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이란 하늘과 땅이 분리되어 개벽되기 이전을 지칭하는 말로 세상의 사물이 뒤죽박죽 섞여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상태 즉, 무질서를 지칭하는 뜻으로 사용된다.
거창하게 우주를 논하지 않더라도 세상은 태초이래 한번도 무질서했던 적이 없었다. 다만 인간만이 스스로 만든 가치 질서의 불완전한 논리에 휩싸여 혼돈과 무질서를 경험하는 것이다.

요즘 세상은 참으로 혼돈 그 자체이다. 참으로 삶의 끈을 쥐고 있기 벅찬 현실이다. 다시 말해 인류가 역사 속에 만들어낸 가치질서가 그 어느 시대보다 크게 흔들리며 위협받고 있다고 해야 옳은 표현일 것이다.

대별해 보면 위협받는 대상은 종교나 인종문제도 크지만 무엇보다 자본주의이다. 자본주의 역사는 불과 400년 남짓으로 인류가 살아온 장구한 기간에서 보면 실로 미미한 기간이다. 그러나 경쟁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 역사기간동안 인류는 실로 폭발적인 팽창기를 거쳤다. 인간에 잠재한 모든 욕구가 가시화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진행해온 역사의 동력은 과열된 엔진이 되어 이제 스스로 통제불능의 단계에 다다르고 있다. 소위 경쟁우위라는 논리는 과거 각종 불균형 속에서 가능했지만 정보화의 물결 속에 불균형은 사라지고 자본주의의 못된 망령인 자본의 착취와 지배라는 흉측한 진면목만이 얼굴을 드러내고 있을 뿐인 것이다.

신대륙을 향해 출발했던 구대륙의 프론티어들은 이미 신대륙에 당도했건만 그들이 처음 출발했던 구대륙의 항해선마저 신대륙에 상륙시킬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영국에서 박해를 받던 일단의 개혁자들이 이상향 미국이란 신대륙을 찾은 지 228년이 되었다. 그들은 당초 그들이 떠날 때 갖았던 초심(初心)을 잊고 과거의 망령을 함께 신대륙에 상륙시키는 우를 범했다.

오늘날 인류에게 더 이상 찾아 나설 신대륙은 없다. 오늘의 고통스런 현실을 잊게 해줄 신대륙은 더 이상 지구상에 남겨져 있지 않다. 설사 있다해도 정보화라는 태양이 이미 우리 머리 위에 떠올라 있기에 구시대의 배로 신대륙을 상륙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인류는 이제 '더 나아갈 수 없는 길'에 봉착해 있다. 각종 이기심으로 만연된 지금의 가치질서의 눈으로 '길 없는 길'을 찾을 순 없다. 몸부림 칠 수록 조여오는 덧처럼 대립과 갈등의 심화, 부당한 착취,신극빈층의 양산, 자살, 전쟁 등 극한의 상황을 연출할 뿐이다.

세계경제는 깊은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국가경쟁 개발자본주의 성장을 구가했던 피로감이 IT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고점(高点)을 찍고 추락하고 있다. 이제 인류는 새로운 1천년을 밝혀줄 동력을 찾기 위해 아득히 멀고 긴 터널에 진입하고 있다. 바야흐로 이제부터 진짜 혼돈 그 자체가 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혼돈은 새로운 한줄기 빛을 찾기 위해 비켜갈 수 없는 통과점이 될 것이다. 오늘을 사는 너와 내가 찾아내야 하는 당위인 것이다.

기존의 국가나 제도가 또는 운명이 결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너와나 우리가 선택하고 만들어 가야하는 새로운 세상의 지침인 것이다. 신세대의 동력은 인류공동체를 상생으로 보듬을 수 있는 '인간의식의 진화'를 바탕으로 해야할 것이다.

문제는 기존의 가치질서를 고집하거나 배척하는 대립과 갈등의 주체 자들이 공히 새로운 패러다임의 필요성을 얼마나 빨리 인식하느냐에 있으며 그 같은 인식이 공멸(共滅)이라는 회복불능의 상태 전에 불붙을 수 있는가에 있다.

박해권은 1960년 광주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와 동 대학원(경제학 석사)을 마치고 (주)천하제일사료 구매부에 입사하여 해외원자재 선물거래 딜러로 활동하였다. 이후 '삐삐콜'이라는 무선호출안내장치를 개발하여 새로운 개념의 광고서비스 사업을 전개하는 (주)아드맥의 대표이사로 재직하였고, 지금은 공동체문화 창조의 슬로건을 내걸고 있는 (주)광주뉴스의 대표이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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