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현기 문학평론가(초월읍 서하리 거주)

3. 공자 얘기

그렇게 부당해 보였던 혼인을 한 안징재 여인이 낳은 이가 바로 공자다. 공니(孔尼)라고도 불리고 공구(孔丘)라고도 불린 이 인물은 뒷날 동아시아 전역에 이르는 넓고 너른 땅 이 나라 저 나라에서 앎 꾼들이 저마다 떠받드는 인품으로 거듭난 성인이었다. 성인의 반열에 드는 이들은 가령 사키아모니(붓다)를 빼고는 다들 탄생부터 한 생애가 침침하고 슬프며 고통에 가득 찬 그런 환경 속에 내동댕이쳐진 존재들이다.

아픔이나 슬픔이야말로 곧 성인이 가야할 가시밭길임을 알리는 대목이다. 성인만을 우리가 그렇다고 생각해서는 눈 너비를 좁히는 일이겠다. 우리들 누구도 고통이나 슬픔의 강물은 건너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럴 때, 그것은 그것을 마다하지 않는, 용기와 슬기를 그가 얼마나 발휘하는 지를 보이게 할, 꼭 넘어서야 할 그런 필요 장애물이기 쉽다. 슬프고 고통스럽지 않은 인생이 어디엔가 있을까?

공자는 자기가 짊어진 어려움의 장애물이 어떤 것이고 또 무엇인지를 깨우쳤던 인물이다. 일찍이 과수댁의 신분으로 오직 하나뿐인 자식을 위해 한 생애를 이끌던 어머니의 사랑이 무엇인지를 그는 치열한 정신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어려서부터 총명하여 자기를 둘러친 역사울타리인 삶의 현장을 과거로부터 자기 대까지 내리 훑어 알아내었다.

그가 본 세상은 어떤 것이었나? 약육강식의 험악한 싸움판이 그가 짊어지고 갈 세계라는 걸 그는 꿰뚫어 읽었다. 그래서 그는 이른바 왕이라는 패들이 행하여 온 모든 것들을 정리하여 읽을거리로 만드는 작업에 정신을 집중하였다. 그러면서 그가 내세운 사람됨의 가장 알짜 덕목이야말로 어짊(仁)이라고 읽었다. 어진 마음을 가진 이가 많은 재물을 지닌다면 그 재물들이 어떻게 쓰일까? 그가 쫓겨 다니면서도 끝끝내 굽히지 않고, 찾아간 제후국가 실력자들에게 마다, 내세운 정치철학이 어짊이었다.

그러나 권력자들 허허 그들은 어짊과는 아예 거리가 먼 짐승들이다. 남의 것을 빼앗아 내 것으로 챙겨야 하는 패들에게 어진 마음이라니? 그래서 그는 가는 곳마다 몇 년을 못 버티고 쫓겨나는 수모를 견뎌야 하였다. 어느 책은 16년 또 어떤 책은 17인이라고 공자가 쫓겨 다닌 햇수를 밝히는데, 실은 정확히 그 기간을 정하기 어려운가보다.

뒷날 자기 조국 노나라에서 대사구라는 지금의 장관급 벼슬도 하였지만, 그는 그가 지닌 올곧은 생각 탓에 늘 가진 자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았다. 그러나 그에게는 올곧음에 대한 열망을 지녔던 무수한 인재들이 줄을 이어 따라다녔다. 어질게 살아라! 아암! 그의 철학은 예수가 내세운 사랑이나 부처가 내세운 불쌍히 여김과 함께 우리 인류에게 준 아주 깊은 울림을 지닌 믿음의 한 줄기였다. 그의 어진 삶길 가르침이야말로 우리들 삶길의 빛으로 빚은 지팡이였다고 나는 읽는다.

그의 저런 꿋꿋한 믿음이 우리의 배움 길이었음은 오늘날까지 도저하게 이어 전해진다. 우리에게는 우리의 고단한 삶을 버틸 힘과 꿈을 전해주는 이런 스승들이 있어왔다. 우리가 지닌 복일 터이다. 그리고 오늘날도 공자와 같은 그런 삶 길 앎 길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며 치열하게 사는 이들이 아주 많다. 광화문 사거리를 빛냈던 휘황한 촛불들이야 말로 우리가 켜 밝힌 밝고 맑게 빛나는 삶의 불꽃이 아니었던가!

정현기(鄭顯琦)

1942년 경기여주 출생, 연세대 국문과 졸업·동대학 석·박사과정 수료
연세대 국문과 교수정퇴(2007), 세종대·성균관대 초빙교수
시집·비평집·논문 외 다수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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