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센터 외래환자 21% 공황장애 호소
[메드컬처] 경기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서민들의 생활고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끝없는 장기불황이 서민과 직장인의 숨통을 조이면서 카드 연체율 증가, 실업문제 등 생계형 범죄가 늘어나고 이라크 파병, 행정수도 이전과 같은 여러 가지 사회적 현상들은 서민들의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러한 불안은 만성 두통, 과민성 대장염 등과 같은 신경증을 일으키는 심리적 원인이 될 수 있는데, 심장이나 폐와 같은 생명에 중요한 장기의 증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공황장애(panic disorder)'가 그 대표적인 질환으로서 환자들은 심장 증상과 함께 극심한 공포감을 경험하게 된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가슴이 답답해져 금방 죽을 것만 같은 ‘심장질환’과 유사한 증상에 공포감에 휩싸여 심장센터나 야간에 응급실을 찾는 경우가 있다. 가슴이 아프면 사람이 느끼는 정신적인 불안은 다른 어느 신체 부위보다도 환자를 더욱 긴장하고 공포에 떨게 한다.
최근 10개월간 분당서울대병원 심장센터를 방문한 흉통환자 1,042명중 심장질환(심근경색 등)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 환자는 전체의 21%인 216명으로 조사되었다. 이들 대부분은 정신증상으로서의 흉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1주일 내내 가슴을 조여오는 심한 통증으로 공포감을 느낀 민 모씨(40세)는 “혹시 내가 심장병으로 쓰러지는 것이 아닌갚하는 극심한 불안감과 가슴 통증, 숨이 막힐 것 같은 느낌이 지속되자 일손이 잡히지 않자, 결국 심장센터 외래를 찾았다.
내원 당일 심전도를 비롯한 운동부하검사, 흉부 X-ray 검사, 혈액검사를 실시한 결과, 민 모씨는 급박한 불안감에 의한 심리적 흉통으로 아무 이상이 없다는 심장센터 의사의 소견과 권유에 따라 ‘공황장애’를 의심하고 정신과 전문의의 진찰을 받기로 했다.
공황장애는 생각보다 상당히 흔하고 사람을 공포의 틀 속에서 가둬둘 수 있는 무서운 병이지만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을 통한 인지행동치료와 약물치료를 함께 병행하는 경우 점차 증상이 없어지고 환자도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
민 모씨와 같이 공황발작이라는 불안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심장질환이나 천식과 유사한 다양한 증상들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환자들이 경험하는 대부분의 증상들은 불안발작의 여러 가지 신체적인 증상들 즉 심장 박동증가, 현기증, 숨막힘, 가슴통증, 식은땀 등과 미칠 것만 같은 두려운 정신적 증상들이 갑작스럽고도 심하게 나타난다. 대부분의 공황장애 환자들은 내과 의사를 찾아가 10회 이상 치료를 받고 별 차도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뒤늦게 정신과 의사에게 의뢰되어 비로소 공황장애라는 정확한 진단을 받게 된다.
불안과 긴장의 상황에서는 각종 신체적 증상을 경험할 수 있는데, 심계항진 증상이나 호흡증상 등을 중대한 심장질환 증상으로 오해하거나 이 증상들이 신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믿게 되는 것이 공황장애의 시초가 된다.
일생동안 공황장애를 겪는 사람의 비율은 1.5-3%, 공황발작은 3-4%이상이다. 최근에는 평생 유병률이 이보다 더 높다는 보고가 있으며 성별로 볼 때 여자가 남자보다 2-3배 더 많고, 흔히 젊은 성인(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서 가장 많이 발병하지만 어느 연령 대에서나 나타날 수 있다.
일상생활 중에 다음 상황들을 경험하게 된다면, 정신과를 찾아 ‘공황장애’에 대한 검사를 한번 받아 보는 것이 좋다.
심장발작과 유사한 증상(가슴통증, 빠른 심장박동, 가슴이 답답하고 조여옴, 질식하는 느낌), 식은 땀, 어지러움, 메스껍고 속이 불편함 등을 한 번 이상 경험한 적 있어서 심장에 대한 검사를 받아 보았으나 뚜렷한 내과적 이상 소견이 없고, 증상이 계속 나타날 때이다. 또한 이러한 증상이 나타날까봐 두렵고 불안해져서 매사를 조심해야 하거나 특별한 장소를 피하게 될 때에는 반드시 공황장애를 의심하고 정신과 진찰을 받아 보는 것이 좋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하태현 교수는 “증상의 원인이 심장이나 신체의 이상에 있지 않음을 이해하고 안심하며 공포감을 떨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전문의를 찾아 상담과 치료를 받으면 증상을 쉽게 없애고 예전의 건강한 생활을 완전히 회복할 수 있다”며 “심장이 두근거리고 가슴이 답답하고 식은땀이 나면서 공포감을 느끼는 사건이 반복되는 경우, 심장검사를 받아보고 이상이 없으면 ‘공황장애’를 의심하여 적절한 평가와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공황장애는 생각보다 상당히 흔하고 사람을 불안과 공포의 틀 속에 가둬둘 수 있는 무서운 병이지만 정신과 의사와의 적절한 인지행동치료와 약물치료로 대부분 치료가 가능하다. 공황장애의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은 매우 안전하고 부작용이 별로 없으므로 정신과와 정신약물에 대한 막연한 편견을 버린다면 더 많은 환자가 공포와 불안에서 벗어나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
▶ 본 기사는 디지털 성남일보에서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