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소개> 광주문화원 편집부

모기가 입이 삐뚤어질 정도로 기온이 선선해져서 나무가 마침내 수액 퍼 올리기를 멈춘다는 처서(8월 23일)가 지나고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에서 만난다는 칠석(음력 7월 7일)이 되었다.

칠월 칠석에는 정화수를 떠 놓고 밀전병과 햇과일 등을 갖추어 가족들의 건강과 집안의 평안을 빌기도 하고, 절에서는 칠성각에서 무병장수를 비는 치성을 드리기도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견우와 직녀의 만남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견우와 직녀 이야기는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알려진 중국 주나라 설화이다. 옥황상제의 딸인 직녀와 소를 모는 목동인 견우는 옥황상제의 허락 하에 결혼 하게 되었는데, 서로 사랑한 나머지 일을 게을리 할 뿐 아니라 소에 직녀를 태워 데리고 다니면서, 대궐 안의 꽃밭을 짓밟아 놓는 바람에 옥황상제로부터 노여움을 사게 되었다. 때문에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견우는 동쪽에, 직녀는 서쪽에 각각 떨어져 살게 되었다.

너무 슬픈 나머지 두 사람은 밤낮 없이 울었고, 그 바람에 홍수가 져서 땅 위에 사는 많은 사람들과 동물들이 목숨을 잃게 되었다. 견디다 못한 동물들이 의논을 하여 일 년에 한 번씩이라도 그들을 만나게 해주기로 하고 높이 날 수 있는 까치와 까마귀가 자신들의 몸으로 은하수에 다리(오작교)를 놓게 되었다.

이 오작교에서 그들은 하루나마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더 이상은 울지 않아 홍수도 멈추게 되었다. 이러한 전설 때문에 칠석 무렵이면 비가 내리는데, 그래서 그런지 8월 내내 비가 오락가락했다.   

인연이란 서로 다른 점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느라 푹푹 썩기 마련이고 그러는 동안 미운정 고운정이 들어 깊이가 생기는 법인데 요즘은 사귄 지 100일만 되어도 자축 파티를 열 정도로 만남이 플라스틱 바가지처럼 가벼워지고 이혼 또한 많아졌다. 이러한 시대에 한 해를 기다렸다가 까마귀와 까치의 머리가 벗어질 정도로 걷고 걸어 만나는 인연은 그 자체로 의미가 깊다. 

‘춘향전’의 모티브가 될 정도로 문화콘텐츠의 소재가 되고 있는 견우와 직녀 이야기를 떠올리며 이번 칠석날에는 남녀 간이 아니더라도 일가친척이나 지인들에게 안부를 전하며 마음의 오작교를 거닐어 봄은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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