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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미래 사회를 사로잡는 힘<기고> 현광식 광주YMCA 지도교수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기억하는가? 그때 나라 안팎이 온통 축구 이야기로 들썩였다. 신문을 봐도, TV를 봐도, 어디로 눈을 돌려도, 누구를 만나도 월드컵 이야기뿐이었다. 월드컵은 하루에도 몇 번씩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사람들은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알아서 이야기를 증폭시켰으며, 그 수많은 이야기들이 사방팔방으로 퍼져나가고, 쏟아져 들어왔다.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란 이야기를 생산품처럼 만들어내는 사회를 말한다. 가령 월드컵이 ‘꿈의 잔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사람들이 단순히 열광해서가 아니라, 공이 구를 때마다 또 한 편의 새로운 이야기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시 인터넷을 접속해보면, 신문이나 TV가 보여준 것의 100배 이상 많은 이야기들이 흘러 다녔다. 이는 분명 예전에는 없던 일들이었다. 즉 우리는 월드컵을 계기로 우리가 다른 시대, 다른 사회로 전환해가고 있음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유력한 미래문제 연구 집단중 하나인 코펜하겐 미래학 연구센터의 롤프 옌센(Rolf Jensen)소장이 정보화 사회에 관한 강연을 끝내고 한 청중으로부터 매우 황당한, 그러나 의미 있는 질문을 받았다. “그런데 정작 정보화 사회 다음에는 어떤 사회가 올까요?”라는 그 질문에, 롤프 옌센은 “너무 이른 걱정이 아닐까요? 정보화 사회는 이제 막 시작되었고 상당 기간 지속될 것입니다. 아마도 당신이 살아있는 동안 계속해서 말이죠”라는 다소 궁색한 답변만 겨우 내놓았다. 

명색이 미래문제 연구센터 소장이 정보화 사회 다음에 대해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못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었다. 결국 롤프 옌센은 고심 끝에 코펜하겐 미래문제 연구세터의 모든 역량을 “정보화 사회 이후는 무엇인가?”에 집중시켰고, 1999년 마침내 보고서 ‘드림 소사이어티’가 완성되었다.

이 보고서는 서문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정보화 사회의 태양이 지고 있다. 우리가 그 사회에 완전히 적응하기도 전에 말이다. 인류는 수렵꾼으로, 또 농부로 살았고, 공장에서도 일했다. 그리고 지금은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정보화 사회를 넘어서 디지털 모바일 시대를 살고 있다. 후기 지식 정보화 사회에 살고 있다. 그러나 이제 또 다른 형태의 사회를 맞이했고, 바로 드림 소사이어티다. 이것은 신화와 꿈, 이야기(Story)를 바탕으로 시장을 형성하는 새로운 사회다. 이런 맥락에서 미래의 상품은 이성이 아니라 우리의 감성에 호소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보고서의 핵심 질문은 ‘정보(information)가 상상(imagination)으로 전환될 때, 비즈니스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였다 그에 대한 답은 다음과 같다.

“드림 소사이어티의 시장은 감성과 꿈이 지배한다. 이 시장에서 승리하려거든 이야기를 존중해야 한다. 이야기를 잉태하지 못하는 아이디어들은 존재할 가치가 없다. 이야기를 품지 못하는 상품은 창고에 처박힐 것이다. 이야기 없이는 그 어떤 부가가치도 낳지 못한다. 소비자들은 이제 상품 그 자체를 사는 것이 아니라 상품에 얽힌 이야기를 산다. 그것을 충족시킬 수 없는 상품은 도태되고 말 것이다. 기업과 시장을 주도하려거든 이야기꾼(storyteller)이 되어라. 그것이 정보화 사회 이후에 도래할 드림 소사이어티를 살아가는 최선의 방법이다.”

예를 들어 나이키는 언어와 국경을 뛰어넘는 이야기를 펼쳐 보인 대표적인 기업이다. 나이키가 중시하는 것은 상품 그 자체라기보다는 그 안에 담긴 불패의 신화다. 나이키를 신었다는 것은 그 이야기를 체화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나이키를 신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다. 브랜드 매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인간 중심의 스토리 마케팅에 집중해야 한다. 친구처럼 친근하고 진정성이 담긴 이야기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이키야말로 명백한 드림 소사이어티 기업이다. 드림 소사이어티에서는 이야기를 만드는 능력이 곧 성공의 능력이다. 미래는 꿈과 감성과 이야기를 파는 사회, 즉 이야기를 바탕으로 성공하는 사회다. 이 시대의 이야기는 이윤을 만든다. 소비자는 상품 자체보다 상품에 딸린 이야기를 중시하고 그것에 매료되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들은 감성을 바탕으로 해서 꿈으로 버무려진 결과물이다. 이 감성적인 시장은 앞으로 이성에 바탕하고 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시장보다 더 커질 것이다.

드림 소사이어티는 한 마디로 이야기의 힘이 지배하고, 꿈과 감성이 주도하는 사회다. 이러한 사회에서 상상력은 곧 생산력과 직결된다. 구매 욕구를 좌지우지하는 이야기의 힘은 결국 상상력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는 “상상력은 정신적인 생산력”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제 그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이 시대에 상상력은 이미 물질적 생산력을 대체하고 있으며, 지금으로서는 상상력이 생산력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전 시대에는 은근과 끈기로 대표되는 지구력이 사회를 주도했지만, 이제는 상상력이 이 사회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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