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지구를 방문한 비행접시에 지구인이 초대되었다. 사방을 둘러보던 지구인이 외계인에게 물었다. “왜 조정 석엔 핸들이 없지요” 그러자 외계인은 “우리는 정신으로 비행접시를 조작한답니다” 지구인은 더욱 이상한 듯 물었다. “여러 명의 생각이 다르면 어떻게 되나요” 외계인은 미소지으며 “그런 일은 우리 차원에 없답니다”

위의 글은 물론 가공의 얘기다. 짤막한 글이지만 지구라는 행성에 원죄를 갖고 사는 인류의 숙명과, 동시에 인류가 차원의 변형을 통해 도달해야하는 좌표를 단적으로 읽을 수 있다.

인간은 운명적으로 자아를 갖고 이기심을 바탕으로 삶을 위한 존재의 역사를 만들어 왔다. 자의식이라는 숙명의 굴레로 인해, 인간의 역사는 상대성을 극복할 수 없었으며 오늘날 과학문명과 문화예술이 화려하다고 인간 스스로 자부하기도 하지만 이를 하루아침에 물거품으로 돌릴 수 있는 어리석음 또한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물은 섭씨 100도에 끌어 수증기로 변한다. 물론 10도의 물과 50도의 물은 다르지만 물이라는 액체임에는 같다. 정확히 100도가 되어야 액체에서 기체로의 차원의 변형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우리 인류의 상태는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 것일까?

오늘 지구라는 행성에 살고있는 대다수의 상태는 이제 막 고체에서 액체로 접어드는 단계가 아닐까 싶다. 몹시도 견고하고 딱딱하여 보수 기득권자들에게는 안정되고 확실한 세계가 고체의 세계라면 개혁과 진보를 일찍이 눈뜬 자들에게는 한없이 숨막히는 미명의 세계였으리라.

반면 이제 막 곳곳에서 녹아 내리기 시작하는 작금의 시절은 기존의 고형적 체제가 흔들리고, 모든 가치관과 제도가 무너져 내리며 혼란과 갈등을 유발시켜, 보수든 진보든 정신 없긴 매한가지인 세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고체가 녹기 시작하면 일단의 목표는 다 녹아 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장면에선 애써 반항이나 거부를 해도 소용없으며 그저 몸을 맡기고 녹아 내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고체시절의 망령을 되살릴 수 없으며 그렇다고 고체상태에서 새로운 변화를 주창한다는 것 또한 녹아 내리는 고체 위에선 한 낮 부질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원시시대부터 수 만년 유지돼온 고체를 액체로 만드는데 불을 지핀 가장 큰 동력은 무엇일까? 너무도 심오하고 철학적인 주제이지만 산업혁명을 시발로 하는 자본주의와 자본주의 400년 역사 속에 스스로 기형적 괴물로 변한 자본주의가 정보화시대를 마나 태양아래 던져진 얼음처럼 해체되면서 이를 거부하며 몸부림치는 현상이 지금의 시대가 아닌가 싶다.

100도씨의 수증기까지 앞으로 인류가 가야할 여정은 멀다. 어쩌면 중도에 멈추어 파멸에 이를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의 우리가 핸들 없는 비행접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우리 후손들의 조상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박해권은 1960년 광주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와 동 대학원(경제학 석사)을 마치고 (주)천하제일사료 구매부에 입사하여 해외원자재 선물거래 딜러로 활동하였다. 이후 '삐삐콜'이라는 무선호출안내장치를 개발하여 새로운 개념의 광고서비스 사업을 전개하는 (주)아드맥의 대표이사로 재직하였고, 지금은 공동체문화 창조의 슬로건을 내걸고 있는 (주)광주뉴스의 대표이사이며 지역인터넷 언론연대 공동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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