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홍차영 (단국대학교 영미인문학과 2학년 / 장지동 거주)

2017년 2월 22일 일본 대사관 앞 소녀와 시민들은 1271번째 수요일을 맞는다. 할머니들의 수많은 아들, 딸들과 외국인들까지 진정한 광복을 되찾고자 그 자리를 찾고 있다. 

지난 2015년 12월의 졸속 한일 합의에도 소녀상은 논란의 중심이었다. 할머니들 없이 ‘최종적’, ‘불가역적’ 등의 수식어를 달고 나온 그 합의에서 일본 정부는 대사관 앞 소녀에 대해 불만을 표했다. 

우리 정부는 그들의 ‘불편한 심기’를 고려할 것을 약속했고 많은 국민이 이에 분노했다. 계속 이어지는 정부의 이해할 수 없는 행보에 시민들의 목소리가 되고 응집점이 된 것이 또한 소녀상이었다. 해외 곳곳을 포함해 대한민국 방방곡곡 소녀상이 들어선 것이다. 

수요일이 아닌 비가 오는 날에도 누군가는 우산을 들고 소녀상에게 그늘이 되어줬다. 그리고 눈이 오는 추운 날엔 모자와 목도리로 온기를 선물하고 가는 이도 있다. 이런 온기는 할머니들에게 힘이 될 뿐만 아니라 각종 매체를 통해 잠시 소녀를 잊고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따뜻한 경종을 울려준다. 소녀상의 힘은 이런 것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잊혀지지 않고 힘을 얻어 계속 싸울 수 있도록 돕는다. 

광주뉴스 250호에 <광주에 ‘소녀상’ 설치 움직임>이란 기사를 보았다. 광주시민들도 소녀상을 설치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광주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후원 시설인 ‘나눔의 집’이 위치한 지역으로 소녀가 당연히 있어야할 지역이다. 전국 59개의 소녀상에 이어 조금은 늦은 설치가 되겠으나 광주시민의 관심으로 우리 지역에도 정의를 향한 움직임이 빨라진다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이를 중심으로 교육과 운동의 더 큰 장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기대되는 움직임이 아닐 수 없다.

일본 정부의 청산하지 않은 죄를 정기적인 집회와 동상 설치로 규탄하는 것은 성숙하고도 효과적인 길이 되어 줬다. 1,000번이 넘어가는 수요일을 보내며 진정한 광복을 구가하는 우리의 모습은 외신의 관심을 사기에 충분했고 이를 통해 우리들 역시 고취되고 결집했다.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에서 일본이 소녀상에 대해 지적한 것은 우리의 분노를 사기도 했지만 또한 소녀의 힘을 증명하기도 했다. 이렇듯 정의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 더하여 소녀상은 역사의 교과서로도 작용한다. 

전국의 학생들은 수요 집회에 참여하는 대표적인 집단이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소녀상을 보고 값진 경험을 얻어가며 역사의 현장을 직접 마주하는 것이다. 점점 소녀상 설치가 늘어가는 만큼 이런 정의로운 영향력은 증대될 것이며 광주 역시 그 중심으로 들어가고 있다.

전국 평화의 소녀상이 부르짖는 바는 일본 정부 하에 진행된 성노예의 아픔과 그 부정의이다. 일본 정부가 경시하고 넘어가려는 과거를 현재의 할머니와 우리가 밝히는 노력인 것이다. 일본군 ‘위안부’의 잔혹한 과거는 결국 우리의 현재이다. 지금을 사는 여성들의 권리 침해이며 우리 어머니와 딸들, 이웃들을 위협하는 해소되지 않은 갈등이다. 

우리는 오늘을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그리고 또한 남성으로서 당연한 정의를 바로 잡아야한다. 할머니들의 아픔을 치료하고 미래의 재앙을 예방하기 위해 소녀들은 계속 싸워 나가야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소녀상이 서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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