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칼럼> 최병길 前광주로타리클럽 회장

개미, 타나토노트, 뇌, 나무, 파피용, 신에 이르기까지 기상천외한 상상력과 매혹적인 스토리로 독자를 사로잡아온 베르나르 베르베르 도대체 그 마르지 않는 창작의 원천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그가 14살 때부터 써온 혼자만의 비밀스러운 노트였다.

꽤나 두꺼운 책이기에 접근하기 쉽지 않았지만 한 장, 한 장 펼칠 때 마다 진귀한 보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는 노트에 스스로 떠올린 영감들, 상상력을 촉발하는 이야기들, 발상과 관점을 뒤집어 놓는 사건들 인간과 세계에 대한 자신의 독특한 해석들을 차곡차곡 담았다.

거기에 과학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세계의 저명한 과학자들과 접촉한 경험이 더해지고 인간의 영적, 생물학적 진화에 대한 문학적 탐구 세월이 반영되면서 그 노트는 독특하고도 풍요로운 백과사전으로 자라났다.

과학, 문학, 인류학, 심리학, 신학, 연금술, 처세와 게임까지 온갖 분야를 넘나드는 흥미로운 이야기와 역설들이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 사전 속에서 우리는 베르베르가 써낸 작품의 씨앗을 발견하기도 하고, 아직 쓰지 않은 작품의 아이디어를 훔쳐보기도 한다. 창작도 모방이라면 상상력 또한 모방이라해도 과언은 아닌 것 같다.

상상력 사전을 읽으며 태초의 우주의 알이 폭발한 0년 0월 0일 0시 모든 것이 시작되면서 흩어짐과 결합에 의해 우주가 탄생되면서 인류의 문명이 시작되었다는 가설을 상상하면서 지금까지의 진보된 과학과 문명 신과 인간의 관계가 끊임없이 이어져온다.

태초에 무(無 )가 있었다. 태초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어떠한 빛도 어둠을 흩뜨리지 않았고 어떠한 소리도 고요를 깨뜨리지 않았다. 도처에 공허가 가득했다. 최초의 힘인 중성의 힘이 지배하던 때였다. 하지만 공허는 무엇인가가 되기를 꿈꾸고 있었다. 그때 무한한 우주 공간 한복판에 하얀 알이 나타났다. 모든 가능성과 모든 희망을 품고 있는 우주알 이었다. 이 알이 금이 가기 시작했다.

시원의 알을 싸고 있던 껍질은 두 번째 힘인 분열의 힘에 의해 288개의 조각으로 부서졌다. 우주의 알이 폭발할 때 빛과 열기가 분출했고, 먼지가 크게 일어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가루로 퍼져 나갔다.

하나의 우주가 탄생한 것이다.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고 입자들은 널리 퍼져 나가면서 시간의 교향곡에 맞춰 춤을 추었다.

3보 전진, 2보 후퇴-문명은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태어나서 자라고 죽는다. 문명에도 고유의 리듬이 있다. 3보 전진, 2보 후퇴기 바로 그 리듬이다. 달의 운행에 차고 이지러짐이 있고 조수에 만조와 간조가 있듯이, 문명에도 고조기와 퇴조기가 있다. 고조기에는 모든 일이 현기증 나는 회오리 휩싸인 것처럼 잘 돌아간다.

안락함과 자유는 증대되고 노동은 줄어든다. 삶의 질은 높아지고 위험은 감소한다. 3보전진의 시대다. 그러다가 어떤 단계에 이르면 상승이 중단되고 곡선이 기울어지기 시작한다. 불안이 감돌고 공포가 밀려오면서 폭력과 혼돈이 생겨난다. 2보 후퇴의 시대다. 일반적으로 이 퇴조기는 바닥에 닿을 때 까지 이어진다. 그러다가 또 다른 고조기를 향한 도약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그 사이에 허비하는 시간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는 로마 제국이 건설되고 발전하여 법률, 문화, 기술 등 모든 영약에서 당대의 다른 문명들을 앞지르며 번창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이 문명이 부패와 폭정의 길을 걷다가 쇠퇴의 늪에 빠져서 외적의 침입에 무너지는 것도 보았다.

로마 제국의 절정기에 중단되었던 인류의 위업을 다시 이어 나가기 위해서는 중세의 새로운 문명이 발전되기를 기다려야 했다. 이렇듯 가장 잘 통치되고 앞날을 가장 예견했던 문명들조차도 결국에는 쇠락의 길을 걸었다. 정말 문명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 것일까?

인류와 국가, 개인의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진화한다고 보면 우리는 지금 전진의 회오리 속에 있는지 아니면 후퇴의 폭풍 속에 있는지를 가늠해보자. 나의 인생역시 어느 점을 지나고 있는지 늘 관찰하면서 3보전진의 회오리를 맞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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