자리를 이탈하지 않으며 식탁의 뒷마무리까지 가지런히 하는 세련된 식탁예절문화이다. 

이를 되새겨 이제부터는 우리의 식사문화도 좀 더 세련되도록 발전시킬 필요가 있으며 공공장소에서 남을 배려하고 피해를 주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와 노력을 할 때가 되었다.

필자의 유년시절 만해도 집안어른은 물론 동네 어른과 이웃에게도 깍듯이 예를 갖추는 게 기본이어서 집밖에 나가면 인사하느라 걸음을 멈추기가 다반사였으며 주변사람들의 입에 오르지 않도록 집 안 밖에서의 언행은 물론 예의범절에 어긋나지 않게 조심했던 기억이 난다.

학교에서도 매주 교장선생님이 주관하는 운동장 전체조회에서 국기게양식에 참석하여 국가에 대한 충성과 나라사랑, 자아발전을 위한 다짐을 하였으며 교장선생님의 훈시를 생활의 지침으로 삼아 실천하는데 노력하였고 도덕과 윤리 과목을 어느 과목보다 중요시하여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가운데 자기발전을 도모하고 나라사랑을 실천하라는 가르침을 받았고, 나이가 들어 노년에 이르러서도 도덕윤리를 중하게 여기며 살아가는데 성심을 다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나라가 역사상 최초로 개최하였던 88서울올림픽 때는 범국민적인 질서, 친절, 안전운동이 전개되어 우리사회는 도덕윤리의 모범선진국으로 발돋움하여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와 더불어 우리사회가 보다 성숙되고 질서 있고 친절한 선진문화국가가 되었던 기억이 새롭다.

그러던 우리나라가 올림픽 이후 언제부터인가 개인우선주의, 편의주의에 빠지고 학교교육도 입시과목위주로 커리큘럼이 바뀌면서 도덕, 윤리 교육이 소홀히 되고 실종되어 우리 사회문화의 수준이 다시 올림픽 전으로 돌아가고 우리사회의 질서, 친절문화가 퇴보되고 말았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총소득(GNI) 3만불 시대에 진입하고 경제선진국으로 성장하였다고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진정한 선진국은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의 수준에서 나오는 것을 인식하여 질서와 안전, 친절문화를 만드는데 노력이 필요하다.

흔히 공항 출입국장에서 출국장을 나오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시끄럽고 떠들며 나타나는 이는 중국인이고 무표정한 모습은 한국인의 모습이고 미소를 띠고 나타나는 이는 일본인이라는 말이 있다. 사실 일본인의 친절과 미소가 속마음(혼네) 겉마음(타테마에)에서 나오는 이중적 두 얼굴의 겉과 속이 다른 성격의 표출이라고도 하지만 어쨌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배려하는 차원에서의 친절문화는 우리가 본받아야 할 문화임에 틀림이 없다.

비록 일본이 우리민족에 수없이 많은 외침과 만행으로 온갖 피해를 준 나라로 그들의 잘못을 잊어서는 안 되지만 오늘날 자유진영의 경제선진국 중 선두주자로 발전한 일본의 문화 중 일본 국민의 질서의식,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삼가는 배려문화 등 좋은 점은 참고하여 우리 것으로 만들어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 극일정신이고 우리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다.

그리하여 예부터 동방의 예의지국이라 칭하던 우리나라가 예의범절문화를 되살려 이를 법고창신(法古創新)의 교훈으로 삼아 살기 좋은 나라 안전하고 질서 있고 친절한 동바예의지국의 옛 명성을 되찾는 것이 우리사회의 경쟁력 제고는 물론 진정한 선진입국의 길임을 명심하고 선진국민의 문화적 환경을 구축하는데 온 사회가 다 함께 노력하고 힘써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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