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칼럼> 최병길 前광주로타리클럽 회장

꽃이 필 떼에 어떤 기하학적인 계산 끝에 피는 게 아니고 자연스럽게 피어나듯이, 시 역시 시인의 수사학적인 계산에서 나오는 게 아니고 그의 심상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게 마련이다. 그 꽃을 알기 위해서 꽃 자체만을 관찰하는 경우와 꽃나무 자체는 물론이요, 그 나무의 성장 과정에 있어서 기후와 풍토 조건을 동시적으로 관찰하는 인과론적 견해를 참고하는 경우 이 양면성은 비교적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와 마찬가지로 소월의 시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역시 이러한 전제로서 시 작품 자체를 보는 것과 병행하여 그 원인적 요소로서 인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여기에서는 이 양면성을 인과적으로 그리고 동시적으로 확인해보자. 소월은 1902년 9월7일 평북 구성군 서산면 왕인동에 있는 외가에서 태어났다.

그는 2세 때인 1904년 정주와 곽산 사이의 철도를 부설하던 사람에게 폭행을 당했던 아버지 김성도가 그 후유증으로 정신이상 증세를 일으키자 할아버지 김상주의 훈도 아래 성장하면서 한문을 배우게 되었다. 이것이야말로 소월의 문학을 이해는 데 있어서 특별히 기억해야 할 두 인물과 주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소월 문학의 주제가 된 한(恨)이 대부분 부친으로부터 연유되었을 뿐 아니라 조부로부터 지극한 사랑을 받으면서도 구세대와의 이념적 차이라든지 인생관 내지는 성격의 차이에서 오는 불화와 부적응은 문학 형성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소월의 어머니 장경숙과 숙모 계희영, 그리고 아내 홍단실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세 여인은 소월의 인간과 문학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소월의 어머니는 시집 온 지 4년만에 남편이 정신이상자가 되자, 소월에게 기대를 걸고  그를 의지하며 지나치게 정을 쏟았다고 한다. 그녀는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한 문맹자였지만 후덕한 사람으로서 가정사에는 뛰어난 솜씨를 발휘했던 것 같다.

그러나 소월로서는 어머니의 맹목적인 사랑에서 심리적 반동을 그리고 대화의 단절에서 오는 고독을 심각하게 겪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다음 숙모 계희영은 소월의 문학 세계 형성에 있어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비범한 기억력과 관찰력을 지닌 소월에게 있어서 숙모의 이야기(주로 심청전, 춘향전, 장화홍련전, 옥루몽, 삼국지 등)는 꿈많은 소년의 상상력을 키워 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음에 틀림없다. 이러한 일은 소월이 오산학교 중학부에 진학하여 숙모의 길을 떠나는 13세 까지 지속되었다고 하는데 이는 그의 정서 발달 시기에 있어서의 정서 형성의 성격을 시사해 주는 셈이 되었다.

소월의 나이 14세 때 오산학교 중학부 2학년에 다닐 때 조부의 강권에 의해서 이루어진 결혼도 그의 문학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간과할 수 없는 요소 중의 하나이다. 소월은 이 결혼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였으며 신부에 대한 실망이 컸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결혼이 그래도 평탄했던 것은 그녀를 사랑해서라기보다는 그의 마음 바탕이 본래 착한데다가 장손으로서 조부로부터 받은 유교 교육 덕분에 지아비로서의 책임감이 투철했던 때문이라고 한다.

이제까지 소월의 주변 인물들을 대강 살펴보았는데 정신이상자로서의 아버지, 세속적인 기대에만 차 있는 무식했던 어머니, 유교적 규범에만 얽매려고 했던 할아버지, 도덕적으로 책임질 수밖에 없었던 아내는 그로 하여금 힘겨운 심리적 부담을 느끼게 한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소월만큼 많은 독자를 가지고 있는 시인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소월의 시가 왜 가장 많이 읽혀 온 것일까? 이는 그의 시가 우리 겨레가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민족 동일체적 얼의 소리를 온전히 포유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이 민족 동일체적 얼은 이미 약속되어 있는 언어로서 용해되어 흐르는 얼이다. 참담한 비극의 시대를 함께 살아오는 동안에 한 맺힌 사람들에게 있어 소월의 시는 위안을 주어 왔다. 그것은 전통적으로 내려온 한의 정서가 동일체 의식으로서 카타르시스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소월의 시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나타난 게 바로 정한의 세계이다 이 정한은 바로 우리 민족의 밭을 이루고 있는 향토정서의 가장 절실한 핵심적 진액을 의미한다. 동아일보 지국 사업실패로 32살에 자살을 한 소월의 시의 세계는 지금도 우리가슴에 진달래꽃의 향수를 지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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