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김덕임 평화의소녀상 건립 공동추진위원장

나는 어쩌다가 경기도 광주에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하는데 동참하다가 공동추진위원장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그래서 나는 소녀상이 아니라면 모를뻔한 많은 분들을 만나고 있다. 많은 분들이 소녀상 건립을 응원하기도 하지만, 때론 어떤 분들은 내게 광주에 평화의 소녀상이 꼭 필요하냐고 묻는다.

소녀상 건립에 미온적인 분들은 이렇게 말한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살아 계시는 상황에서 평화의 소녀상은 마치 추모비처럼 여겨져서 살아계신 분들을 오히려 망극하게 만드는 것 일 수도 있다”, “광주에는 ‘나눔의 집’이 있어 할머니들이 살아계시는데 꼭 추모비를 만들어야 하는가”, “오히려 살아 계시는 할머니들을 더 많이 찾아뵙고 나눔의 집 행사 등에 자주 참여하는 것이 더 낫지 않는가”라고 말을 한다.

더군다나 소녀상 건립비용은 적은 돈도 아닌데(광주는 5,000만원을 목표로 하고 있고, 이중 현재 2,000만원이 모였다) 그 돈으로 살아계시는 할머니들을 위한 다른 활동을 하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또 다른 분들은 언젠가 일본이 사과를 하고, 과거사 문제가 해결되면 일본에 적대적인 상징물인 소녀상이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어떤 면에서는 옳은 의견일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말하는 분들에게 다시 말하고 묻는다. 소녀상은 추모비가 아니다. 소녀상은 위안부로 끌려갔던 소녀들을 잊지 말라는 것이고, 소녀상 뒤의 할머니 그림자 가슴의 하얀나비는 일본의 사과와 사죄를 바라면서 평화를 염원하는 현재의 할머니들을 표현하는 것이다.

소녀상은 과거의 역사적 인권유린과 침략전쟁을 상기하고, 사과 없이 뻔뻔하게 개인적 일탈행위라고, 개인적 차원의 미안함만을 겨우 내보인 일본에 대한 항의이기도 하지만 역사적 정의를 세우고자 하는 수천 번을 외치고 연로하신 몸에도 전국 방방곡곡으로 해외로 다니시는 할머니들의 열정을, 인권평화활동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돌아가신 분들을 추모하는 추모비는 아닌 것이다.

최근 광주시내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소녀상 모금 홍보를 한 적이 있다. 아이들은 정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아이들은 그날 소녀상 추진위의 이야기를 듣고 반드시 나눔의 집에 가 봐야겠다고 부모에게 말했다고 한다.

아이들은 와서 보니 더 마음이 아프고 화가 나지만, 힘을 기르고, 영어를 배워서 일본이 얼마나 부끄러운 짓을 했는지 세상에 알리고 싶다고 했다. 소녀상이 아이들이 부모를 설득시키고 움직이게 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아이들에게 청소년들에게 인권유린, 강간과 같은 성폭력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그래서 쉬쉬했던 부모들이 조금씩 소녀상을 이야기하면서, 인권과 평화를 얻기 위한 소녀에서 할머니가 된 이야기를 해 주고 있을 것이다.

광주에 많은 분들이 가장 많이 오가는 자리에 소녀상을 세워서 아직 끝나지 않는 역사를 보고 나아가 일본과 한국의 미래를 논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청소년들은 계속 자라고 학교를 졸업하고, 그나마 국사를 배우는 고등학교를 마치면 이제 한일 위안부 문제는 의도적으로 알지 않으면 생활 저편으로 역사가 날아가 버리는 것이다. 평화의 소녀상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소녀상을 가장 가까운 곳에 세워서 누구나 언제든지 찾아볼 수 있게 하자.

물론, 광주시민들이 모아 준 거금을 들인 소녀상이 세워지기 전에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거나 혹은 해결의 시초만 보여도 소녀상은 다른 의미를 가지고 다른 형태의 역사적 증거물을 남길 수도 있을 것이다.

끝으로, 소녀상이 아니라고 말하시는 분들에게 작기도 하고 크기도 한 요청이 있다. 나눔의 집으로 가는 시내버스나 혹은 남한산성과 나눔의 집을 잇는 역사둘레길을 만들자. 8월 14일 기림절 행사를 광주시 차원에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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