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동헌 도시농업포럼 대표

완연한 봄이 구성되고 있다. 길가에 나가보니 개나리, 목련, 산수유, 진달래 등이 꽃망울을 툭툭 터뜨린다. 덩달아서 농사꾼들의 움직임도 바빠지는 계절이다. 얼마 전만해도 농사와 거리가 멀었던 나인데 이제는 도시농업의 전도사가 되었다. 도시농업에 끼어들면서 농사의 흐름을 짚어보고 언제 밭을 갈고 씨앗을 뿌릴 것인지에 대한 일정을 감지해 낸다. 어제도 텃밭에 나가서 마늘에 덮었던 짚을 걷어내면서 생명의 경이로움에 흠뻑 젖어보는 행운을 누렸다. 

도시농업이란 말 그대로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 일이다. 취미나 여가, 교육, 체험 등이 강조되는 농업으로 도시농사꾼들의 특징은 농사꾼들의 생존농업과 달리 자연스럽게 맛과 멋으로 요약된다. 산업사회의 유산인 최첨단이나 초고속, 무한 경쟁이라는 단어는 배제되고 생태농업이나 자연농업 등과 어울리게 된다. 따라서 농민은 주체의 대상이 아니다. 삶의 질을 따지는 도시민이 중심이 된다. 

최근 스마트팜이나 식물공장이 도시농업으로 슬그머니 끼어들었다. 하지만 엄격히 말하면 도시농업의 가치나 목적과는 부합되지 않는다. 미래농업을 준비하는 정부나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차원에서의 접근방식이라면 몰라도 도시농업으로의 접근은 거북살스럽다. 며칠 전 도시농업전문가 교육장에서 웃음보다리가 터졌다. 강사는 스마트팜의 신봉자인 듯, 스마트팜의 장점을 ‘혹’하게 이야기 한다. “농약을 쓰지 않기 때문에 유기농이다”, “영양이 매우 좋다”, “수확물은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크기 두께 색상 등을 맘대로 조정하면서 만들 수 있다.” 그런데 마무리 결론이 우스꽝스러웠다. “스마트팜 농산물은 맛이 없다.”

도시농업은 ‘맛’의 농업이다. 오래 전 일이다. 방송국 농촌 프로그램을 연출하면서 기억에 남는 몇 장면~ 제주 감귤을 찍은 적이 있다. 햇볕이 잘 드는 하우스 안이었는데, 땅만큼은 최상의 땅으로 잘 살려 내고 있었다. 꼬챙이로 땅을 쑤시니 쉽게 꼬챙이가 땅속을 파고든다. 그야말로 최상의 감귤 맛을 내는 농가다. 양주의 배농가도 촬영한 적이 있다. 그 농가의 농사법도 땅을 살리는 자연농법 위주농사다. 배의 당도를 재보니 15.3브릭스다. 놀라웠다. 일반의 2브릭스 이상 높다. 

“정말 당근 맛이네요”라는 말은 정말 맛있다는 표현이다. 도시농사꾼들의 농사짓는 모습을 보면 매우 어설프다. 하지만 배울 점은 많다. 정성으로 흙 살린다. 비록 손바닥만 한 옥상공간일지라도 먼저 흙 살리는 농법을 익히면서 농사를 짓기 때문에 채소가 달고 진짜 당근 맛의 향취를 느끼는 농산물을 생산해 낸다. 아파트 음식물 쓰레기는 갖은 정성으로 좋은 퇴비가 되도록 장기간을 기다린 후 작물거름으로 쓴다. 이를 추종하는 도시농사꾼들이 매년 늘고 있다. 좀 더 맛있고 깨끗한 농산물을 좇는 사람들이다. 2010년 16만 명이었다. 지금 도시농사꾼은 160만 명으로 10배를 훌쩍 뛰어 넘고 있다.

‘맛’과 함께 느끼는 또 다른 도시농업의 매력 포인트는 ‘멋’이다. ‘멋’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자유를 만끽하는 농사꾼이다. 스스로 GIY(Grow It Yourself) 농사를 짓는다. 충분한 햇볕과 바람소리를 마다않는다. 땀 흘리고 휴식하면서 농사를 짓는다. 더불어 함께하는 농사를 즐기고 자연과 함께 이웃과 함께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도시의 건강과 행복 나눔의 실천을 통해서 멋을 느끼는 농사꾼으로 변질되어 진다.   

꿈틀어린이텃밭학교는 2015년에 처음 개교된 ‘멋’과 ‘맛’이 깃든 보편적인 텃밭학교다. 농식품부 장관이 교장으로 총15명의 선생님이 50가족을 대상으로 150명이 한식구가 되어 농사를 짓는 프로그램이다. 꿈틀교가에 맞추어 농식품장관이 입학식을 치르고 농식품부장관 명의의 졸업장이 나간다. ‘맛’살리기는 이 학교의 첫째 미션, 지난해도 애써 심은 수박의 ‘맛’을 내기 위하여 참여자 모두가 장마가 들면 물을 퍼내고 가뭄이 들면 당번을 정해서 수시로 물을 대주었다. ‘멋’은 부가적으로 얻어지는 가치다. 자연 속 텃밭에서 흙을 만지고 맘껏 가족과 이웃과 즐기는 과정에서 민주시민의 역량이 키워지고 ‘멋’은 만들어 진다. 아이들의 기가 되살아나고 아빠가 달라지는 이 학교의 가장 자랑스러운 가치이다.

1943년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의 빅토리가든은 미국민의 부족한 채소의 수급완화에 기여한바 크다. 또한 미셸 오바마의 백악관텃밭은 아이들 비만퇴치운동과 미국민 식생활개선에 획기적 역할을 했다. 아직도 농업의 소중한 가치를 심어주는 채소를 입에 문 대통령 오바마의 이미지는 미국민에게 인색하지 않았다. 청와대에서 잡초를 뽑는 행복한 농사짓는 대통령을 만나보고 싶다. 텃밭의 ‘맛’과 ‘멋’을 아는 대통령이 행복한 대한민국, 행복한 농촌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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