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현기 문학평론가(초월읍 서하리 거주)

2. 시경과 공자

노(魯)나라에서 공자(기원전 551년 태어남)가 살았다던 2568 년 전 중국 천하는 그야말로 약육강식의 빼앗고 빼앗기는 싸움판 시대였던 것 같다. 중국 고대사에서 이른바 전국시대로 구분하는 그런 시대란, 힘센 부라퀴 깡패들이 우후죽순처럼 들고 일어나, 남의 땅과 재산을 빼앗아 제 것으로 챙기며, 남의 딸 아내를 겁탈하여 자기 욕망을 채우던 아주 더러운 시대였던 것 같다.

이런 시대에 중국 천하는 하늘의 아들이라 사기 친 천자가 중국 전역의 모든 나라를 다스리며 저에게 알랑방귀나 꾸는 패들에게는 식읍이라고 주어 제후로 봉하는 이른바 제후국이었다고 전한다.

나라가 커지면 커질수록 여기저기서 힘센 사람이 나타나 싸움질로 제 것을 더 많이 챙기려는 일들이 곳곳에서 일어난다. 이럴 때 인문학자의 삶 길이나 앎 길은 솔직하게 묻는 치열한 정신을 앞세워야 하는 법이다. 정말 저 하늘의 주인은 누구일까? 그리고 출렁대며 흐르는 저 물의 주인은 누구지? 땅의 주인은? 공기의 주인은? 정말 이 지구 위에 우연히 와 임시로 사는 우리 인생이 가질 수 있는 것이란 무엇일까? 이 소유욕의 문제는 이 지구 어디서나 심각하다.

16세기 영국의 인문 학자였던 ‘유토피아’의 저자 토머스 모어는 바로 이 소유욕의 문제를 정식으로 따졌던 사람이다. 옥스퍼드 대학을 나온 법률학자로 대법관에 변호사에 기사 작위까지 받은 속물왕초 쯤 되는 그는 그의 대표작품으로 읽히는 유토피아에서 이 문제를 제대로 따져 묻는다.

그런 그는 영국 왕 헨리 8세가 주장한 왕권 계승문제에 반대하다가 목 잘리는 죽임을 당한 인물이다. 누가 왕인가? 누가 천자인가? 그 천자의 왕궁에는 내궁에 소·처녀 3만명의 여인들이 한 명의 남편을 위해 살고 있었다고 전한다. 여인 하나도 제대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컷 인생인 사람들은 그런 탐욕의 길로 나서왔다.

공자의 어머니 안징재(顔徵在)는 16살때 70살 먹은 남편 숙량흘(叔梁紇)에게 시집왔다. 나이 차이가 54살이다. 오직 아들 하나를 보기 위해 그런 재취를 한 것이었다. 시집오기 전날 안징재는 작은 언덕 아래서 울었다고 했다. 성인들이라는 이들은 대체로 다들 이렇게 태어나는 것부터 슬픔의 늪에서 허우적댄다. 슬프고 아프게 태어났다는 징표다. 공자가 세 살 적에 아버지는 죽었다. 과부 어머니 밑에서 공부한 공자가 공부한 것은 주로 역사학이었다. 

각계각층 사람들이 살아낸 한 살이의 흔적들을 살피는 일야말로 학문의 뼈대이다. 공자가 기록 정리하였다는 저술만 해도 엄청난데 가령 시서예의 서경만 해도 중국의 오랜 역사 이야기를 정리한 것들로 유학자들은 그것을 모두 다 공자가 정리하였다고 주장해왔다. 그 진부는 제쳐놓고 나는 오늘 여기서 시경이라 부른 시에 대해서 생각해 보이려고 한다. 깃동 시(詩)가 무엇이기에 유가에서 믿는 그것을 경전으로까지 여겨왔을까?

정현기(鄭顯琦)

1942년 경기여주 출생, 연세대 국문과 졸업·동대학 석·박사과정 수료
연세대 국문과 교수정퇴(2007), 세종대·성균관대 초빙교수
시집·비평집·논문 외 다수 저술

저작권자 © 광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