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앙의 간초령(墾草令)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하는데 가장 큰 밑거름 역할을 한 공신을 꼽으라면 아마 상앙이 첫손가락에 꼽힐 것이다.

상앙은 위나라 공실의 서공자(庶公子) 출신이었다. 그는 젊은 시절 위나라 재상 공숙좌의 사인(舍人 : 권문세가에서 봉사하면서 조정으로 임관할 날을 기다리는 일종에 관료 후보생)으로 있었는데, 공숙좌가 죽기 직전 위혜왕에게 그를 재상 후계자로 천거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그는 진나라로 향했다.
때마침 진나라에서는 21세의 약관의 나이로 효공(孝公)이 즉위하여 아직 체제 정비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

진나라로 넘어온 상앙은 여차저차 우여곡절 끝에 효공을 알현할 기회를 얻게 되었고 패도(覇道)를 강독함으로서 효공의 신임을 얻게 되었다. 효공은 그를 좌서장(左庶長)에 임명하여 그가 부국강병의 기초로 설파했던 변법(變法 : 제도와 기구 개혁)을 단행케 했다.

이른바 <변법의 령> 즉 간초령이 발포된 것이다. 간초령을 직역하면 황무지를 개척한다는 뜻인 만큼 변법의 개혁은 가히 혁명 수준임을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간초령은 290개 조로 되어 있는데 얼굴격인 제1조는 다음과 같다.

 <백성의 청원이나 신청 등의 서류는 관서에서 하루도 묵히지 말고 당일 중에 반드시 처리할 것> 이었다.

이는 관료들이 백성들에게 뇌물을 요구할 틈을 주지 않고 또한 서류를 이 부서 저 부서 돌려서 일을 지연시켜 부정을 저지르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한 조처였던 것이다.

그렇게 될 때 백성의 절대다수인 농민이 할 일 없이 시간을 낭비한다거나 금품을 뺏기지 않으니 농사에 전념할 수 있어 잘 살 수 있다고 여긴 것이었다.

1조에서와 마찬가지로 간초령의 대부분은 중농(重農) 주의 즉 백성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데 맞추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권문세가 자제라도 전쟁에 나가 공을 세우지 않으면 임관할 방법이 없도록 함으로서 병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농민과 국방의무의 공평성을 유지코자 했다.

물론 이러한 개혁법에 대한 여론이 좋을 리가 없었다. 온갖 특혜를 누리던 기득권층의 반발은 당연한 것이었고 대다수 무지한 농민들도 법의 본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기득권층의 주장에 부화뇌동하여 극심한 반대를 일삼았다.

그러나 개혁을 절감한 효종의 전폭적인 지지로 상앙은 간초령을 엄격히 적용하여 시행해 나갔다. 왕족이 법을 어겨도 일반 죄수와 똑같은 처벌을 가했고 더 나아가 태자가 법을 어겨도 주저없이 법에 상응한 곤장을 때렸다. 그렇게 되자 감히 법을 어기는 자는 없었다. 그리고 3년이 지나가자 과연 농민들 생활은 풍요롭게 되었으며 상앙은 농민들로부터 구세주처럼 숭상을 받았다.

상앙이 간초령을 시행한지 이천수백년이 지났다. 그는 지나친 법리주의로 많은 사가로부터 악당 취급을 받기도 했고 자신은 곤장 맞았던 태자가 왕이 되자 차열형(사지를 말에 묶어 찢어 죽이는 형)에 처해지는 불운을 당했지만, 법을 관장하는 관료로서 부실소원 부사친근(不失疏遠 不私親近) 즉 소원한 자와 친근한 자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법 집행의 이념은 현대 들어서도 많은 귀감이 되고 있다. 아닌게 아니라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도 무슨 일을 하기 위해 관공서를 드나든 경험이 있다면 간초령 제1조에 공감 가는 것이 많을 것이다.

우연히 어느 민원인이 신문에 투고한 글이 있어 읽어보았다. 그 민원인은 구청 담당자가 하도 일 처리를 안 해주고 애를 먹이길래 청와대 신문고에 글을 올렸다고 한다. 그런데 시정되기는커녕 그 청원이 돌고 돌아 그 구청 그 담당자에게 할당되어 있어 너무 황당했다는 내용이었다. 한마디로 기가 막힌다.

뿐만 아니라 오늘 신문을 보니 부패 혐의로 줄줄이 잡혀 들어갔던 정치인들이 속속 풀려날 거라고 한다. 기세 좋게 부정부패를 뿌리뽑겠다던 참여정부의 외침이 한낱 공염불이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법 집행이 이처럼 공평하지 못한 상황에서 관료조직이 청렴해지기를 바라고, 진정으로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상앙이 살았던 이천수백년 전보다 지금은 모든 면에서 발전했다. 하지만 부실소원 부사친근(不失疏遠 不私親近)의 법 집행 이념은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도 요원한 이상에 지나지 않는단 말인가?

 

* 1961년 5월 생
월간 녹색지대 前 편집장 * 역사·무협 소설가
장편 「황하(3권)」 「刀劍天下(6권)」등이 있고
단편 「누렁이」「보금자리」등이 있다.
저작권자 © 광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